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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는 3곳의 수산시장이 있는데, 교동, 수산물특화 그리고 여수수산 시장이다. 어딜가나 여수 해산물을 만날 수 있지만, 내 선택은 여기다. 지난 1월 화재로 인해 임시판매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그곳, 여수수산시장이다. 다음달에 재개장을 한다고 하던데, 두번 다시 화재와 같은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복구가 한창인 여수수산시장이다.  



원래 시장은 여기지만, 지금 아니 이번달까지는 임시판매장에서 운영을 한다. 



원래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임시판매장이 있다. 



화재는 정말 한순간이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참 다행인건 상인분들의 표정이 밝다. 속은 새까맣게 타버렸을텐데, 서울서 왔다고 하니 "멀리서도 왔네"하면서 좋은 물건 많으니 찬찬히 둘러보란다. 



한창 복구 중인 곳 옆으로 펼쳐진 길다란 천막은 건어물을 취급하는 임시판매장이다. 



건어물 임시판매장을 지나면, 좀 전에 지나왔던 그곳이 나온다. 저 건물이 아니라, 요 천막이 바로 여수수산시장 임시판매장이다. 



여수수산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수산물 특화시장이 있다. 시설은 저기가 훨씬 좋아보이지만, 여기 온 목적은 여수수산시장이니깐,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저 멀리에 보이는 다리는 돌산대교.



여기가 시장 뒷편인가? 복구가 한창인데, 화재 피해를 입지 않은 1층 점포는 영업을 하고 있다. 



여수답게 돌산갓김치 점포가 있고, 



맛깔난 건어물 점포도 있다. 여기까지는 건물 밖 점포 모습이다.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는데, 화재는 정말 한순간이다. 그동안 뉴스로만 접했는데, 와서 보니 얼마나 심각했는지 더 실감이 났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구경만 할 수는 없는법. 다시 임시판매장으로 들어왔다. 수조 안에 가득가득 맛난 횟감이 즐비하다. 



여수도 갈치가 유명하다. 오른쪽보다 왼쪽이 더 토실토실하고 튼실해 보인다. 갈치가 저거구나 했는데, 역시 물건 볼 줄 모른다. 주인장 왈, "왼쪽은 수입산이고, 오른쪽이 낚시로 잡은 갈치야." 5만원에 6마리인데, 서울서 왔다고 하니 한마리를 더 준단다.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직접 들고 갈 수 없으니, 택배가 되냐고 물어봤다. 당근 된단다. 얼음포장을 해서 절대 상하지 않게 잘 포장해서 보내주겠단다. 


여기까지 들은 후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동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다음날 오후에 받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하루가 걸리니 혹시 얼음이 녹지 않을까? 생물이라서 신선도가 생명인데, 이거 괜찮을까? 혼자 결정할 수 없어 집에 전화를 했더니 직접 들고 올 수 없으면 관두란다. 진작에 전화할 걸, 혼자서 고민을 너무 오랫동안 했다. 그랬더니 배가 고프다.



이제부터 또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뭐 먹지? 원래 계획은 6월 제철생선 중 하나인 병어다. 제철이니 찜이나 구이가 아니라 회로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점포를 가더라도 수조 안에서 살아서 놀고 있는 병어가 없다. 병어는 잡자마자 바로 죽어서, 산 병어를 구하기가 힘들단다. 회로 먹기도 하지만, 정말 신선해야 가능하단다. 이상은 보성횟집 주인장 말씀이다. 


수산 시장 점포들은 어종에 매장 규모에 가격까지 비슷하니, 미리 알고 있던 곳이 아니라면 아무데나 가도 된다. 그런데 사람 맘이 참 이상하다. 보성군 벌교읍에 사는 지인과 함께 왔다는 이유만으로 보성횟집을 선택했다. 이래서 수산시장 점포명에 지역이 들어가나보다. 



싯가는 도대체 얼마일까? 싯가라고 하면 물어보기 조차 겁이 난다. 



