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판이었다면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오롯이 닭갈비만을 숯불로 해서 2인분 먹는데 성공했다. 막국수의 유혹은 뿌리치기 어려웠지만, 음식을 남기면 안된다. 막국수가 들어갈 공간이 생기면 먹어야지 했지만, 결국 나의 위는 숯불닭갈비로 가득찼다. 춘천에 있는 조약돌 숯불닭갈비다.
숯불닭갈비,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했던 이유다. 기차를 타면, 무조건 삶은계란이나 유부초밥을 먹는데 이번에는 꾹 참았다. 여기 올때까지 두어번 극심한 허기짐이 왔지만, 깡생수로 버텼다. 왜냐하면 혼자서 2인분을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춘천역에 내려 여기까지 도보로 15분 정도 걸린다. 춘천에서 먹는 닭갈비, 이게 얼마만인가 싶다.
예상은 했지만, 이날 첫손님은 나.
연예인 사인인 줄 알았는데, 평범한 손님들의 사인과 그리고 ...
혼자라서 안된다고 할까봐, 신발을 벗기도 전에 혼자 왔지만 2인분 먹을게요라고 말했다. 첫손님인데 1인분만 달라고 하는 진상은 되기 싫었다. 아무나 못한다는 고깃집에서 혼밥, 지방에 오면 혼밥력은 만렙이 되므로 당당히 들어갔다.
춘천에 있는 많고 많은 닭갈비 집 중 여기를 선택한 이유는 현지인을 통해 총 5곳의 식당을 추천 받았다. 그중 3곳은 춘천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서 제외, 남은 두 곳중 이집은 있지만, 그집은 없었다. 메뉴판 맨 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메뉴 꼬꼬 목살이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중 주인장이 추천한 양념으로 그리고 세가지 매운맛 단계 중 두번째를 선택했다. 숯불닭갈비 1인분(11,000원)과 목살 1인분(13,000원)을 주문했다. 막국수도 함께 먹고 싶었지만, 그만큼 위대하지 않음을 알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닭갈비 맛있게 굽는 방법이란다.
기본 상차림
동동주 아님 주의, 살얼음 동동 동치미다. 그리고 부추와 쌈무, 쌈채소, 마늘, 양파, 오이피클, 간장, 쌈장이다.
기본찬이 나오고, 곧이어 닭갈비가 등장하나 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양념은 미리 했을텐데, 왜이리 늦나 했더니 아무래도 조약돌을 데우느라 그랬던 거 같다. 망까기를 하면 딱 좋을 평평한 검은 조약돌이 불판과 같이 나왔다. 양념이라서 금방 탄다는 단점이 있는데, 조약돌은 그 시간을 벌어준다고 한다. 하지만 잘 살피지 않으면, 그냥 불판이든 조약돌이든 고기는 까맣게 탄다.
어느 부위라고 물어보니, 닭다리살이라고 한다. 껍질쪽이 조약돌에 닿게 올린다. 혼자했다면, 암에 걸리기 딱 좋게 구웠을텐데, 직원이 해줬다.
닭갈비는 타지 않게 굽는게 키포인트인 거 같다. 즉, 빠른 손놀림이 필요하다.
어떻게 구워야 하는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 후, 조약돌에 빠지지 않게 길게 자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직원은 주방으로 사라졌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시작은 했지만, 마무리는 스스로 해야한다. 지금까지 태우지 않았으니, 마지막까지 잘 해내리라~ 참, 넙데데한 닭다리살 뒤에는 길쭉한 닭목살이다.
혼자가 아니라면, 닭다리살을 3등분으로 잘랐을텐데, 혼자이니 2등분이다. 처음에는 자르지 말고 그냥 먹을까 하다가, 이건 좀 아닌 듯 싶어 다리살만 자르고, 목살은 자르지 않았다.
태우지 않고 굽는데는 성공했는데, 양념이라 다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때부터 같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다 익었나요?"
그렇게 두어번 같은 질문을 한 후, 16시간의 간헐적 단식이 끝났다. 잘 익은 닭다리살을 부추와 함께 먹는다. 보기와 달리, 맵지 않다. 다리살 특유의 기름진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불타오른다. 숯불이지만 조약돌때문인지, 불맛은 약하지만 육즙이 빠지지 않아 촉촉하다.
쌈이 빠지면 서운
치즈떡과 닭갈비 그리고 쌈무다. 새콤하고 아삭한 쌈무가 좋긴한데, 개인적으로 부추만 곁들어서 먹는게 가장 좋았다. 닭갈비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니, 굳이 무언가를 더하고 싶지 않았다.
등이 굽은 건 새우뿐인 줄 알았는데, 잘못 구운탓에 길쭉한 목살이 휘어졌다. 원래부터 목살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렇게 살이 많은 부위였나 싶다. 뼈가 많아서 살은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오호~ 뼈를 어떻게 발라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오동통한 목살은 처음이다. 늘 뼈로 인해 그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없었는데, 오롯이 살만 먹으니 확실히 느껴진다. 닭다리살이 기름진 부드러움이라면, 닭목살은 쫄깃한 부드러움이다.
두마리 닭을 쌈으로 순삭
벌써 끝인가 싶지만, 나에게는 아직 닭 5마리의 목살이 남아있다.
한꺼번에 굽지 않고 남겨두기 잘한 거 같다. 태우면 안되니, 자주자주 뒤집었고, 먹는 타이밍은 직원에게 다시 물어봤다.
개인적으로 닭발은 뼈가 있어야 하지만, 닭목살은 뼈가 없어야 한다. 그나저나 어떤 방법으로 뼈를 제거했을까? 무지 궁금하지만, 우선 먹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춘천에 와서 닭갈비 먹기 잘했다. 철판이 아니라 숯불을 선택하기 잘했다.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목살이 이리 좋은지 새삼 다시 알게 됐다. 막국수는 아쉽게 놓쳤지만, 춘천 숯불닭갈비만은 원없이 즐겼다. 그나저나 소금구이는 어떤 맛일까? 알기 위해서는 한번 더 가는 수밖에 없다.
자알~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겸 죽림동 성당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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