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7017 야경 회현역에서 만리동으로
서울로7017는 대여섯번 정도 온 듯 한데, 밤에 온 거 오랜만이다. 지난해 맛보기로 잠시 들렸던 적은 있지만, 회현역부터 만리동까지 전코스 야경 촬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간 흐름에 따라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다리 위는 사파이어 불빛으로 넘실댄다.
야경은 가을과 겨울이 좋지, 봄과 여름은 햇님이 퇴근을 너무 늦게 한다. 6시면 어둑어둑해야 하는데, 5월 일몰시간은 7시 45분이다. 시간 맞춰 왔는데, 낮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밤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애매하다. 더 어두워질때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걷다보면 어두워질 거 같아 느리게 걷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내려 철수를 할까 했지만, 왔으니 직진이다. 중간에 우산이 필요할 정도로 내리기도 했으니, 전체적으로 똑똑똑~ 가볍게 노크하는 수준으로 내렸다. 회현역에서 만리동까지 추울발!
서울시에서 한 도시재생사업 중 마포문화비축기지 다음으로 서울로7017를 좋아한다. 오래되고 낡았기에 철거를 했다면, 다리 밑으로 차가 지나다니고 다리로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경험은 못했을 거다. 차와 사람이 같이 다니는 고가다리는 많지만, 사람만 다니는 다리는 글쎄 찾아보면 있겠지만, 도시재생으로 태어난 다리는 서울로7017이 유일무이이지 않을까 싶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서, 서울로7017는 사파이어 불빛이 깔린다. 밤이 되니, 여름같았던 한낮은 선선한 봄밤이 됐다. 걷기 딱 좋은 봄밤이다.
사파이어 불빛같아서 좋긴 한데, 왜 푸른 조명으로 했을까? 눈의 피로를 줄이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이딴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 전문가가 아니니 패스.
서울로7017에서 야경 찍기 좋은 포인트는 다리 아래 차선이 훤히 잘 보이는 지점이다. 그곳에 서서 조리개 값을 7.0~10.0으로 하고 담으면 꽤 괜찮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건 뭐다. 바로 삼각대다. 야경을 제대로 담기 위해서 삼각대는 필수다. 소니알파7은 삼각대가 없지만, 럭셔리 똑딱이(소니rx100mk6)는 삼각대가 있다. 원래는 스마트폰용 삼각대인데, 똑딱이용으로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서 갖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남들처럼 삼각대를 멋지게 펼쳐놓고 찍어야 하는데, 바람이 불면 고가 아래로 떨어질 거 같은 극세사(?) 다리라서 짐벌처럼 사용했다. 그래도 삼각대있어 덜 흔들렸고, 몇 장 정도 맘에 드는 사진을 건졌다.
의식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이다. 첫사진과 비교하니, 확실히 많이 어두워졌다. 비에 바람까지 좋은 날은 아니었지만, 아경을 찍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전진했다. 무지 거창해 보이지만,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만리동 방향으로 가야했기에 그냥 찍었다.
누구나 연주를 할 수 있는 피아노. 한때 체르니 50까지 갔고, 콩쿨을 나가니 마니 했던 실력자이지만, 지금은... 고양이의 꿈 정도는 자신있게 친다.
삼각대가 없었더라면, 엄청 흔들렸을텐데 있어서 그나마 건질 수 있었다. 마왕이 부른 도시인이 생각난다. "아침에 우유 한잔, 점심에 패스트푸드~♬" 퇴근시간 차량 정체가 풀린 밤 8시 서울역 앞 도로는 신호대기에 멈출뿐 막힘이 없다.
밤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는 반면, 밤이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다. 선명하고 생생한 꽃이 보고 싶다면, 밤이 아니라 낮에 와야 한다. 대신 멋들어진 야경을 볼 수 있으니 괜찮지 아니한가.
