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쟁기념관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저 영화나 게임의 소재로 활용되면 좋은데,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총이나 미사일 등 무기로 싸우는 전쟁도 있지만, 요즈음 쩐의 전쟁이다. 강한자가 더 많이 먹기 위해 약한자를 괴롭히는 외교는 전쟁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잠시 멈췄을뿐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평화의 바람이 소강상태이지만, 다시 강하게 불어왔으면 좋겠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번쯤은 꼭 가봐야 하는 그곳, 전쟁기념관으로 향했다.
학생 신분이었을때 간 거 같은데, 처음 온 듯 모든 것이 새롭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전쟁관련 영화나 게임조차 싫어하는 1인이다. 어벤져스나 스타워즈는 판타지 전쟁영화라 즐겨봤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이나 고지전같은 진짜 전쟁영화는 본 적이 거의 없다. 누구나 전쟁이 없는 평화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은 필수다?! 이래서 전쟁과 평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하나보다.
여러 박물관과 기념관을 다녔지만, 단체 관람객을 제외하고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많았던 곳은 전쟁기념관이 처음인 듯 싶다. 개인적으로 미국으로 여행을 가더라도 전쟁기념관은 안 갈 거 같은데,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곳을 선택했을까? 아~ 무지 디따 많이 궁금하다.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로 유엔창설 70주년을 기념해 6.25전쟁 당시 21개 참전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설칠한 기념비라고 한다. 얼핏 밥상처럼 보일 수 있다고 쳐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얼굴이 화끈거려서 혼났다.
전쟁기념관은 호국추모실, 전쟁역사실, 6·25전쟁실, 기증실, 해외파병실, 국군발전실, 대형장비실 등 7개 실내 전시실과 어린이 박물관, 옥외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람하는데 1~2시간이면 충분할 거 같았는데, 5시간 동안 머물렀다. 구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모든 전쟁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은 전쟁을 치뤘나 싶을 정도로 방대하다.
반구대 암각화. 울산에 있는 선사시대의 바위그림으로 반반하고 매끈한 바위면에 모두 3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고래와 돌고래가 중심이 된 어로 그림과 수렵의 그림들로 구분되며, 들짐승으로는 함정에 빠진 호랑이, 교미하는 멧돼지, 새끼를 거느린 사슴 등이 표현되어 있다. 무조건 보존해야만 하는 소중한 우리 자산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지만, 고구려의 방대한 영토는 당이 요동과 한반도 서북부를 관할했을 뿐 그대로 방치되었다. 발해는 옛 고구려 영토의 주인은 됐다. 초기에는 신라에 사절을 파견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접정지역에서 군사적 충돌도 이어졌다. 신라와 발해 그리고 당까지 평화로운 관계가 유지되기도 했지만, 발해는 거란의 공격을 받아 멸망하게 된다.
전쟁기념관이니 당연히 전쟁 역사만 전시되어 있다. 역사를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몰랐는데, 전쟁만 따로 모아 놓으니 우리도 전쟁을 많이 한 민족이다. 나라의 흥망성쇠에 전쟁은 필수인 거 같다.
조선은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겪은 뒤 국가체제를 정비해 18세기 전후에는 중흥기를 맞았다. 그러나 19세기 서구열강과 일본의 침입으로 조선은 대한제국으로 그리고 나라를 잃었다.
독립군 부대가 병영문에 게양했던 부대기다. 전체를 1/4로 나누었을 때, 좌상 부분에는 노란색과 빨간색, 우상 부분에는 태극기, 아래 부분은 녹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전쟁기념관의 진짜는 지금부터라 할 수 있는데, 앞부분을 너무 오래 관람했나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전쟁 중 마지막 전쟁이길 바라는 6.25전쟁 전시실이다. 현충일을 앞두고 있어 단체로 온 학생들이 많았고, 군인이 되면 전쟁기념관은 필수코스인 듯 군인 관람객도 많았다. 외국인, 초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군인까지 이들은 전쟁기념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린 친구들은 게임 캐릭터를 본 듯 전시관을 즐겁게 뛰어다니기 바쁘고, 해설사와 함께 다니는 이들은 다나까로 대답하기 바쁘다. 외국인은 영상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바라본다. 어린 친구들처럼 전쟁을 그저 게임 속 배경으로 받아들이는 참 좋으련만, 보는내내 아프고 힘들었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서울 탈환의 교두보를 마련한 국군과 유엔군은 진격을 계속해, 3개월(9월 28일) 만에 수도 서울을 되찾았다.
