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와카코와 술을 따라하기 위해 찾아갔던 곳. 혼술하기 좋은 곳이라고 했는데, 물론 혼자도 좋지만, 둘도 그리고 셋도, 넷도 좋은 곳이다. 혼자가면 1만원 사시미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지만, 다양한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둘이 갔다. 혼자도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둘이 가니 더 좋다. 당산동이지만, 영등포구청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더핸드다.
몇 번 와봤다고, 더핸드로 들어오는 골목길이 이 왜이리도 정겹던지,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서 더 그런 거 같다.
입구 밖에 있는 테이블에서 한잔 하면 참 좋겠지만, 그러다 맛난 안주대신 더위를 먹을 거 같기에 참았다. 가을이 오면, 그때쯤에 도전하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나 바테이블에 앉았는데, 혼자가 아닌 관계로 창가쪽 자리에 착석. 주인장은 아직 아니라고 하는데, 혹시 줄서서 기다릴까봐 일찍 왔는데 너무 일찍 왔나보다. 암튼 이날 첫손님은 우리. 지난번에 왔을때, 내부가 더웠다. 에어컨이 약해서 그렇다고 하더니, 드디어 신상 빵빵 에어컨으로 교체. 시원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과부화로 아주 잠깐 정전이 되기도 했지만, 작은 사고가 손님들에게는 키스타임 이벤트처럼 다가왔다. 그렇다고 진짜로 한 사람은 없었다. 전기는 나갔지만, 생각외로 어둡지가 않았다는...
혼자 왔을때는 무조건 바테이블로 가서 앉았는데, 이렇게 테이블에 앉으니 못봤던 모습들이 보였다.
여기 인테리어를 했던 분이 그렸다는 그림, 이름(더핸드)과 참 어울린다.
그때그때 바뀌는 기본찬. 오른쪽 과자처럼 보이는 건 광어살 튀김이다. 처음에는 그냥 과자인 줄 알았는데, 뒤에 광어맛이 딱 느껴진다. 왼쪽은 죽순, 새우, 문어(아니면 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로 만든 볶음이다. 기분좋은 단맛, 기분좋은 매운맛은 있지만, 기분좋은 짠맛은 없는 거 같다. 안주로 먹기 나쁘지 않았지만, 먹다보니 계속 짠맛이 올라와 술 대신 물을 더 찾았다.
더핸드에 왔으니, 사시미는 기본. 혼자가 아니라, 둘이왔으니 2인분(18,000원)을 주문했다. 1인분에 비해 양이 많아졌고, 더 풍부해졌다
무엇을 무엇을 먹을까? 사시미가 다양하게 나오면 늘 고민을 하게 된다. 흰살생선부터 먹으면 더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는 있지만, 가끔은 우니부터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우니는 마지막에 먹게 되지만, 아끼면 뭐가 된다고 하지만 이상하게 우니는 자꾸만 아끼게 된다.
연어 한 점을 먹더니, 곧바로 말도 안하고 남은 한점까지 먹었다. 이렇게 2개가 나오는 건, 너 하나 나 하나인데, 말도 안하고 먹기에 살짝 화가났다. 근데 연어 옆에 있는 우니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혹시해서 우니 못 먹냐고 물어보니, 그렇단다. 이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좀 전에 연어를 다 먹어서 살짝 화가 났는데, 아무래도 취소해야겠다. 우니를 다 줬으니 말이다. 이런 간사한...^^;
1인 사시미도 좋은데, 솔직히 2인이 더 좋은 거 같다. 담에 혼술하러 간다면, 무조건 2인으로 주문해야겠다.
시작은 역시 광어부터, 도톰한 광어가 참 좋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성한 식감이 너무나 맘에 든다. 담백한 맛은 말해 뭐해.
초반 레이스가 너무 빠르다. 저녁은 안 먹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사시미가 너무 일찍 사라져버렸다. 아무래도 배를 좀 채워야 할 거 같아서 주문한 나가사키 짬뽕. 나가사키 짬뽕은 역시 불맛인가 보다. 불향이 코끝은 완전 딱 치고 지나간다.
기본찬을 리필했더니, 우엉이 들어간 오뎅까지 추가해서 더 주셨다. 짠맛이 강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먹게된다. 특히 광어살튀김은 정말 따로 판매를 했으면 좋겠다. 맥주 안주로 정말 히트다히트.
짬뽕이란 음식 자체가 짠맛이 강한 음식인걸까? 어디서 먹듯, 나가사키 짬뽕은 언제나 짠맛이 강했다. 원래 짠맛이 강한 음식이라면, 앞으로는 짜다고 불평하지 말고 그냥 맹물을 타서 먹어야겠다.
먹기 좋게 담아서 호로록 먹으면 된다. 물론 엄청난 양의 물을 마셔야 하지만, 덕분에 배고픔은 많이 사라졌다. 숙주를 더 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양이 엄청 많다. 짭짤한 국물을 흠뻑 빨아들인 면발, 캬~ 짜다.
일찍 오지 않으면, 줄서서 기다려야 할 거 같다. 바테이블, 그냥 테이블 모두다 꽉 찼다. 얼마전까지 나 혼자 있거나, 1~2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는데, 이제는 놀랍고 무섭다.
