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식당의 인기로 없어진 줄 알았다. 한때 영동시장 골목에서 놀때, 참 자주 갔던 곳이였는데, 인천 논현동에서 만나다니 놀랍다. 추억의 맛이라고 하기에는 역사가 너무 짧지만, 돌돌 말려진 냉동삼겹살과 다양한 쌈채소의 만남,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이다. 논현동은 강남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인천에도 있다.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초창기 모습과는 많이 달라진 거 같다. 같이 간 일행이 자꾸만 백's, 백's하기에 새로운 고깃집인가 했다. 설마 여기일 줄은 전혀 몰랐다. 예전에 참 자주 갔던 곳인데,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4인 또는 6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끝에는 방도 있는데, 거리때문인지 더운 곳이란다. 시원하게 먹고 싶다면, 여기보다는 테이블이다.
참 올만에 보는 대패 삼겹살, 한때 엄청나게 유행을 했었는데, 지금은 대패보다는 두툼한 삼겹살이 대세다. 대패 삼겹살과 다양한 쌈채소를 먹을 수 있는 쌈밥정식으로 주문을 했다.
쌈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맘에 드는 비주얼이다. 30가지가 넘다고 한다. 하나하나 찍을까 하다가, 혼자 온 것도 아니고 굳이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 전체샷만 담았다. 가운데는 삶은 쌈채소가 있고, 양쪽으로 비슷한 듯 다른 채소들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쌈채소 앞에서 상추는 언제나 뒷전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상추쌈을 제일 마지막에 먹었다. 자주 못 먹던 채소부터 먹다보니, 그런 거 같다.
원조 쌈밥집의 메인은 뭐니뭐니 해도 돌돌 말려진 대패 삼겹살이다. 다른 사람들은 대패보다는 두툼한 삼결삽이 더 좋다고 하는데, 솔직히 난 이게 더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얇아서 비계의 식감과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다.
기본찬이 깔리는 와중에 담아서, 좀 정신이 없다. 저쪽에 고등어 조림에 파무침이 나왔는데, 거리가 넘 멀어서 사진도 먹는 것도 포기했다. 명이나물도 있었는데, 다양한 쌈채소 앞에서는 그닥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식답게 밥이 같이 나온다. 고기를 먹을때는 고기만 먹는데, 같이 나왔으니 이번에는 함께 먹기로 했다.
쌈장이 안나온 이유는 강된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불어 된장찌개도 함께.
큰 그릇에 들어 있는 간장같은 양념의 정체는 아마도 고기용 소스인가 보다. 소스를 앞에 두고, 집게를 들었다면 그사람이 담당이다. 난 그냥 고기가 익을때까지 조신하게 기다리면 된다.
대패삼겹살은 얇아서 금방 익는데, 불이 약한지 고기가 여전히 분홍빛이다. 하는 수 없어, 고기 없는 쌈으로 먼저 시작을 했다. 삶은 양배추와 밥 그리고 강된장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강된장 속에 우렁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암튼 지금도 나쁘지는 않았다.
한쪽은 그냥, 다른쪽은 양념을 추가해서 굽고 있는데, 아직도 멀었다. 불이 왜이리도 약한지, 다른 곳으로 갈까 했지만 덥다는 방밖에 없어서 그냥 참기로 했다.
이번에는 강력한 한방을 갖고 있는 당귀를 추가했다. 완전 신기하다. 된장 고추도 넣고, 다른 쌈채소도 아래 깔았고, 강된장도 넉넉히 넣었는데, 당귀 맛만 난다. 당귀가 어찌나 강한지, 다 먹고 집에가는 내내 손에서 당귀 향이 계속 났다. 강력한 향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하지만, 난 좋다. 만약 고수랑 당귀랑 같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 누가 이길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드디어 고기가 다 익었다. 그런데 당귀의 파워는 참 대단하다. 분명 고기를 넣었는데, 아까 고기 없이 먹던 쌈과 차이를 모르겠다. 식감은 달라졌는데, 맛은 역시 당귀 맛만 난다.
두툼한 삼겹살을 먹을때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은 쌈없이 고기만 먹는 거다. 허나 대패는 가능하다. 비계부분을 바삭하게 익히면, 살짝 베이컨 느낌도 나면서, 쌈대신 마늘만 올려서 먹을 수 있다. 음냐~ 생마늘과 바삭한 대패의 만남, 괜찮다. 비계도 괜찮다.
다양한 쌈채소에서 찾은 쪽파. 파, 양파, 대파 등 파 종류는 다 좋아하니깐, 이번에는 요렇게, 밥은 무조건 조금씩 다 넣었다. 마늘에 파까지 이따 집에 갈때 묵언수행을 해야 할 거 같다.
같이 간 일행은 투덜투덜, 대패는 참 가벼워, 씹히는 맛도 없고, 육즙도 없고... 그래서 추가로 주문한 생삼겹살. 대패에 비해 확실히 두툼해진만큼, 나의 젓가락질은 더뎌졌다. 그 많던 쌈채소가 많이 사라진 뒤라서, 중앙에 있는 완전 갈색으로 변한 한 점으로 생삼겹살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참 반갑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대패이니 또 가고 싶은 맘이 들어야 하는데, 그게 영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외식브랜드라서 그런 거 같다. 관련 브랜드가 너무 많고, 사람들 입맛을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거 같아서, 좀 그렇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살짝 추억에 빠진 걸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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