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갈치골목 희락갈치
#힘내라_대구경북. 나 혼자만의 힘으로 지역 상권을 살릴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 남대문시장으로 향했다. 광장시장에 가면 빈대떡을 먹듯, 남대문시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갈치골목으로 향한다.
확실히 코로나19 여파가 있다. 남대문시장에 도착해 갈치골목을 향해 걸어가는데, 분위기가 예전과 사뭇 다르다. 적막할 정도로 거리가 텅 비어있지 않지만, 해외관광객은 확실히 줄었다. 이때만해도 지역감염으로 가기 전이라 마스크 없이 다녀도 그리 불안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밖에 나갈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한다.
갈치골목은 무조건 이집, 이런 공식은 없다. 그저 발길 닿는대로 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한곳을 딱 정하고 갔다. 남대문시장 대통령 로드라고 해야 하나? KTV국민방송 문워크 "문재인 대통령의 남대문 시장 방문편"을 보고 따라했다. 영상을 봤을때 희락갈치 같았는데, 안으로 들어가기 전 직원에게 살짝, 여기가 그분이 오신 곳 맞죠 하니, 맞단다.
셋이라면 모를까? 둘이 와도 갈치조림을 먹었을 거 같다. 언제나 그러하듯 혼밥이니 메뉴는 정해져 있다. 양은냄비 속 보글보글 끓고 있는 건 갈치조림, 그 옆에 있는 노란물의 정체는 계란찜이다.
조림 또는 구이 중 선택하면 된다. 갈치골목에서 고등어조림은 거시기(?)하니, 갈치조림(9,000원)을 주문했다. 계란찜은 서비스이니, 주문하지 않아도 나온다.
튀긴 듯 바삭하게 구운 갈치구이라 뼈째 씹어 먹어도 되는데, 이번에는 유달리 뼈가 강하게 느껴진다. 3가지 반찬 중 깻잎장아찌가 가장 좋았다. 2장의 김은 접혀져 있으니, 먹을때 직접 자르면 된다. 혼자 먹기 딱 알맞게 나온 계란찜까지 기본찬 설명 끄읕.
불닭볶음면처럼 과한 매운맛은 아니지만, 적당히 매운 느낌이 쓱 올라온다. 내용물보다 국물이 많아 보이는데, 이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갈치조림이니 갈치가 주인공일 거 같지만, 진짜 주인공은 빨간 국물과 무조림이기 때문이다. 1인분에 갈치는 2조각이 들어있는데, 커다란 무는 3조각이나 들어있다.
녹색이가 생각나는 비주얼이지만, 여기에는 밥이 딱이다. 갈치조림 제대로 먹기 1단계, 가장 쉽고도 보편적인 방법인 흰쌀밥 위에 갈치살 한점 올려서 먹는다. 2단계부터는 살짝 복잡해지니 잘 따라와야 한다. 우선 숟가락에 밥을 올리고, 숟가락을 조림 국물에 살짝 담근다. 밑간 한 밥 위에 무조림과 갈치살을 올려서 먹는다. 단순한 1단계에 비해 과정은 복잡하지만 그만큼 맛은 더 깊어졌다.
3단계가 되면, 매운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이때부터는 계란찜은 늘 항상 곁에 둬야 한다. 왜 서비스로 나오는지는 먹다보면 알게 된다. 왜냐하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사실은 1단계에서부터 김을 먹고 싶었지만, 순서를 생각해서 꾹 참았다. 5단계, 이제는 조림의 매콤함에 계란찜의 담백한 그리고 김의 고소함을 더할 차례다. 1~4단계는 5단계로 오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보면 된다. 굳이 순서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먹으면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맛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 갈치 한점을 남겨두고, 이제는 비빔이다. 달큰한 무와 빨간 양념 여기에 계란찜을 더해 쓱 비빈다. 김에 비빔밥을 올리고 갈치살을 더하면 완벽 그자체다.
밥을 다 먹지 않았는데 공깃밥을 추가했다. 희락갈치는 공깃밥 추가 비용은 없고, 주문 시 밥솥에서 밥을 퍼준다. 고로 반공기 주문도 가능하다. 다시한번 밥그릇은 2개이지만, 밥은 1과 1/2이다.
두번째 1/2공기는 시작부터 비빔이다. 왜냐하면 단계별로 사진을 다 찍었으니깐. 갈치는 진작에 다 먹어치웠지만, 무조림과 양념이 좋으니 밥 추가는 기본, 녹색이 또는 누룩이는 선택이다.
혹시, 이번에는 줄서지 않고 남대문시장 명물인 야채호떡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이딴 생각을 한 내가 바부다. 역시 명물은 명물이다. 예전에 비해 줄이 줄어든 거 같긴 해도 여전히 줄서서 기다려야 한다. 야채호떡은 언젠가 먹고 말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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