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도어묵 (in 부평깡통시장)
누가 정한 기준인지는 모르지만, 부산에 3대 어묵이 있다고 한다. 미도, 삼진, 고래사 어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부산 빵집순례는 많이들 하던데, 빵집보다는 어묵집이 좀 더 재미날 듯 싶어, 무작정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만 오면 날씨가 흐렸는데, 저주가 풀렸는지 청명한 가을히늘이다. 그런데 저주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나 보다. 해운대에 갔는데도, 바다는 커녕 높다란 빌딩숲만 보고 다녔으니깐. 이런 날에는 경치 좋은 곳으로 떠나야 하는데, 하필이면 도심 위주로만 다녔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기분이 좋다.
3대 어묵 중에서 첫번째로 간 곳은 부평깡통시장에 있는 미도어묵이다. 부평깡통시장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시장으로 미군부대에서 반출된 물건을 주로 팔던 시장이다. 통조림같은 깡통 제품이 많이 팔다보니,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입물품을 파는 상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부평깡통시장은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에는 떡볶이를 먹으러 왔고, 이번에는 어묵을 먹으러 왔다. 지난번에 왔을때는 떡볶이만 먹고 후다닥 이동을 하는 바람에 시장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유롭게 시장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어묵골목을 제대로 찾았고, 미도어묵 앞에 서있다.
시장표 어묵이라서 혹시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줄 알았다. 하지만 따로 공장이 있는 듯, 완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만드는 공간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줄 알았는데, 가게 규모가 작아서 그런가 없다. 그런데 여기는 판매만 하는 곳이고, 먹을 수 있는 곳은 따로 있다고 직원이 알려줬다. 더불어 거기는 카페처럼 되어 있는 곳이라면서, 가는 길도 상세히 알려줬다.
아까와는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좀 전에는 시장표 어묵집이었다면, 지금은 고급스런 어묵카페다. 먹지 못하고 구경만 하면 어쩌나 했는데, 미도카페에서 맘껏 먹어야겠다.
같은 어묵일텐데, 장소의 차이일까? 포장의 차이일까? 분명 가격도 같을텐데, 여기가 좀 더 있어 보인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생각 생각)
단순하게 어묵을 사서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는 공간이 아니라, 음식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공간이다. 우동, 짬뽕, 볶이, 파스타 등등 메뉴도 은근 많다. 미도어묵에서는 어묵도 좋지만, 유부주머니를 꼭 먹으라고 해서, 유부탕(5,000 원)을 주문했다. 유부탕이지만, 어묵이 조금 들어간다.
1층은 딱히 카페느낌이 나지 않았는데, 2층으로 올라오니 누가봐도 커피 향이나는 카페다. 물론 커피나 음료도 주문이 가능하지만, 어묵카페이니 어묵을 먹어야 한다. 아무도 없는 2층에서 유부탕을 기다리면서 잠시 멍때리는 중이다.
전통시장에 가면 화장실을 어디 있는지 한참 찾아야 하는데, 여기는 2층에 화장실이 있다. 시설도 좋아서, 유부탕을 먹기 전, 급한 볼일부터 봤다. 물론 손도 야무지게 씻었다.
양이 많다고도 적다고도 할 수 없지만, 둘이 먹으면 확실히 부족하고 혼자 먹으면 적당히 든든할 정도의 양이다. 어묵꼬치는 한개뿐이지만, 저 안에 다양한 종류의 어묵이 조금씩 들어있다.
찬바람이 사늘하게 두뺨을 스치면~ 어묵꼬치와 국물이 생각난다. 코시국이라 길거리 포차가 많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날이 쌀쌀해지면 붕어빵이나 호떡, 만두보다는 어묵이 더 생각난다. 한자리에서 4~5개 정도 먹어도 포만감은 전혀 없지만, 추운 몸을 녹이는데는 딱이다. 지금은 추위보다는 배고픔이라서 허겁지겁 먹고 싶을 뿐이다.
어떤 곳은 멸치다0다 맛이 강한데가 있고, 어디는 밍밍하니 맹탕인 곳도 있는데, 여기는 간이 알맞다. 짜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적당하다. 어묵 상태를 보아하니, 어묵포차처럼 사각형 모양의 커다란 통에 어묵꼬치를 넣어두고 오래 끓이지 않고, 주문 후 즉석에서 끓여서 주는듯 싶다. 그래서 어묵이 흐물흐물거리지 않고, 나름 탱탱해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유부 속에는 당면이 꽈악~ 들어 있고, 후추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맛은 누구나 아는 그맛이니 넘어가고, 유부주머니의 핵심은 국물을 가득 품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섣불리 돌진했다가 입천장이 까지는 아픔을 겪게 된다. 유부탕답게 유부주머니는 총 4개가 들어있다. 처음에는 뜨거우니 반으로 잘라서 먹지만, 어느정도 국물이 식으면 한입에 넣어서 먹는다.
서울서 왔다고 했더니, 좀 더 좋은 어묵을 넣어줬단다. 그때문인지 어묵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매운맛 열풍답게 매운어묵이 대세인가 보다. 땡초어묵이지만, 못 먹을 정도로 맵지는 않고 알싸해서 좋다.
다른 메뉴도 궁금하지만, 여기서 일어나야 한다. 왜냐하면 부평깡통시장에 왔는데, 그 집을 아니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대신 무를 넣어서 만든 떡볶이를 먹으러 다시 시장으로 나왔다.
2021.10.28 -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 제조 가공소 삼진어묵 영도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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