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수목원 그리고 항동철길
가까운 곳이다보니 자연을 만끽하고 싶을때면 자연스레 항동으로 발길이 향한다. 봄이나 가을에 주로 가는데, 장미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초)여름에 갔다. 늘 정해진 코스대로 움직였는데, 이번만은 예외다. 장미부터 보고 싶으니깐. 항동에 있는 푸른수목원이다.
천왕역에 내려 항동 기찻길을 걸어서 푸른수목원까지 가야 하지만, 이번에는 후문에서 내렸다. 왜냐하면 장미원이 후문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확실하니 바로 장미원부터 갔다. 장미의 꽃과 잎 모양을 딴 부지에 69종의 장미를 심은 곳으로 푸른수목원의 대표 정원이라고 한다. 올림픽공원 장미광장을 다녀온 후라, 확실히 규모가 작다. 그래도 가까우니깐.
꽃의 여왕답게 우아하고 탐스럽다. 올림픽공원과 달리 푸른수목원에 핀 장미는 유독 향기가 강하다.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으니, 일당백의 정신으로 지지않기 위해 향기를 더 많이 내뿜고 있는 듯.
많이 알려진 곳이 아니라서 주말인데도 한산하다. 오랫동안 한곳에서 포즈를 취해도 누구 하나 짜증내는 이가 없다. 사람이 없으니 과감한 포즈도 자연스럽게, 저들처럼 할 자신이 없으니 묵묵히 장미만 바라봤다.
향기가 진한만큼 어찌나 벌이 많던지, 인간이 옆에 있던말던 열일 중이다. 벌에 쏘이면 아야~하니, 줌으로 당겨서 찍고 바로 이동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장미만 있고 이름이 적혀있는 푯말이 없다. 요즘 꽃이름에 QR코드까지 있어 그 자리에서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는데, 그게 없다. 69종의 장미가 있는데, 푯말이 3~4개뿐. 너의 이름은 '참 오브 파리'
자외선이 무서운 어른이는 선글라스에 양산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는데, 아이들은 태양을 피하지 않고 거침없이 뛰어다닌다. '오늘따라 니들이 정말 부럽다.'
장미의 종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도 15,000여종에 이른다고 한다. 갑자기 든 생각, 모든 종류의 장미를 다 볼 수 있을까? 장미 이름도 모르면서 허무맹랑한 생각이다.
벌에 나비까지 계속 개무시(?)를 당하고 있는 중이다. 인기척을 과하게 내지 않기도 했지만,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아니한다. 그 덕에 멋진 장면 담았으니 개무시의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푸른수목원에는 항동저수지가 있다. 가을에는 멋진 갈대숲으로, 여름에는 온통 푸르름이다. 나무 데크길을 지나,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그곳으로 출발이다.
정문을 나와 주차장을 지나면, 항동철길이 나온다. 원래대로라면 저끝에서 이쪽으로 걸어와야 하는데, 이번은 예외이니깐. 기찻길은 이따가 만날 예정이니, 다시 수목원으로...
잔디마당에는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라 키다리 수양버들이 있다. 지난 봄에 왔을때는 숱(?)도 적고 색상도 연했는데, 그새 폭풍성장을 했는지 터프(?)해졌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비밀의 정원같은 장미원도 있지만, 곳곳에 꽃이 참 많다. 참, 푸른수목원은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쓰레기배출을 하고 있는 친환경 수목원이다. 휴지통이 없어 불편할 수 있지만, 되갖고 가면 된다. 그런데 굳이 버리겠다고 화장실에 있는 조그만 위생용품수거함에 다 꾸역꾸역 버리고 싶을까?
멀리서 봤을때는 모형인 줄 알았는데 진짜 나무가 맞다. 이곳은 프랑스 정원.
딱 보는 순간 설마했는데, 예감이 맞았다. 미로원이라는데, 딱히... 허들을 하듯 뛰어넘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친환경 수목원이다보니 벌과 나비에 뱀도 있단다. 그런데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푯말이 보이면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다.
산수국인 거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구글 이미지 검색은 레몬 벨가못이라고 나왔다. 조팝나무 꽃이라고 하네요.^^ 본격적인 여름이 왔으니, 장미를 보내고 수국와 연꽃을 맞이해야 한다. 서울에는 수국 군락지가 별로 없는 거 같으니 멀리 가야 하고, 연꽃을 보려면 뙤약볕에 한참을 서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위까지, 개인적으로 4번째로 좋아하는 여름이 왔다.
푸른수목원 옆으로 항동 기찻길이 있다. 장미를 보러 갔지만, 장미만 보고 올 수는 없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며, 6월의 어느 주말 오후를 만끽했다. 한여름은 건너뛰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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