사시미를 먹었다면, 8,000원으로 주문할 수 있는 도미머리 구이. 생선킬러인 나에게 딱인 녀석이다. 쪽쪽쪽~ 그냥 아작을 내줬다.
도미 눈알까지 모두다 쪽쪽쪽~ 머리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생각외로 살이 많다. 어두일미가 괜한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같이 나오는 간장이 첨가된 무와 먹어도 좋지만, 굳이 무언가를 추가하지 않고 그냥 먹는게 가장 좋다. 어느정도 간이 되어 있기에, 더 짜게 먹을 필요는 없다.
마지막은 역쉬 튀김이 진리, 게살크림 고로케 등장.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다.
함께 주는 소스랑 먹으니 역시, 맥주안주로 제격인 듯. 서비스로 주셨지만, 담에는 게살크림 고로케랑 시원한 생맥으로 혼술을 해야겠다.
더핸드를 알게 됐을땐, 블로그 글이 2개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글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런 곳은 유명해질 필요가 있어 뭐 이딴 맘이 들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혼술하기 좋은 조용한 곳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맘도 든다. 이래서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인가 보다. 더 유명해지기 전에, 더 바삐 움직여야겠다. 당분간 퇴근 후, 혼자서 가볍게 맥주 한잔이 그리워진다면 굳이 집으로 바로 가지 말고, 영등포구청을 살짝 찍고 가야겠다. 다찌에 앉아서 푸슈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고건 바로 나임.
관련글
[당산동] 더 핸드 - 와카코와 술 따라하기, 사시미편!!
'폼나게먹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산동] 더핸드 - 혼술의 매력은 집중과 관찰!! (20) | 2016.08.18 |
---|---|
[영등포] 온더보더(ON THE BORDER) - 타임스퀘어에서 맥주를 마시다!! (14) | 2016.08.15 |
[염리동] 주주이자카야 - 바비큐를 시작으로 랍스터까지 달려~ (22) | 2016.08.10 |
[영등포] 빕스 - 달라진 샐러드바 귀찮아~ in타임스퀘어 (20) | 2016.08.08 |
[인천 논현동] 백종원의 원조쌈밥집 - 아직도 있었네~ (14) | 2016.08.03 |
[당산동] 더 핸드 - 혼자도 좋고, 둘도 좋은~ (22) | 2016.08.01 |
[신림동] 연어세상 - 무한리필의 꼼수!! (28) | 2016.07.29 |
[목동] 시래옥 - 빙수보다는 살얼음 동동 막국수가 조아~ (18) | 2016.07.25 |
[경기 시흥] 월곶 토종한우마을 6호 - 토시살 보다 살치살 보다 육사시미!! (20) | 2016.07.22 |
[사당동] 고을래 제주흑돼지 - 제주돼지, 스페인돼지 다 묵자!! (22) | 2016.07.20 |
[광화문] 김밥을 맛있게 먹는법 - 라면은 남이 끓여줘야 맛있다!! (26) | 2016.07.18 |
입맛도 없도,그렇다고 밥맛도 없어서 냉수만 홀짝거리는데,
정결한 음식사진에는 그만 식욕이 발동합니다.
오, 일행분과 함께 가셨군요. 저는 11시 넘어 귀가하면서 들를까 하다 얌전히 귀가했습니다.
저도 1만원 사시미와 8천원 도미머리구이를 주문할까 하다 2인용 사시미로 정했는데 딱 좋았던 것 같습니다.
손님들 아주 많아졌네요. ㅎㅎ
가게 외부부터 내부까지 참으로 디자인적인 감각이 혼술이든 같이와서 마시든
참 잘 어우러지게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거기다가 백곰그림은 왜이리 귀여워 보이는지 ㅎㅎ
광어살 튀김은 정말 따로 팔면 사서먹고 싶네요. 약간 짠맛이 강한 음식들이 많은가 봅니다.
마지막에 역시 튀김이 진리라는데에는 당연한 공감을 하고 가네요^^
너무 맛나게 담아오셨네요
저는 혼자 먹을땐 주로 집에서 시켜먹는데,, 가끔은 나가야겠네요^^
이름을 들었을때는 일식느낌이 안들었는데 음식을보니까 일식집이였네요!! 사진만 보는것만으로 군침이 꿀꺽!
아 안타깝게도 제가 머리고기를 잘 먹지 못합니다.
도미 머리고기가 참 탐스러운데 제게는 아직....ㅠ.ㅠ
혼술하러 오기에는 딱이겠군요.
참고로 저 혼술 정말 좋아합니다~^^
광어설 튀김 좋군요,
이번에는 두분이 가셨군요
확실히 저번보다는 풍부해진 느낌입니다
전 어제 강구항에서 오만원어치 회를 떴는데 일곱명이 먹다
다 못먹었습니다 ㅎㅎ
맛있겠어요
2분이 가셔서 생각보다 많이 드셧어요^^ 사시미에..나가사끼에 도미에 고로께까지~~ 술이 술술 넘어가는 음식들이네요^^
가게가 이쁘네요. 음식도 맛깔스러워 보이고, 메모해놔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