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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을지병원 교차로 부근에 송탄부대찌개라는 곳이 있다. 이름이 그러하니, 다 같은 맛일 줄 알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먹으니, 이름만 송탄일뿐, 서울식 부대찌개라는 결론을 내렸다. 산지가 중요하듯, 현지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기에 송탄부대찌개를 처음 먹었다. 어디서 송탄에 있는 김네집에서다.

 

김네집은 기찻길에서 멀지 않다보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점심무렵에 잠시 들렸는데, 예상하던대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곳은 다 한산한데, 여기만 바글바글이다. 이때만 해도 못 먹을거라고 생각했었기에, 그림의 떡이구나했다. 부대찌개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니 안먹어도 괜찮아 하면서 이곳을 떴다. 

 

앞일은 모른다더니, 몇시간 후 이렇게 다시 찾을 줄 아주 살짝 예상은 했지만, 암튼 몰랐다. 해가 일찍 지는 바람에 밤인 듯 싶지만, 늦은 오후다. 

 

우와~ 번호가 지나면 재발행을 해야 한단다. 여전히 인기가 많긴 많나보다. 포장은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식사는 11시부터 10시까지다.

 

밖에서 봤을때는 1층만 있는 줄 알았는데, 2층이 있다. 먼저 올라간 그분따라 2층으로 가는 중이다.

 

오호~ 딱 퍼질러 앉아서 녹색이를 마구마구 마셔야 할 거 같은 분위기다. 혼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여기서는 못할 거 같다. 

 

메뉴판에는 1인분 가격으로 나와 있지만, 주문은 2인분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둘이 왔으니, 당당하게 "부대찌개 2인분 주세요." 메뉴판 옆에는 김네집 부대찌개 맛있게 먹는 방법이 나와 있다. 나중에 찍어야지 하면, 꼭 안찍는다. 

 

확대를 해서 보니, 내용은 이렇다. 부대찌개를 주문한다. 뚜껑을 열어서 사진을 찍어도 좋지만, 안하는게 더 좋다. 끓여서 넘치면 뚜껑을 열지말고 불을 줄인 후 이모를 부른다. 이모가 마늘을 넣고 잘 저은 후 1분 정도 지나면 먹어도 된다. 라면은 처음부터 넣지 말고, 어느 정도 먹은 후에 육수추가와 함께 라면사리를 주문하면 된다. 혼자 왔다면 그대로 따라했을텐데, 전문가가 옆에 있으니 그냥 쳐다보면서 사진만 찍었다. 

 

서울에서 먹을때는 3~4가지 반찬이 나오던데, 여기는 오직 김치뿐이다. 

 

냄비조차 현지는 다르다. 

 

아무래도 잘 끓고 있나 확인하려고 했던 거 같은데, "이모님 잠시만요"하고는 후다닥 담았다. 우선 비엔나 소시지가 보이고, 노란 체다치즈는 2장 그리고 다진 고기에 파와 양파가 들어있다. 서울서 먹었던 부대찌개와 다른 점, 국물이 적고 건더기가 많다. 

 

역시나 뚜껑을 열지 않았다. 마늘을 넣기 위해 이모가 오셨을때 또 후다닥 담았다.

 

마지막에 마늘을 넣었기 때문일까? 덜 느끼했고, 무지 칼칼했다. 마늘을 넣고 휘저은 후, 1분 정도 더 기다리면 된다. 먹기 전까지 모든 과정을 이모가 다 해주기 때문에 그저 기다리면 된다. 

 

국물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은근 많다. 더불어 건더기도 무지 많다. 2인분인데 3인이 먹어도 충분할 듯 싶다. 왜냐하면 밥이 함께 나오고, 이따가 라면을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엣지있게 검은 콩은 하나다. 그리고 녹색이가 없으면 반칙.

 

적당히 덜어서 처음부터 밥에 쓱쓱 비벼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된다. 

 

비엔나 소시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스햄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 마늘의 효과인 거 같다. 치즈, 소시지, 햄은 본연의 향이 강한 녀석(?)들인데, 마늘이 다 잡아 버렸는데 순둥이(?)가 됐다.  

 

염도가 약한 녀석들이 아니니, 밥과 함께 먹으면 더 좋다.

 

오늘만 나트륨 폭탄을 허하노라. 김치까지 올려서 야무지게 냠냠. 찌개나 볶음밥을 단 하나의 맛으로 만들어 버리는 김가루가 김네집에는 없다. 있을때는 몰랐는데, 없으니 부대찌개 맛을 더 느낄 수 있어 좋다. 

 

무조건 라면사리는 처음부터라 알고 있었는데, 현지 송탄부대찌개는 마지막이다. 라면사리를 주문하면 육수를 리필해준다.

 

오호~ 신라면이 라면사리다. 면만 넣을뿐 스프는 넣지 않는다. 그래서 이집에는 라면 스프가 많다고 한다. 혹 필요하다면, 주인장에서 부탁을 하면 주지 않을까 싶다. 

 

라면을 넣는다. 

 

아마도 이렇게 라면을 끓이지 않을텐데, 맛깔스런 사진을 위한 그분의 배려에 감동~~

 

앞으로 부대찌개 먹을때, "원래 라면은 마지막에 넣는거야. 너 송탄 가봤어? 난 가봤잖아" 하면서 잘난척 좀 해야겠다. 

 

늘 혼자하다가, 누가 해주니깐 어색해.

스프없이 부대찌개로만 끓인 라면, 신라면인데 전혀 신라면스럽지 않다. 칼칼한 부대찌개 국물을 흠뻑 먹은 라면은 배가 부르는데도 술술 들어간다. 

 

라면 + 김치 + 햄 = 나름 만들어본 나만의 삼합.

 

부대찌개만 먹을때는 몰랐는데, 건너편 테이블에서 로스를 주문했나 보다. 같은 냄새만 나던 2층 공간에 꼬소한 빠다향이 진하게 나더니, 잠시후 부대찌개에서는 맡을 수 없었던 이국적인 향이 모든 냄새를 다 잡아버렸다. 거기에 철판에서 익어가는 고기 소리와 함께 입만 여기 있을뿐, 눈과 귀와 코는 어느새 건너편 테이블로 가버렸다. 아무래도 송탄 먹부림 여행 2탄을 준비해야할 거 같다. 이번에 놓친 미스진 햄버거와 송탄붕어빵 그리고 김네집 로스 먹으러 다시 떠나야겠다. 더불어 현지인이 강력 추천한 포장마차 튀김까지, 곧 다시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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