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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본고장인 포항까지 가서 못 먹고 온 건 느무느무 아쉽지만, 내탓이니 어쩔 수 없다. 대신 과메기 시즌때 어디 가서 먹어야 할지 찾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찾았으니깐. 지금은 오징어물회를 먹지만, 시즌이 오면 과메기 먹으러 다시 가리. 제일국수공장 국수만 사용하는 할매식당 주인장이 추천한 곳, 진강수산이다.

 

아무 정보없이 왔는데, 간판을 보니 한국인의 밥상 과메기편과 서민갑부에 나온 곳이란다. 방송에 나온 곳에 대한 믿음은 약하지만, 현지인이 추천한 곳이니 들어갔다. 딱히 다른 곳을 찾아 다니는 것도 귀찮고, 할매국수집에서 걸어서 1~2분 가까우니 좋다.

 

간판에 아구요리 전문점이라고 나와 있어 여기가 맞나 싶은데, 수조 속에서 놀고 있는 오징어를 보고 안심을 했다. 그러나 저 붉은 홍게는 그림의 떡이다. 

 

브레이크 타임이라 안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들어오란다. 쉬고 있는데 죄송하다고 하고, 할매국수집 사장님 추천으로 왔다고 했다. 왠지 이렇게 말하면 잘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때문에... 

 

포항이 아구도 유명한가? 강원도에서 시가여서 못먹었던 오징어물회가 여기는 15,000원이다. 오호~ 추천도 받았고, 가격도 좋으니 아니 먹을 수 없다. "오징어 물회 주세요."

 

고구마줄기볶음, 부침개, 멸치볶음, 해초무침, 도라지무침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홍게,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오징어물회를 주문했는데, 혹시 잘못 나왔나 싶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기본으로 나오는 거란다. '오호라~ 이거 참 좋구먼 좋아.' 그래도 이거 넘 과한데요 했더니, 금어기가 끝나서 가능하다고 한다. 구룡포시장에서 부터 박달대게는 꿈조차 꿀 수 없었고, 홍게도 그림의 떡인 줄 알았는데, 그림이 진짜가 되어 내 앞에 짠하고 나타났다.

 

아니 마실 수 없는 법. 경북지역 녹색이는 맛있는 참.

게맛이, 게맛이 진짜 끝내줘요다. 홍게 중에서 단홍게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암튼 게맛이 달달하니 누군가 꿀을 잔뜩 바르고 도망간 거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대게를 먹는구나 싶다. 꽃게랑은 확연히 다르다. 

 

이게 15,000원이라니, 그저 과분할 따름이다.

물회는 주문하면 매운탕이 나온단다. 그런데 과메기를 제껴버린 오징어물회가 나왔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홍게를 먹어야 하니깐. 게 다리는 몇개? 총 10개다. 혼자서 다리에 몸통까지 먹으려면, 오징어물회는 잠시 모른척 해도 좋을 거 같다.

 

처음에는 담백하고 달달한 다리만 먹다가, 게딱지 속에 숨어 있는 내장의 도움을 받는다. 단홍게라 그런지, 내장 역시 달달 고소하다. 천연 조미료인 홍게의 내장, 이보다 더 맛날 수 없다. 

 

다리만으로도 충분한데, 몸통에도 엄청난 게살이 숨어 있다. 언제 다시 먹을지 모르니, 마치 마지막인 거처럼 남김없이 야무지게 먹었다. 오징어물회는 잊은지 오래, 지금은 홍게에 흠뻑 빠져 있다. 

 

마무리는 게살볶음밥이 아닌, 게내장비빔밥이다. 게딱지에 숨어 있는 내장을 긁어모아서 밥과 비빈다. 그런 후에 마지막 남은 다리살을 올리면 끝. 이렇게 호사스럽게 먹어도 되나 싶다. 그동안 먹었던 혼밥과 혼술 중 단연코 으뜸이다. 

 

홍게와의 추억은 가슴 속에 묻어두고, 오징어물회를 만날 차례다.

'잠시 홍게에 미쳐 너를 잊어구나. 미안하다.' 단순한 오징어물회가 아닌 전복이 들어간 오징어물회다. 회와 육수가 따로 나온다는 건, 회부터 먹으라는 의미다. 

 

전복의 탱글거림과 오징어의 쫄깃함이 솰아있다. 굳이 물회가 아니라 이렇게 먹어도 충분할 거 같지만, 참아야 한다. 물회이니 물회답게 먹어야하니깐.

 

물회 육수 들어갑니다~
오이, 배 등 채소와 회를 잘 섞어주면 된다.

때깔에 비해 육수 맛이 강하지 않으니, 튀지 않고 조화롭다. 즉, 회와 채소와 육수가 우리 참 잘 어울려요를 보여주고 있다. 탱글거림과 쫄깃함 여기에 채소의 아삭함까지 더해지니, 식감 강패 등장이다. 

 

물회의 마무리는 탄수화물 피처링이다. 국수와 밥이 다 나오는 곳도 있지만, 여기는 밥만 나온다. 어차피 애피타이저로 국수를 먹었으니 괜찮다. 얼마남지 않은 물회에 밥을 말아서 먹으면, 이또한 별미다. 

강원도에서는 시가라서 못먹었던 오징어물회를 포항에서 먹게 됐다고 주인장에게 말하니, 여기도 시가로 파는 곳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집은? 주인장 왈, "아버지가 도매업을 해서 이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홍게와 오징어물회때문에 천덕꾸러기가 됐던 매운탕. 나쁘지 않았지만, 다른 녀석(?)들이 워낙 쟁쟁해서 어쩔 수 없었다.

 

포항여행의 마지막으로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나저마 당분간 이 맛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물회는 생각하지도 말아야겠다. 포항은 참 맛있는 곳이며, 과메기 시즌이 오면 다시 갈 곳이다.

진강수산에서 오징어물회를 주문하기 전, 메뉴판에 과메기가 있기에 되냐고 물어보니, 과메기 철이 아니라서 없단다. 작년에 만든 과메기를 냉동보관해서 파는 곳이 있지만, 겨울에만 판매를 한다고 한다. 여행을 할때 같은 지역을 가도, 같은 식당은 가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먹을데가 많아서다. 분명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메기 먹으러 포항에 다시 간다면, 어김없이 진강으로 간다. 백번의 검색보다는 내 입맛을 믿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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