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동 평안도만두집
혼자 갈때는 어김없이 만둣국을 먹지만, 이번에는 둘이다. 고로 푸짐한 만두전골을 먹을거다. 혼밥을 즐겨하고 좋아하지만, 역시 누군가와 함께 먹는 밥이 가장 맛나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뜨끈뜨끈한 만두전골, 내수동에 있는 평안도만두집이다.
종로구 내수동보다는 광화문으로 더 많이 알려진 평안도만두집은 KB국민카드 본사 건물 지하1층에 있다. 이곳을 알게 된지 7~8년 된 거 같은데, 수요미식회가 잘나가던 시절 방송에 소개되고 난 후 잠시 발길을 멈췄다. 방송 여파는 벌써 사라진 듯 싶고, 대신 코로나19 여파가 찾아왔다. 평일은 물론 주말 저녁에도 줄서지 않고 들어가서 먹었던 적이 별로 없는데, 지금은 바로 입장이다.
외관이 달라졌네 했는데, 내부도 싹 달라졌다. 예전에는 휴대용 가스렌지가 나왔는데, 이제는 테이블마다 인덕션이 설치되어 있다. 공간은 좁은 편이지만,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할 수 있는 좌식 테이블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테이블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도 외관과 비슷하게 구조로 깔끔하게 바꿨다. 매년마다 온 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2~3년만에 온 듯 싶다.
가격은 전체적으로 조금씩 올랐다. 혼자 오면 만두국을, 둘 이상이 오면 만두전골을 먹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예전에는 만두전골이 중과 대라고 해야 하나? 둘중에 하나만 선택해야 했는데, 이제는 셋중에 하나다. 그렇다면 혼자서 2인분에 도전을 해볼까나. 그건 나중에 고민하기로 하고, 둘이 왔으니 만두전골 2인분(30,000원)을 주문했다.
평안도만두집에는 씬스틸러가 있다. 샐러드라 불러야 하지만, 샐러드빵이 아니라 사라다빵이듯 그 주인공은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사라다다. 반찬 리필이 가능한데, 다른 기본찬에 비해 사라다만은 무조건 한번 더 달라고 한다.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이상하게 직접하면 이 맛이 안난다. 역시 남이 해주는 음식이 가장 맛있나 보다.
만둣국은 담백한 육수에 고기 고명 그리고 만두가 5개 정도 들어있는데, 만두전골은 전골답게 푸짐하다. 만두는 4개뿐이라 살짝 아쉽지만, 빨간 양념이 된 고기에 전, 스지 그리고 채소까지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 좋다.
향 좋은쑥갓(이겠지?)과 식감 좋은 팽이버섯이 있고,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노란 알배추는 속에 숨어 있다. 만두전골 속 모든 내용물을 다 좋아하고 가리지 않고 먹지만, 스지는 한개만 먹어도 충분하다. 고로 오랜만에 서울나들이를 한 친구에게 인심 좋은 표정을 지으면 다 양보(?)했다.
만둣국에는 고명으로 고기가 조금 나오지만, 전골에는 꽤나 푸짐하게 들어 있다. 평안도만두집만의 특색일까? 전골에 녹두전과 동태전이 들어있다. 전골에 전이라 이상할 수 있지만, 튀김우동을 먹는 거처럼 은근 잘 어울린다.
만두보다는 녹두전부터 먼저 공략한다. 너무 오래 끓이면 전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이북음식답게 전반적으로 담백, 깔끔하다. 녹두전과 동태전이 들어갔는데도 기름지지 않고, 고기 양념이 풀어지면서 연하디 연한 빨간맛으로 변했지만 매움은 일절 없다.
만두가 4개 들어있으니, 인당 2개씩 먹으면 된다. 이북식 만두답게 도톰한 만두피에 꽉찬 만두소다. 두부, 고기, 숙주나물, 파 등등 속재료들이 가득 들어있다.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만두 모양이 다 다르다. 이는 손수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족하면 접시만두를 따로 주문하려고 했지만, 배가 무지 고프다면 모를까, 둘이서 먹기 충분하다.
만두가 끝났다고 전골이 끝난 건 아니다. 남아 있는 녹색이를 다 비울때까지 우리의 먹부림은 계속된다. 워낙 국물이 좋으니, 녹색이가 쓰지 않고 달달하니 술술 들어간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저녁, 뜨끈하고 담백한 만두전골로 인해 밖에는 찬바람이 불지만, 몸은 핫팩을 한듯 따땃해졌다. 혼밥도 좋지만, 전골은 역시 여럿이 먹어야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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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3 - [광화문] 평안도 만두집 - 혼밥일때는 전골보다는 만둣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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