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마지막 부산여행
12월 31일이면 어김없이 마지막 해를 보내고, 첫날 해를 맞이하는 방송을 한다. 31일에 일몰을 보고, 1일에 일출을 봐야 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우니 미리 다녀왔다. 사전에 계획한 건 아니지만, 가는해 오는해를 만났다.
지난 여름에 왔을때는 한창 공사 중이었는데, 겨울에 오니 새단장을 마쳤다. 서울은 으스스 춥더니, 부산에 오니 겁나게 따뜻하다. 겨울이 아니라 봄날이다. 따스한 부산, 올해 마지막 여행으로 선택하기 잘했다.
부산여행 첫일정은 땅이 아니라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이다. 부산항만공사에서 운영하는 항만안내선을 타고 약 1시간 동안 부산항 항만투어를 했다. 가는 날이 좋아서 바다에서 영도다리 도개 현장을 직관하고, 북항 1항, 컨테이너 터미널, 부산항대교 그리고 부산 1호 등대까지 배를 타고 부산항을 만나고 왔다.
부산항에서 숙소가 있는 해운대로 이동, 저녁을 먹기 전 잠시 동백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12월 제주는 동백꽃이 만발이라는데, 부산도 혹시? 검색을 통해 동백꽃이 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했다. 하지만 동백공원 입구에 다다르자 와우~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동백꽃 꽃말이다. 탐스럽게 핀 동백꽃에 흠뻑 취했다.
뜻하지 않게 동백꽃과 함께 일몰도 만났다. 동백꽃에 빠져 이리저리 다니고 있는데, 저 멀리 동배꽃만큼 빨간 태양이 높다란 건물을 지나 광안대교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부산에서 일몰이라니, 마지막 여행답게 종합선물세트를 받았다.
어둠이 찾아온 해운대는 빛으로 물들다. 칠흑같은 하늘과 깜깜한 바다이기에 빛축제가 더 빛이 나는지 모르겠다. 파란불빛 모래와 아기자기한 조형물로 부산의 밤은 낮보다 번쩍번쩍하다.
원래 계획에는 전혀 없었지만, 가는해(일몰)를 봤으니 오는해(일출)도 봐야한다. 잠에 들기 전, 일출 시간을 알아보니 오전 7시 30분으로 나온다. 7시에 일어나 카메라 하나 들고 숙소를 나왔다. 길 하나만 건너면 해운대 바다, 신라스테이 해운대 아주 칭찬해. 부픈 기대와 달리 구름이 은근 아니 무지 많다. 전날 만났던 선명한 일몰처럼 일출도 그랬으면 좋겠다. 일출이 오기 15분 전, 구름아~ 사라져주라.
부산에 여러번 왔지만, 돼지국밥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댓국밥과 비슷할 줄 알고 그동안 피해왔는데, 왜 그랬나 싶다. 비계없이 오로지 살코기만 들어 있는 돼지국밥 요거요거 별미다. 담백하게 먹을 자신이 없어, 매콤한 빨간 양념장과 부추무침을 넣어야 했지만, 앞으로 부산에 오면 꼭 찾을 거 같다. 본전돼지국밥은 부산역에서 멀지 않으니 부산역에 도착해서, 혹은 떠날때 국밥 한그릇 먹고 가야겠다.
해운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해운대전통시장이 있고, 시장 내에 떡볶이로 유명한 상국이네가 있다. 해운대 빛축제를 보고 숙소로 가던 중, 밤바람에 언 몸을 녹이고자 매콤달달한 떡볶이를 먹었다.
서울로 가는 KTX를 타기 전, 카페에서 괜한 돈을 쓰지 않고 부산역 코레일 멤버십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낸다. 고로 맞은편에 카페가 있어도 일절 가지 않는다. 기차를 타러 가기 전, 빵집부터 먼저 간다. 그 시작은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여행을 가면 그 지역 빵을 꼭 산다. 군산은 단팥빵, 대전은 명란바게트 그리고 부산은 빵천동으로 유명한 남천동이 있지만 부산역에 있는 비엔씨에서 파이만주와 밤식빵을 샀다. 왜 하나씩만 샀을까? 특히 밤식빵은 적어도 5개는 사와야 하는데, 현재 엄청 후회 중이다.
뜻하지 않게 빛과 함께 한 부산여행, 잊을 수 없는 나만의 역사를 또 만들었다. 여행의 마무리는 언제나 아쉬움이다. 그래서 또 떠날 계획을 세운다. 2019년 마지막 여행지로 부산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제 다시 서울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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