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백다다기 오이로 만든 오이소박이 (feat. 충남 농사랑 서포터즈)
좋은 식당도 잘 찾고, 간도 기가막히게 잘 보는데, 음식은 잘 못한다. 안해서 못하는 거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신빙성은 엄청 떨어진다. 그래서 먹방(?)은 해도 쿡방(?)은 한 적이 없는데, 뜻하지 않게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기회가 생겼다. 자의반 타의반이 아니라 백퍼 내 의지다.
농사랑은 충청남도 농산물을 모아모아서 판매하는 온라인몰이다. 페북 친구가 공유한 글에서 농사랑 서포터즈 모집을 봤고, 혹시나 하는 맘에 지원서를 보냈다. 안될거라고 생각했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농사랑 서포터즈 활동은 이렇다. 지원 받은 적립금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후기를 올린다. 어차피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음식을 만들면서 사진을 찍는 거다. 먹을때 촬영은 겁나 잘하면서, 만들때는 어색해서 그런지 영 불편하다.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어서 이내 적응을 했다.
첫 주문은 공주시 특산품인 백다다기 오이다. 오이로 만든 음식은 그게 무엇이든 다 좋아하는데, 그중에서 오이소박이를 가장 좋아한다. 김치는 밖에서 사먹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엄마찬스를 이용해 직접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봤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에서 온 백다다기 오이다. 4kg 내외로 총 20개 들어있으며, 등급은 특이다. 언박싱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박스에 나와 있는 표시사항만으로도 대략적인 정보를 알 수 있다. 우수관리인증(GAP)까지 받았으니 신뢰가 팍팍~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이 아니라 오이다. 오이를 처음 보는 건 아닌데,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택배로 만든 건 난생처음이다. 공산품이나 가공식품은 온라인에서 종종 주문을 하지만, 청과물이나 고기, 생선은 마트나 시장에 가서 사야 직성이 풀린다. 못미덥기도 하고, 직접 보고 만져야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택배를 받을때까지 내심 불안했다. 가장 윗줄만 좋고, 한두개 정도는 못쓸 녀석(?)이 들어있으면 어떡하지 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을 했다. 하나하나 꺼내서 일일이 확인한 결과, 직접 보고 샀을때보다 훨씬 좋다. 더구나 당일 수확해서 당일 출고한다더니, 상큼한 오이향과 함께 묵직하니 단단하다.
생김새는 합격인데 맛은 어떨까? 흐르는 물에 후다닥 오이를 씻고, 칼로 자르는데 아까보다 향이 더 진해졌다. 확실히 당일 수확, 당일 출고가 맞나보다. 신선함이 엄청나다. 육질(?)이 단단하고 아삭아하니 씹는 맛이 좋고, 수분은 또 얼마나 많은지 갈증해소까지 되는 느낌이다. 왜 등산갈때, 오이를 챙기는지 알겠다.
택배를 받자마자 바로 오이소박이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부추가 없어서 하루를 보냈다. 이틀째가 됐지만, 신선함은 여전하다. 오이소박이 만들기 첫 단계는 세척이다. 소금에 오이를 빡빡 씻어야 한다고 하다지만, 상태가 워낙 좋아서 흐르는 물에 칼로 오이가시를 제거하면서 씻었다. 그 다음은 오이를 3등분해서 끝부분은 남기고 열십자로 칼집을 내면 된다. 칼집을 내는 이유는 그 사이로 김치소를 넣어야 하니깐.
참, 소박이는 소를 넣어 담그는 김치 종류를 뜻한다. 오이소박이는 봄부터 여름에 걸쳐 먹는 별미로, 오이의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시원한 국물이 특징이다.
칼집을 다 했으면 절이기 과정에 돌입한다. 레시피를 검색하니 소금물을 만들어야 한다지만, 엄마찬스는 오이에 직접 소금을 투하한다. 잘 섞이도록 키질 혹은 웍질처럼 양손으로 그릇을 잡고 흔들어주면 뭉쳐있던 소금이 알아서 오이 사이사이로 들어간다. 이렇게까지 한 후, 오이 굵기에 따라 40분에서 한시간 정도 절이면 된다.
엄마의 팁! 오래 절이면 아삭함이 덜할 수 있으니 한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 이렇게 절이면 아삭함은 물론 수분 가득 오이소박이를 먹을 수 있다.
절이는 동안 소를 만든다. 들어가는 재료는 겁나 간단하다. 오이는 15개, 부추는 약 200g 정도 그리고 멸치액젓과 새우젓, 고춧가루, 다진마늘 그리고 홍고추(기호에 따라)를 넣은 후 고루 버무리면 된다.
양념을 넣을때 얼마만큼 넣어야 하는지 물어보니, 이만큼, 요만큼, 저만큼이라고 그렇게 알려주셨다. 그리고 오이를 완벽하게 절이지 않았으므로, 소를 좀 짭짤하게 만들어야 간이 맞는다고 한다.
거의 모든 작업은 다 끝났다. 이제는 열십자로 칼집낸 곳에 소를 집어 넣으면 된다. 먹을때와 달리, 음식을 만들면서 사진찍기는 훨씬 어렵다. 양손을 다 사용해서 소를 넣어야 해서, 카메라를 들 겨를이 없었다.
오이소박이의 가장 큰 장점은 겉절이처럼 만들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거다. 용기 2개에 나눠 담으면서 그릇에 찬밥을 담고 물을 넣었다. 소만 먹을때는 짭짤했는데, 오이소박이로 먹으니 간이 딱 알맞게 됐다. 첫날은 물에 말아서 후루룩 먹고, 다음날은 뜨거운 밥에 오이소박이를 올려서 또 먹었다.
레시피를 검색하니, 오이는 3~4cm 크기로 일정하게 썰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내입으로 들어갈텐데, 굳이 뭐하나 싶어 생김새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모양은 이래도, 맛은 엄마표 오이소박이와 거의 흡사하다. 옆에서 일일이 다 코치해줬다는 거, 안 비밀.
오이소박이의 단점은 오래두면 안된다는 점이다. 신맛이 강해져서 먹기 힘들어진다. 고로 오이소박이는 발효 따위는 생각지 말고, 끼니때마다 챙겨먹어야 한다. 밥을 먹을때에도, 라면을 먹을때에도 언제나 오이소박이와 함께 하고 있다. 참, 고맛나루는 충남농산물 브랜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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