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은 메타쉐콰이아 길, 죽녹원뿐인 줄 알았다. 그저 걷기만 했을뿐인데,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멋진 곳을 이제서야 알게 되다니, 앞으로 담양에 간다면 일순위는 무조건 여기다.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관방제림이다.
담양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관방제림, 처음 가는 곳이라 위치를 전혀 몰랐다. 국수거리에 주차를 한 후 점심을 먹고, 걸어서 죽녹원까지 갔다가, 관방제림으로 가기 위해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고 오른쪽으로 가야 차가 있는 국수거리로 가는데, 함께 온 지인이 왼쪽으로 가야 한단다. 관방제림으로 가려면 차를 타고 이동하는게 아니었나? 혼자서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호 틀렸다. 바로 저기가 관방제림이란다. 평범한 둑방길같은데, 저기가 관방제림이라고?
【관방제는 관방천에 있는 제방으로서 담양읍 남산리 동정자 마을로부터 수북면 황금리를 지나 대전면 강의리까지 길이 6km에 이르는 곳이다. 관방제가 유명한 이유는 약 2km에 걸쳐 거대한 풍치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풍치림을 관방제림이라고 부르는데 면적 4만 9228㎡에 추정수령 200~300년에 달하는 나무들이 빼곡하고 자리를 잡고 있다. (출처- Daum백과)】
지인 왈, "옛날 옛날에 관방천에 비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지대가 낮았다. 비가 오면, 마을은 항상 홍수가 났다. 피해를 줄이고자 둑을 만들고 나무를 심었다. 관방제림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아하~ 그래서 200~300년에 달하는 나무들이 많구나.
관방제림에 들어서는 순간, 오른쪽으로 여러개의 평상이 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수박도 먹고, 막걸리도 마시고, 낮잠도 자면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들과 함께 잠시나마 쉬었다 가고 싶었지만, 앉을 공간도 없고, 담배를 피고 있는 어르신들땜에 그냥 지나쳤다. 입장료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동네분들의 휴식처라서 그럴까? 아무리 그래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에서 흡연이라니, 한순간의 실수로 불이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러는지, 조치가 필요할 듯 싶다.
번잡한 곳을 지나고 나니, 온전한 관방제림이 나타났다. 우선 나무가, 나무가 참말로 겁나게 멋지다. 딱봐도 100년은 가볍게 넘었을 거 같은 나무들로만 쫙~
관방제림 옆으로는 관방천이 흐르고, 운치 있는 돌다리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안구정화가 된다.
우리 동네 근처에도 둑방길이라고 있지만, 그곳은 옆 서부간선도로에 비해 차가 막히지 않은 곳일뿐, 여기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같은 둑방길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래서 5월의 푸르름이, 5월의 녹색이, 5월의 싱그러움이 좋다.
꽃길은 아니지만, 여느 꽃길보다 더 나을 듯 싶다.
그냥 나무만 있는 단조롭고 정적인 길인 듯 싶지만, 직접 걸어보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보다 더 화려하고, 이보다 더 동적인 길은 없을 거 같기 때문이다.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연약한 존재라고 하더니, 그말이 딱 맞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너무 소중해서, 더 오래오래 영원했으면 좋겠다.
좋다. 좋구나. 좋아. 조으다. 걷는 내내 이 말만 했던 거 같다.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던데, 설마 싸우고 있는건 아니겠지. 부러움에 심통부리는 중. 관방제림은 그만, 이제는 저 아래로 내려가볼까?
뱀이당~ 몸에 좋고 맛도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뱀이다. "저렇게 큰 지렁이는 본적이 없으니 아무래도 뱀인 거 같다. 생각보다 징그럽지도 않고 귀엽네" 했다. 그런데 함께 온 지인왈, "독뱀이다." 난생처음 뱀을 봤는데 독뱀이라니, 뱀님(?)이 사라질때까지 얼음이 됐다. 관방제림이 좋다고 했는데, 뱀이 있다니, 쫌 무섭다.
관방천으로 내려왔다. 반영도 참, 푸르고 푸르다.
그늘 한점 없는 이 길을 선택한 건, 뱀님이 또 나올까봐.
저기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죽녹원이 나오고, 직진을 하면 국수거리가 나온다.
저 위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혹시...
하늘도 나무도 바람도 물도, 담양은 참 좋은 곳이다.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기러기나 비둘기는 아닌 거 같고, 학? 두루미? 고요하게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넌 누구니?
