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철길도 다 같은 철길이 아닌가 보다. 자주 가는 항동철길은 고즈넉한 매력이 있는데, 여기는 왁자지껄이다. 기찻길 옆 수목원이 아니라 기찻길 옆 레트로갬성이다. 전북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서 교복 입고~ 달고나 먹고~ 추억 만들기를 해야 한다.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입구에서 부터 느껴진다. 여기는 내가 알던 그 기찻길이 아님을... 커다란 벽화부터 기찻길 옆으로 수목원이 아니라 알록달록 천막이다.
마당으로 기차가 지나가던 총 길이 2.5km인 기찻길은 1944년 4월 4일 신문용지 제조업체인 페이퍼코리아가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어졌다. 5~10량의 컨테이너와 박스 차량이 연결된 화물열차가 오전 8시 30분 ~ 9시 30분, 오전 10시30분 ~ 12시 사이에 마을을 지나갔으며, 마을 중간 차단기가 있는 곳과 없는 곳 모두 합쳐 건널목이 열한 개나 되었고, 사람 사는 동네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속도가 느렸다고 한다. 기차가 지날 때에는 역무원 세명이 기차 앞에 타서 호루라기를 불고 고함을 쳐 사람들의 통행을 막았으며, 그 사이 주민들은 밖에 널어놓았던 고추 등 세간을 들여놓고 강아지도 집으로 불러들였다. 시속 10km 정도의 느린 열차는 2008년 7월 1일 통행을 완전히 멈췄다. (안내문에서 봄) 황정민, 한혜진 주연의 영화 남자가 사랑할때 촬영지였다고 하는데, 영화를 못 봤으니 모르겠다.
한적한 기찻길은 아니지만, 여기로 기차가 어떻게 지나갔을까? 보고 있는데도 신기하기만 하다. 안내문에서 본대로, 역무원 3명이 호루라기에 고함을 쳤고, 느린 속도로 이동을 해야 했던 이유를 알겠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동요는 경암동 철길마을을 보고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기차대신 사람이 그리고 추억놀이하기 좋은 기찻길이 됐다.
박물관에서 전시품으로만 보던 그시절 주전부리를 만나니 완전 반갑다. 종이인형에 딱지까지 레트로에 아날로그까지 동심으로 돌아간 거 같다. 바비인형은 먼나라 이야기라 그저 종이인형으로 로맨틱에 모노드라마까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서 놀곤 했었다. 동그란 종이 딱지에 스스로는 절대 앞으로 갈 수 없는 말도 그때는 다이내믹하고 역동적인 장난감이었다. 지우개 씨름? 유도? 암튼 쉬는시간마다. 지우개 끝을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한판승부를 하기도 했다. 아~ 왜 혼자 왔을까? 경암동 철길마을은 혼자오면 안되는 곳이다. 그때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또래와 같이 와야 한다.
중간 차단기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니 절대 과속은 금물이다. 그림 속에 보이는 저 커다란 기차가 좁은 철길을 지나갔다니, 지금보다는 공간 여유가 있을 거 같은데, 그때 왔더라면 엄청 신기해 하면서 바라봤을 거 같다.
철길마을에 왔으면 달고나는 기본으로 다 하는 거 같은데, 혼자 왔으니 슬쩍 보기만 했다. 대신 아폴로를 하나 샀다. 그때는 몇십원 했을 거 같은데, 지금은 500원이다. 나름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교복을 입은 꼬마친구들이 쓱 지나간다. 교복이라고 해서, 다 성인용인 줄 알았는데, 아동복도 있다. 요즘 스타일은 아니고, 70~80년대다. 교복을 입었으니, 짝다리에 껌을 씹으며 세상 불만은 혼자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천사같은 꼬마친구들을 보며 이딴 생각을 하다니, "미안해요."
철길을 따라 계속 걷고 있는 중이다. 혼자왔기 때문일까? 조용히 기찻길을 걷고 싶은데, 자동적으로 따라 부르게 만드는 80~90년대 노래가 귀에 쏙쏙 박힌다. 오~ 러브 왜 이제서야~ 많이 외롭던 나를 찾아온거야~♬ 수능금지곡은 아닐텐데, 이날 하루종일 흥얼거렸다.
꼬마친구들도 입을 수 있게 아독교복에 교련복까지 있다. 엣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교복을 아이들이 좋아할까 싶다. 본인이 스스로 "나 저거 입을래"라고 말하기에는 참 난해한 스타일이다. 그러나 성인은 다르다. 단체로 온 분들은 너도나도 교복을 입고, 인생사진(대여점에서 사진도 찍어주는 듯)을 찍는다. 포즈는 예상했던대로 살짝 불량스럽게...
왼쪽 사진은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오른쪽 사진은 초원사진관 부근에서 찍었다. 빙판길이라면 모를까? 연탄재는 함부로 차지 않는다.
아마도 경암동 철길마을 시작점이 여기인 듯 싶다. 지도앱이 중간지점으로 알려주는 바람에 시작점을 찾으려고 한다는게 끝에서부터 걸었다. 기차가 서지 않은 간이역처럼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은 기찻길이지만, 사람들은 이곳을 거닐며 추억을 꺼내보거나 추억을 다시 만든다. 많고 많은 주전부리 중 아폴로를 샀는데, 여전히 보관 중이다. 먹어봐야 하는데, 그때보다 퀄리티가 좋아졌을 거 같아서 못 먹겠다. 불량식품은 불량식품다워야 하는데, 고퀄이면 배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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