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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정읍에는 백년이 넘은 전통시장이 있다. 과거에는 부안, 고창, 장성, 순창, 함평 등 5개 군에서 기차로 모여든 손님들로 북적였다고 한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손님이 많이 줄었단다. 그렇다고 사라질 시장은 아니겠지. 예전의 명성을 다시 찾길 바라며, 올해로 103살이 된 샘고을시장이다.



정읍에서 제일 큰 시장이라고 해서 정읍제1시장이었다고 한다. 1914년에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03년이 됐다. 예전에는 5일장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상설로 운영되는 전통시장이다. 자칭 전통시장 지킴이(?)로서, 백년 넘은 시장을 아니 갈 수 없는법. 백년의 세월만큼 시장 곳곳에는 그 역사를 알 수 있는 골동품(?)이 즐비했다. 



정말 시골 시장답다. 여기서는 그저 평범한 방앗간일텐데, 서울 촌사람에게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아직도 이런 기계가 남아 있다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 속 백년의 전통이 느껴진다. 



샘고을시장에는 특이한 풍경이 있는데, 바로 방앗간 옆 미용실이다. 고창지대답게 시장에는 방앗간이 참 많다. 그런데 유독 방앗간 옆에는 절대 매칭이 안되는 미용실도 참 많다. 이유를 모를때는 그저 낯설기만 했는데, 알게 되면 아하~ 하게 된다. 



5일장이였던 그시절, 참깨, 들깨, 고추, 쌀 등을 머리에 이고 장에 온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가져간 물품을 맡기고 장을 보기도 했지만, 방앗간이 바쁘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오랜만에 장에 왔으니, 기다리는 시간동안 왠만해서는 풀어지지 않는 아줌마파마를 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았단다. 그렇게 한집 두집 방앗간 옆에 미용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지금의 모습이 되었단다. 그때를 아십니까에 나올만한 장면이다. 



방앗간 옆 미용실 옆에는 골동품 뻥튀기 기계도 있다. 골동품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시다.(존칭을 쓰면 안되지만, 왠지 그래야 할 거 같아서...)



샘고을시장에서 사진찍기란 너무 쉬었다. 도촬을 할 필요 없이, "사진 한장만 찍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된다. 가는 곳마다 양해를 다 구했는데, 안된다고 했던 분들이 전혀 없었다. 딱 한번, "한장만 찍는다면서 왜케 많이 찍어"라고 했던 분은 있었지만... 사진을 찍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찰나, "뻥이요~"라는 소리가 들렸다.



우렁찬 뻥~ 소리가 함께 하얀 김이 모락모락, 뒤를 이어 고소한 뻥튀기 냄새가 났다. 이때를 놓칠 사람이 아닌지라, 서둘러 찰칵. 그 덕에 갓나온 뻥튀기를 공짜로 조금 먹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뻥튀기 기계로 직접 볶아낸 국내산 보리를 한봉지(3,000원) 구입했다. 요즘 얼음 동동 시원한 보리차를 즐겨 마시고 있는 중이다.



00주단, 00상회 등 정겨운 이름들이 참 많다. 



샘고을시장에서 딱 한곳밖에 없는 민속 대장간.



대를 이어 40여년 동안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기구를 만드는 곳이라고 한다. 여기도 물론 양해를 구하고 찰칵. 만드는 과정은 볼 수 없었지만, 내부 촬영은 허락해줬다. 



요것이 직접 만든 농기구란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딱봐도 모르겠지만, 서울 촌사람에게는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명물 구경을 했으니, 본격적인 시장 구경 시작. 



그때를 아십니까? 옛날, 그리 멀지 않을 거 같은 옛날에는 아이가 이불에 지도를 그리면, 키를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녔다고 합니다.



정읍이 내륙 지역이지만, 멀지 않은 곳에 부안이 있으니, 해산물이 풍족했을 거 같다. 



건어물에 이어 해산물도 참 많았다. 서울 촌사람 눈에 들어온 신기한 문구. 사진에는 없지만 해산물 점포에는 "벗겨드립니다"라는 19금스러운 문구가 있었다. 뭐지 싶어 유심히 보니, "홍어껍질 벗겨드립니다'"였다. 괜스레 야릇한 상상이나 하다니... 



해산물, 건어물에 이어 다양한 젓갈까지 짭조름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런데 너의 이름은 모니? 황석어젓갈인 듯 싶은데, 잘 모르겠다. 



샘고을시장은 팥죽이 참 유명하다고 한다. 동짓날에도 안 먹는 팥죽이지만, 명물이라고 하니 먹어볼 심산으로 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다는 곳을 찾아 왔는데, 영업시간이 3시까지란다. 오거리팥죽이 6시땡 내고향에도 나왔다고 해서, 다른 팥죽집을 그냥 지나쳐왔는데, 후회가 함께 내심 잘됐다 싶기도 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명성땜에 먹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푸릇푸릇 채소는 전통시장에서 기본 중에 기본.



때깔 한번 참 매워보인다.



족발에 순대국밥 그리고 소머리국밥까지 한그릇 때리면 참 좋은데, 먹지 못하니 그림의 떡.



고사리에 머위, 두부, 배추 그 다음은 모르겠다.



똑같은 종묘처럼 보이는데, 다 다르다. 그나저나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니, 신기함에 보고 또 봤다. 



마늘 한접에 14,000원. 올해는 마늘이 풍년이라고 한다. 멀지만 않다면, 아니 차를 가져왔다면 잔뜩 샀을텐데,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으니 아쉽다.



여름 여행을 위해 모자나 하나 장만할까나?



독수리 오형제가 정읍 떡집에 떴다.



팥죽만큼 모시송편과 쑥개떡도 샘고을시장의 명물이라고 한다. 팥죽은 못 먹었으니, 떡은 무조건 먹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절미를 더 좋아하는데, 더구나 방금 나왔다고 하니 더더욱 인절미에 맘이 더 쏠렸다.



그래도 모시송편과 쑥개떡으로 한팩에 3,000원이라고 해서 두팩을 샀다.



내장산 모시로 만든 왕송편이라는데, 떡이 이에 다 달라붙는다. 원래 이런 떡인가 했는데, 밥보다 떡을 더 좋아하는 어무이가 드셔보더니 "떡이 질다. 잘못 사왔다. 니가 그렇지..." 결국 잔소리 폭탄만 맞았다. 



여름이 왔긴 왔나보다. 


"예전에는 5개 지역을 먹여살렸던 시장인데, 요즘은 너무 한산해서 탈이야." 우연히 만난 어르신으로부터 샘고을시장에 대한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은 시장에서 50~60년을 보냈다고 한다. 예전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백년 전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식료품점을 제외하고 다른 점포들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지만, 전통을 무시할 수 없으니 예전 명성을 다시 찾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먹거리에, 청년 상인 그리고 야시장 등등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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