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덕동 무삼면옥
혼자는 불가능, 하지만 위대한 친구가 있다면 가능하다. 물냉면을 시작으로 비빔냉면과 간장냉면을 먹고, 그래도 부족했는지 굴림만두까지 추가를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 같으니 메뉴 싹쓸이를 이해하지만, 그래도 그 위대함에 존경을 아니 표할 수 없다. 투박하지만 담백한 메밀냉면의 진수, 공덕동에 있는 무삼면옥이다.
왜 무삼면옥인가? 국내산 천연재료만 사용해 어떠한 첨가물을 넣지 않아서다. 여기서 첨가물은 MSG, 설탕, 색소, 방부제, 감미료 등을 말한다. 자연의 건강한 맛을 추구하는 곳이라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한다면 무지 불편할 수 있다.
당일 오전에 자가제분하여 반죽하므로 메밀의 맛고 향이 살아있다는데, 고건 확실하다. 그리고 국내산 봉평메밀만 사용한다. 100% 메밀면은 반죽 후 2~3시간이 지나면 굳어서 면이 되지 않으므로, 2시간 이내 즉석 반죽을 하고 있어서 맛과 향이 더욱 진하단다.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앉기도 전에,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먼저 한다. 둘이 왔으니, 물냉은 기본(11,000원), 간장과 비빔 냉면은 소(9,000원)로 주문했다. 주문기계 옆에는 메밀면을 만드는 장비와 봉평 메밀이 들어있는 상자가 있다.
냉면집에 가면 어김없이 면수가 나온다. 함흥냉면집은 육수가 나오지만, 평양냉면집은 구수한 면수가 나온다. 그런데 다른 냉면집과 달리 무삼면옥의 면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메밀차다. 셀프라서 리필에 리필을 거듭해서 마시고 또 마신다.
막걸리를 좋아하는 위대한 친구는 막걸리가 있다는 말에 키오스크로 달려가 2차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순희막걸리와 함께 생각지도 못한 기본 안주가 나왔다. 고추장 & 멸치다. 냉면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 같이 먹으라는 주인장의 따스한 맘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기본 안주는 굳이 안 나와도 될뻔 했다. 막걸리만 주문한 줄 알았는데, 강황완자만두도 주문했다. 굴림만두 스타일이고, 강황이 들어있어 독특한 향과 맛이 난다.
100% 메밀면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물냉면을 먹어야 한다. 육수의 육향이 강하지 않아, 면의 향과 맛이 더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육수 색이 진한 이유는 고기 육수에 약초 달인 물을 믹스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평양냉면 집에서는 볼 수 없는 표고버섯 고명이 있는데, 이게 은근 별미다. 개인적으로 고기 고명보다는 버섯고명을 좋아한다.
고기 고명은 위대한 친구에게 다 양보하고 면과 육수 그리고 버섯을 적당히 덜어서 먹는다. 혼자 한그릇 뚝딱할 수 있지만, 3가지 냉면을 다 맛봐야 하니 조절은 필수다. 비주얼을 보면 평양냉면 같은데, 사실 무삼면옥의 냉면은 춘천지역 가정자 마을의 제조방식을 이어 받은 가정자 마을식 메밀냉면이다.
보기와 달리 전혀 맵지 않은 비빔메밀냉면이다. 메밀면은 그 특유의 성질로 인해 잘 끊어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삼면옥은 100% 메밀인데도 불구하고 점성이 꽤 강하다. 그래서 100%가 아니라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간장메밀냉면은 100% 메밀면에, 임금이 드셨다는 어육간장과 식감 좋은 목이버섯으로 맛을 냈다. 물과 비빔냉면은 자주 먹었지만, 간장메밀냉면은 지금껏 먹어 본적이 없는 별미는 맞다. 그런데 어육간장이 주는 폭팔적인 감칠맛때문일까? 아니면 담백한 물메밀냉면을 좋아하는 개인취향때문일까? 감칠맛이 많이 버겁다. 고로 단독보다는, 물비빔냉면을 주문하면 맛보기로 조금 나오는 간장소스에 면을 덜어서 먹을때가 가장 좋다. 냉면은 겨울에 먹어야 가장 좋지만, 순수하고 담백한 음식이 먹고 싶으면 또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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