장충동 태극당 본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해도, 맛이 없으면 가기 싫다. 너무 전통만 강조해도 가기 싫다. 그러나 태극당은 다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난 듯, 맛에 전통은 물론 트렌드까지 잡았다. 매장이 여러 곳 있지만, 본점만한 곳은 없다. 장충동에 있는 태극당 본점이다.
태극당 역사가 한 눈에, 1945년 광복 이후 미도리야 제과점 제과기계를 인수했고, 1946년 중국 명동에 태극당을 설립했다. 지금과 달리 그 당시에는 전병, 월병, 카스테라, 사탕류 그리고 양갱이 주메뉴였다고 한다.
1960년 태극당 농축원 목장을 설립하면서, 미고아이스크림(현 태극당 모나가)를 출시했다. 명동에서 장충동으로 이전은 1973년이며, 우리나라 최초 금전등록기를 도입했다.
빵이 없어 보일 정도로 매장이 겁나 넓다. 빵집에 샹들리에는 좀 과한듯 싶지만, 태극당이니깐 괜찮다. 우아한 샹들리에조차 태극당의 역사를 말해주는 거 같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1980에서 멈춘 듯 싶지만, 방문하는 사람들은 2022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분위기는 예스럽지만, 빵맛은 지극히 현대적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금전등록기를 도입했다더니, 아마도 이거인 듯 싶다. 굳이 직원에게 묻지 않아도 감이 팍팍 온다. 같은 숫자를 여러개 만든 이유는 뭘까? 각각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일까? 궁금증은 많은데, 안내문이 없으니 답답하다. 보존 가치가 있어서 전시를 해놓았을테니,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했는지 정도는 알려줬으면 좋겠다. 검색을 하니, 금전등록기는 영수증 발행기계라고 나온다.
모나카 아이스크림과 찹쌀모나카 아이스크림은 빵 진열대에 없고, 카운터에 있다. 모나카는 지난번 서울역점에서 먹었으니, 이번에는 찹쌀모나카아이스크림(3,300원)을 골랐다. 직접 꺼내면 안되면 직원에게 요청하면 된다.
카운타 아래는 이렇게 적혀있다. "납세로 국력을 키우자, 계산을 정확히 합시다." 카드로 결제하면 문자가 바로 와서 딱히 영수증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군소리없이 꼭 받았다.
버터케익이라 쓰고 추억의 케이크라 읽는다. 모양새부터 꽃장식까지 하나하나 그때 그시절을 생각나게 만든다. 저 꽃장식 무지 맛이 없었는데 지금도 그럴까? 살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사진만 담았다.
빵 진열대를 거쳐 카운터를 지나면 카페가 나온다. 금전등록기가 있던 부근에도 차와 빵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지만, 안쪽으로 들어오면 더 넓은 공간이 나온다. 빵은 아까봤던 카운타에서 계산을 하고, 음료는 여기서 주문하면 된다.
일반 커피와 달리 디카페인 커피는 700원을 더 내야한단다. 카페인에 약한 것도 서러운데, 돈을 더 내야 하다니 더 서럽다. 그래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할때, 1샷(2샷이 기본)만 달라고 했다.
확실히 1샷은 연해서 쓴맛도 덜하고, 손 저림이나 심장 떨림 등 몸에도 부담이 덜 된다. 접시와 포크, 나이프는 음료를 주문할때 요청을 해야 한다. 제목에서 얼굴은 무궁화라고 했는데, 이는 태극당의 로고가 무궁화이기 때문이다. 태극당의 얼굴 무궁화는 빵 포장지뿐만 아니라, 접시와 포크, 나이프에도 나와 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모나카 아이스크림이나 찹쌀모나카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던 1960년에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상품이었을 거다. 빵사이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넣어서 먹는다? 끼니도 제대로 챙겨서 먹지 못했던 시절이니 고가의 사치품이라고 했을 수도 있지만, 부자들 사이에서는 핫히트 상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은 비슷한 제품이 너무 많아서 와~ 대박~ 솔직히 이정도는 아니다. 찹쌀모니카 아이스크림은 뻥튀기+아이스크림=뼝스크림의 고급버전이랄까? 겉은 바삭, 속은 차가운 부드러움이다. 태극당을 대표하는 빵이라서 먹었지만, 재구매는 딱히 없다.
단연코 지금까지 먹은 사라다빵 중에서 양이 가장 많다. 진열대에서 빵을 집는 순간, 묵직한 그립감이 느껴졌다. 감자, 당근, 계란, 다진소고기는 적당히, 아삭한 양배추는 가득 들어있다. 마요네즈와 소금, 후추만으로 간을 해서, 심심하고 담배한 맛이 특징이라고 한다. 양이 많아서 먹을때 소스가 흐르지 않을까 했는데, 양배추만 흘러넘친다.
찹쌀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먹긴 했지만, 맘모스 빵도 아니면서 하나만 먹었는데도 배가 부른다. 야채사라다빵은 꽤 퍽퍽할 수 있으니, 커피가 필요하다.
야채사라다빵으로 인해 버터빵은 사진만 찍고, 5시간 후에 먹었다. 부드러운 태극식빵 사이에 달콤한 버터크림이 가득이라고 안내문에 나와있지만, 가득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먹을때는 버터크림이 부족하지 않다. 사라다빵은 마실 무언가가 필요하지만, 버터빵은 빵만 먹어도 충분하다.
한때는 장충동이 주출몰지역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안가는 동네가 됐다. 일부러 찾지 않기도 했는데, 태극당이 있어 종종 가야겠다. 이번에 놓친 빵을 다시 먹어야 하니깐.
2022.05.13 -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 서울역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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