만리동이 가까워질수록 어둠은 짙어졌고, 사파이어 불빛은 진해졌다. 그리고 5월의 여왕이라는 꽃내음이 진동을 한다. 그래 맞다. 자작나무 구간이 지나면, 장미 구간이다.
조명발은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가 보다. 조명발 제대로 받은 장미, 더 한층 요염하고 매력적이다. 그런데 뒤에 보이는 드라마 미생 촬영지 건물 영상은 뭐지? 이게 바로 신스틸러!
앞으로 가다말고, 뒤를 돌아 걸어왔던 길을 본다. 인생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때론 뒤를 돌아볼 필요도 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번쯤은 되짚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다시 앞으로 전진이다. 저 길 끝에는 만리동이다. 그리고 서울로7017의 종착지다.
1킬로가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회현역에서 만리동까지 오는데 한시간이 걸렸다. 걷기운동은 아니라 산책이다. 느리게 천천히 걸으며 서울의 야경을 제대로 즐겼다. 서울의 중심에서 즐기는 아경, 꽤나 괜찮다. 가을쯤 튼튼한 삼각대와 함께 다시 오고 싶다.
'멋을찾아서 > in se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식물원 그래 잘~ 생겼다 (26) | 2019.07.08 |
---|---|
고척근린시장 현금없이 제로페이로 장보기 (feat. 백백분식) (20) | 2019.07.04 |
몬스터 VR테마파크 현실인듯 현실아닌 짜릿한 가상현실 (20) | 2019.06.18 |
푸른수목원에서 장미를~ (feat. 항동철길) (28) | 2019.06.14 |
전쟁기념관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14) | 2019.06.11 |
서울로7017 야경 회현역에서 만리동으로 (22) | 2019.06.04 |
올림픽공원 장미광장 장미에 빠져빠져~ (28) | 2019.05.28 |
경춘선 숲길 기찻길 옆으로 푸르름이 가득 (feat. 화랑대 역사관) (22) | 2019.05.22 |
성안마을 강풀만화거리 느리게 걸을 수 밖에 없는 골목길 (34) | 2019.05.10 |
벚꽃마중 5탄 봄비 내리는 도림천 벚꽃길 (18) | 2019.04.15 |
벚꽃마중 2탄 석촌호수 벚꽃축제 (12) | 2019.04.09 |
서울로는 개장 즈음에 처음가고 그 뒤로 2번을 더 갔는데
야간에는 가 본적 없네요..
야경도 한번 서울로에서 보고 싶습니다.^^
정말 이렇게 걷기좋은 저녁 불빛들을 보면서 걷고싶네요!!
여기 가보고 싶었는데. 사진으로나마 대리만족 합니다 ^^
서울로7017....낮에는 몇번 들리기도했었지만 '까칠이님'은 야경을 담아주셨군요.
한낮에 열기를 피해 이런 촬영도 좋은 듯 싶네요.
이제는 제법 나무들이 푸르러서..게다가 야간의 조명이 파란색이라서 훨씬 시원해보입니다.
걷고 싶어지는 불빛이에요
야경 정말 예쁜데요. 연인과 부부사이에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장소군요.
서울 7017이 뭐지~? 했었는데 사진보니 알겠네요.ㅎㅎ
야경을 제대로 즐기셨네요~
저는 밤을 무서워해서 혼자서는 밤에는 잘 나가지 않는편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야경사진도 거의 없고 삼각대도 없고..
양파님 야경보니 밤나들이 하고 싶어지는데요...^^
곧 현충일이자 쉬는 날이 다가오네요! ㅎㅎ 오늘 하루 마무리 잘하시고 좋은밤 되세요 공감 누르고 갑니다~
아름다운 야경....
잘 보고갑니다.
여긴 조성되기전에는 많이다녔는데 조성되고는 영 갈일이안생기네요, 야경이 참 좋네요ㅎ
요즘 같은 때 걸으면 좋겠네요. 사진 찍으신 시간처럼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에요~^^ 출근 때마다 그 밑을 차로 지나긴 하는데 아직 걸어보진 못했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