국군과 유엔군은 1950년 10월, 민족의 숙원인 국토통일의 염원을 안고 38도선을 돌파한 후 압록강과 두만강을 향해 북진작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중국이 개입함으로써 전쟁의 방향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고, 통일의 꿈은 다시 한번 좌절을 겪게 된다.
정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에 유엔군사령관 클라크대장, 북한의 김일성, 중공군사령관 팽덕회의 이름으로 조인되었다. 전쟁 당사국이었던 우리 정부가 정전협정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6.25전쟁이 유엔결의에 의해 수행된 유엔의 전쟁이었기 때문에 유엔군사령관이 한국 및 유엔참전 16개국을 대표하여 정전협정에 서명하게 되었다.
6.25 전쟁실3은 유엔참전실로 유엔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전쟁과 가족, 우정, 사랑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해외파병실에는 베트남 전쟁 및 해외 파병, 세계평화 유지 활동상이 전시 되어 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전쟁기념관은 룰루랄라하면서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불편하고, 괴롭고, 아프지만, 잊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역사의 반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층 국군발전실에는 창설부터 현재까지 국군의 역사와 무기발달사가 전시되어 있다. 전쟁 영화나 게임을 좋아한다면, 미칠(?) 듯 좋아할 거 같다. 관심이 단 1도 없는데도 우와~하면서 감탄사를 연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전시실과 달리 집중력이 떨어졌을때 오는 바람에, 대충 보고 나왔다. 전쟁기념관에 처음 간다면, 1층이 아닌 3층에 있는 국군발전실부터 관람을 하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전쟁기념관 실내 관람은 여기가 끝, 실외에 있는 옥외전시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특별기획전시를 만났다.
6월 9일까지 했으니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강한 국방이 열어가는 평화의 길" 특별 기획 전시회다.
1953년 정전 협정이 체결된 후, 남북당국이 처음 마주하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7·4 남북공동성명 / 1972년 7월 4일)
서로를 인정하는데 다시 20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 1991년 12월 13일)
남북의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을 갖는데 다시 10년이 흘렀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 / 2000년 6월 15일)
그리고 20여 년이 더 지나서야 9·19군사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남북 군사당국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었던 그 날은 절대 잊을 수 없을거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바았고, 함께 도보다리를 걸었고, 나란히 단상이 서서 한반도 평화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했는데, 일년이 지난 지금 강도는 약해졌지만 평화의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겠지?!
남과 북의 감시초소(GP)는 비무장지대의 주요 고지마다 대립의 상징으로 존재했다. 소리 치면 들릴 듯한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늘 의심의 눈초리로 서로를 경계했다고 한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 내에서 모든 GP를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노란깃발은 남북의 현장검증 반원들과 안내요원들이 만날 장소를 표시하기 위해 군사분계선 상에 설치했던 이정표다.
노란 깃발이 꽂혔고, 그 아래서 남북의 군인들이 악수를 나눴다. 처음으로 남북 군인들이 오솔길을 따라 상대측의 땅을 밟았다. 어깨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으로, 심하게 흔들렸는데도 보는내내 뭉클했다.
남북군사당국은 11개의 철수 대상 GP중 보존가치가 있는 각각 1개소의 GP 시설물을 보존하기로 합의 했다고 한다. 우리 측은 역사적 상징성과 보존가치, 향후 평화적 이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동해안 지역에 위치한 GP를 선정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저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그런 날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다. 동해안 GP보다 먼저 영화 촬영소가 아닌 진짜 공동경비구역(JSA)에 갈 수 있을 거 같다. 1953년 이후 65년(2018년 10월 25일)만에 JSA내 모든 화기 및 탄약, 초소 근무를 철수 했으니깐.
팜플렛 마지막 장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 평화를 만드는 원동력은 강한 군대입니다." 전쟁을 하려면 군대가 있어야 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도 군대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 거 같다. 그동안 전쟁만을 위해 준비를 했다면, 이제는 평화의 수호신으로 국민과 나라를 지켜주는 군대가 됐으면 좋겠다. 정전을 지나 종전으로 그리고 평화까지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꼭 될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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