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여행에서 절대 놓치면 안되는 곳이 있다. 담양에 간다고 하니, 다들 "아하~ 거기도 가겠네. 지금쯤 가면 참 좋을거야." 순간 청개구리 기질이 발동해, '확마~ 가지 말까?' 그렇다고 안가면 손해보는 장사일 거 같아서, 다녀왔다. 지난 봄 울산에서 만났던 십리대숲과는 다른 느낌인 곳,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죽녹원이다.
8년 전에 왔을때는 입구가 이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많이 변했다. 함께 온 지인에게 물어보니, 2015년에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가 있었는데, 그때 입구도 넓어지고, 죽녹원의 규모도 많이 커졌다고 한다. 아하~ 그렇구나.
곡성역에서 담양으로 이동해서, 메타쉐콰이어 길, 메타프로방스 그리고 국수거리에서 점심을 먹고, 걸어서 죽녹원으로 쉼없이 왔더니, 슬슬 피로가 몰려온다. 딱히 힘든 코스는 아니었지만, 저질체력답게 거기에 밥까지 먹었으니, 피로에 졸음까지 몽롱한 상태로 도착을 했다. 구경도 좋지만, 시원한 대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고 싶어졌다. 잠 잘 곳을 찾아, 죽녹원으로 입장~
역시나 입장료가 있다. 성인은 3,000원.
8년 전에는 전설에 고향에 나올만한, 아니 나왔던 초가집이 있었는데, 없어졌나 보다. 대나무는 그대로일텐데, 주변 환경은 많이 달라진 거 같다.
여기도 그때는 없었는데, 아무래도 박람회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싶다. 죽녹원을 걷다보니,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에 전시관까지 단순한 대나무숲이 아니라, 볼거리, 즐길거리가 예전보다는 확실히 많이 생겼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곳은 잠 잘 곳이 못되니깐.
저 안쪽에는 뭐가 있을까? 뭐가 있긴 대나무가 있겠지.
와~ 죽순이당. 여기서 불법채취를 하면 절대 안된다. 참 맛나 보였지만, 먹지 않고 눈으로만 봤다.
곧게 뻗은 대나무. 음이온과 피톤치드가 엄청 나온다고 하던데, 그때문일까? 졸립다는 생각은 어느새 안드로메다로 갔고, 점점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왜들 이러십니까? 아무리 대나무가 좋아도 그렇지, 굳이 흔적까지 남길 필요는 없잖아요.'
오호~ 낮잠 자기 딱 좋은 곳이다. 저 사람들만 없다면...
아니다. 진짝 좋은 곳은 여기였다. 분명히 죽녹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피곤하고 졸렸는데, 누울 공간만 있다면 잘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잠이 안온다. 앉긴 했지만, 눕지 않고 일어나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늘은 보이지 않고, 온전히 대나무뿐이다. 숨 쉬는게 이리도 편했던가 싶다. 무림의 고수라면, 저 위로 올라가 대나무 사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을테지만, 그냥 인간인지라, 오르지 못한채 바라보기만 했다. 무협지에 영화까지 너무 많이 봤다.
10년 전에 두분이 오셨구나. 보고 싶습니다.
가도 가도 대나무뿐이고, 딱히 볼거리도 없는데, 자꾸만 자꾸만 걷게 된다. 울산 십리대숲도 그렇고, 담양 죽녹원도 그렇고, 자꾸만 걷게 된다. 이게 바로 대나무의 힘인가?
옛날에 뽕나무가 뽕하고 방귀를 뀌니, 대쪽같은 대나무가 댓끼 놈하고 야단을 쳤다.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참나무가 대나무에게 점잖게 말했다. 참아라~
오른쪽에 노란 조끼를 입고 썩소를 날리는 넌? 까칠팬더니.
이럴때는 동영상이 필요한 법. 소리까지 들어야 더 시원해지기 때문이다.
시원하다 못해 춥다.
저 곳으로 들어가면, 이상한 나라가 나올까? 왠지 시계를 찬 또깽이 아저씨가 있을 거 같다.
대나무처럼 곧게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
그러나 가끔은 휘어져도 괜찮다. 꺾이지만 않으면 된다.
좋은 곳. 행복한 길.
싱그러운 곳. 시원한 길.
추월산 뷰파인더다. 전남 5대 명산 중의 하나로, 뷰파인더를 통해 추월산을 보면 마치 부처나 하나님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해서 와불산 또는 에덴동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늘은 만들어주겠지만, 비는 막아주지 못할 거 같다.
불이정.
너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미안하다~
불이정에서 잠시 쉬면서 고민을 했다. 왜냐하면 8년 전에는 없던 곳이 참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저 문을 통하면 후문방향으로 가는데, 거기에는 시가문화촌이 있다고 한다. 지인 왈, "후문에서 다시 정문까지 오려면 시간이 엄청 걸린다. 차가 정문 부근에 있으니 어차피 다시 와야해. 그래도 갈래?"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의 대답은, "아니요."
정문으로 향해~ 그리고 담양의 마지막 여행지 관방제림을 향해~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담양하면 1순위가 메타쉐콰이아 길, 2순위는 죽녹원이라 생각했었다. 관방제림을 몰랐던 시절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언제나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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