병어회 다음으로 먹고 싶은 건 갯장어 샤브샤브다. 여수에서는 하모라고 불리우는데, 요게 여름 보양식으로 엄청 좋다고 한다. 수조 안에서 팔팔 살아 있는 갯장어가 엄청 많은데, 못 먹었다. 지인 왈, "장어는 무엇이 됐든 다 못 먹어". 흑흑흑~  6월 제철 생선에 농어도 있다. 고로 우리의 선택은 농어. 



하나만 먹기 아쉬우니깐, 한마리에 만원하는 갑오징어도 함께 골랐다.



팔딱팔딱 농어를 기절시킨 후, 칼을 들고 팍 내리친다.



끔찍했던(?) 해체작업이 끝난 후, 맛난 회로 거듭나는 중이다.



회를 산 후, 어디서 먹어요라고 물어보니, 여기서 나가서 왼쪽으로 갔다가 맞은편을 보면 남신식당이 보인다. 1층이 아니고 2층으로 가야 한다. 골목으로 들어가야 입구가 나오니, 절대 1층 식당 문을 열면 안된다. 알려준데로 찾아가 보니, 이런 곳이 나왔다. 원래는 1층에서 횟감을 고르고,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확실히 불편하긴 불편하다. 



판매장도 임시, 식당도 임시다. 바다를 보면서 회를 먹어야 하는데, 창문이 높아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임시라서 참 다행이다. 시장은 몰랐는데, 식당을 보니, 어서빨리 재개장이 됐으면 좋겠다.



양념은 1인당 3,500원. 매운탕은 오천원이고 샤브는 만원이다. 하모를 먹었어야 하는데,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너무 아쉽다



회를 직접 들고 왔기에, 바로 세팅이 끝났다. 검은 비닐봉다리에 담아온 매운탕꺼리는 주인장에게 드렸다.



남도에 있는 식당에 가면 언제나 나오는 멸치볶음. 그런데 특이하게도 맛이 다 다른데, 다 맛있다. 여수이니 갓김치는 기본. 배추김치는 안 먹어봐서 모름. 



일반 오징어회랑은 차원이 다른 갑오징어 회. 앞으로 오징어 회는 못 먹을 거 같다. 쫄깃함 속에 숨어 있는 엄청난 단맛, 갑 오브 더 갑이다. 



갑오징어에 밀려 쫄깃한 식감은 떨어지지만, 제철생선답게 탱탱하고 고소하다. 농어가 이런 맛이었구나. 



참아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안되겠다. 잎새주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



갑 중의 갑은 갑오징어. 솔직히 농어보다 더 좋았다. 



갑오징어가 강하긴 했지만, 농어도 나름 선방했다. 



양이 많으니, 요렇게 쌈으로... 한점이 아니라 3~4점을 한꺼번에 올리고, 마늘에 막장까지 입 안 가득 농어(비)가 내린다. 



정녕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요? 농어에 갑오징어까지 한꺼번에 아~함. 



피날레는 역시 매운탕. 



농어 대가리와 회로 쓸 수 없는 부위를 넣고 끊인 매운탕. 그런데 특이하게도 라면스프 맛이 난다. 그동안 남도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고 했는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로 바꿔야 할 듯 싶다.



갯장어 샤브샤브의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다 먹고 나니, 생각이 났다. 끝내 갈치는 안사고 대신 멸치와 보리새우를 샀다. 물건 볼 줄 모르는 1인이었는데, 이번에는 칭찬과 욕을 동시에 먹었다. 칭찬은 잘 사왔다. 욕은 왜 하나만 사왔어, 많이 사오지. 헐...


가을쯤에 여수로 다시 떠날 생각인데, 그때는 임시가 아닌 진짜 여수시장을 만나고 싶다. 바다가 보이는 2층에 앉아서, 여수 10미인 가을 전어회와 구이를 실컷 먹어야겠다. 지금의 모습은 그땐 그랬지로 남기고, 임시판매장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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