서울은 점점 뜨거운 여름으로 돌진하고 있는 중이다. 핸디형 선풍기가 필수가 되어 버린 지금, 관방제림이 자주 생각날 거 같다. 기계가 주는 바람보다는 나무가 주는 바람이 더 시원하니깐. 덥고 짜증나는 일이 생길때마다, 관방제림에 있다고 생각해야지. 그렇다고 시원해지지는 않겠지만, 마음만이라도...
관련글
2017/06/05 - [전남 담양] 메타쉐콰이아 가로수길 - 걷기 충동 유발 지역!!
2017/06/06 - [전남 담양] 메타프로방스 - 지갑아~ 열리면 안돼!!
2017/06/01 - [전남 담양] 국수거리 - 나무 그늘 아래에서 국수를 먹다!! in옛날 진미국수
2017/06/12 - [전남 담양] 죽녹원 - 대나무 숲길을 룰루랄라~
'이야기풍경 > in kor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원 강릉 강문해변 바다는 멀리서 봐야 제맛 (8) | 2018.09.05 |
---|---|
강원 강릉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슬프도록 아름다운 곳 (16) | 2018.09.04 |
[전남 여수] 여수수산시장 - 바다 먹거리 천국!! with 보성횟집 (14) | 2017.06.27 |
[전남 여수] 향일암 - 단 하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곳!! 올해는 제발~ (24) | 2017.06.26 |
[전남 여수] 이순신광장 - 머피의 법칙같았던 여수로의 여행!! (26) | 2017.06.16 |
[전남 담양] 관방제림 - 여기가 으뜸이네~ (28) | 2017.06.14 |
[전남 담양] 죽녹원 - 대나무 숲길을 룰루랄라~ (21) | 2017.06.12 |
[전남 담양] 메타프로방스 - 지갑아~ 열리면 안돼!! (15) | 2017.06.06 |
[전남 담양] 메타쉐콰이아 가로수길 - 걷기 충동 유발 지역!! (18) | 2017.06.05 |
[전북 정읍] 국립전북기상과학관 - 기상과 천문이 만나다!! (20) | 2017.06.02 |
[전북 정읍] 샘고을시장 - 인정 넘치는 103살 전통시장!! (18) | 2017.05.31 |
해오라기 보다는 좀 커 보이니 왜가리가 아닌듯 싶군요 ㅎ
관방제림 6KM 정도 된다니 천천히 걸으면 아주 좋은 산책코스가
될듯 싶습니다
이런곳에서 담배는 좀 그렇네요..아무리 동네분이지만..
담양 죽녹원에서 조금만 가주면 이런 곳이 있었군요~ㅎㅎ 나중에 담양가게 되면 한 번 가봐야 겠습니다^^
머리가새모면독사입니다
주위에돌이있으면돌을들어
머리에명중시키세요
아~ 여기 너무 좋죠~
제가 늘 주차하는 자리도 보여서 괜히 더 반갑습니다.ㅎㅎ
이번 주말에 확 달려버릴까요~^^;;ㅎ
뱀에다 왜가리(맞나?)까지 보셨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여름에 시원하게 갈 수 있는 곳인 거 같아요. 너무 좋습니다.
마지막 간 곳이 가장 멋있었다는 까칠양파님 말씀이 이해가 되네요 ^^*
정말 말 그대로 푸르다는 말 밖에는 안 나오네요ㅎㅎ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산책도 사색도 즐기면서,
담양에는 그림 같은 곳들이 많군요. 아름다운 경치에 북적이지도 않아 호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좋겠네요.
푸른 숲과 나무만 봐도 정화되는 기분이네요! ㅎㅎㅎ
요즘 너무 도심을 벗어나지 않은 거 같습니다! ㅠㅠ
일상과 뉴스의 복잡한 현실 가운데서
이런 광경은 언제나 힐링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녹색의 향연이 참 깨끗하게 받아들여집니다~
사진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날 잡아서 꼭 가보고 싶은데 그게 참 왜 쉽게 실행에 안 옮겨지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시원한 사진 정말 좋네요^^
저도 담양 갔을 때
메타세콰이어길, 죽녹원 등만 갔는데,
관방제림은 사진으로 만족하렵니다~~ㅎㅎ
초록물결이네요.
모니터를 오래보는데
간만에 눈이 편해지네요. ㅋ
담양은 그래도 종종가지만 갈때마다 참 푸르름이 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