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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은 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밥은 정말 못하겠다. 노트북을 올려놓고, 영화를 보면서 먹으면 된다고 하지만, 왠지 구차하다. 혼술이 더 어렵다고 하는데, 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혼밥이 더 어렵다. 그래서 둘이 갔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있는 빕스다.



혼자 먹을 자신이 없어 혼자서는 못가는 곳.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남자와 둘이서도 못가는 곳이다. 혼자도 아니고 이성도 아니고 맘 편한 동성과 함께 들어갔다. 먹을데가 많은 타임스퀘어, 그런데 딱히 갈만한 데가 없다는게 문제다. 2시간이라는 시간제한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무난하고 괜찮은 곳이 빕스가 아닐까 싶다. 모처럼 왔으니, 내 위가 허락하는 수준보다 더 높게 많이 달려줘야겠다.



들어오면 바로 디저트 코너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마지막에 다시 오는 걸로 하고, 안쪽에 보이는 샐러드바로 직행.



창가자리에 앉고 싶었는데, 많이 덥단다. 하긴 딱 봐도 엄청 더워 보인다. 이날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어른들 말씀이 말복이 지나고 열흘정도 지나야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다고 하던데, 16일이 말복이니 3주만 참으면 될까나.



창가보다는 시원한 곳으로 왔다. 요즘같은 날은, 전망보다는 시원함이 먼저인가 보다. 자리에 앉고, 직원에게 샐러드바만 이용한다고 하니,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먹으면 된단다. 앉자마자 다시 일어나서 샐러드바로 직행했다. 



자고로 샐러드바라고 하면, 다 만들어진 음식을 먹을만큼 담아서 먹으면 된다. 다양한 샐러드에 치킨, 빵, 파스타, 피자 등등 완전한 음식이 나오는 곳이 샐러드바다.



비빔밥이나 쌀국수처럼 만들어서 먹어야 하는 코너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다른 먹거리도 많은데, 굳이 수고스럽게 만들기 귀찮아서다. 



내가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영등포 빕스만 그런 것일까? 이곳은 사람을 참 귀찮게 한다. 쌀국수에 타코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다 만들어진 타코보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재료들을 더 넣어서 만들어 먹는게 훨씬 좋으니깐.



요건 좀 너무한 듯 싶다. 나만의 파티 토스트란다. 6가지 소스에, 연어, 햄, 치킨, 양상추 등 여기저기에 있는 것들을 모아모아서 토스토로 만들어 먹으란다. 이건 그냥 완성된 음식으로 나와도 좋을텐데, 굳이 이렇게 사람을 번잡스럽게 만들어야 하나 싶다. 다른 먹거리들도 많으니 모른척 지나칠까 했는데, 딱히 또 먹을게 없다. 만들어 먹는 방법을 저렇게 알려주니, 귀찮지만 하기로 했다.



짜잔~ 뷔페, 샐러드바를 이용하는 나만의 방법. 첫술에 배부르기 위해 무조건 다 갖고 온다. 한접시에 잔뜩이 아니라, 조금씩 담는다. 남들 한번 갈때, 적어도 5번은 더 왔다갔다 해야 하지만, 그래도 좋다. 한번의 수고스러움으로 인해 한참동안 음미하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담아온 왼쪽 아랫줄부터 작은 컵에 든 건 세비체, 두부 간장 샐러드였던가, 집에서 잘 먹지 못하는 아스파라거스 구이는 늘 2개씩, 샐러드바인데 샐러드는 너무 조금 갖고 왔다. 가운데는 면보다는 숙주나물과 고수가 잔뜩 들어간 쌀국수. 고르곤졸라 피자와 마르게리타 피자, 달달한 감자튀김과 소스, 같은 공간에 치킨이 있었는데 다음에 먹어야지 했다가 끝내 못 먹었다. 윗줄 2개의 접시가 바로 나만의 파티 토스트 재료들이다. 왼쪽은 기본인 빵과 6가지 소스, 토마토 샐러드. 오른쪽은 연어, 햄, 카프레제.



바게트 빵 위에 소스 바르고, 양상추 올리고 소스 바르고, 햄 넣고 소스 바르고, 연어 넣고 소스 바르고, 그렇게 6가지 소스와 재료를 교차해서 만든 나만의 토스트다. 연어를 2개 넣어서 그런가? 연어 맛이 강하게 난다. 맛은 있는데, 소스를 너무 다양하게 넣었나보다. 입안에서 조화롭지 못하고 각기 따로 돌아다닌다. 매장에 있는 모니터에서 나만의 토스트 레시피가 나오던데, 소스를 하나만 사용하는 걸로 나온다. 욕심이 너무 과했나보다. 


아까는 모르고 그랬다고 치고, 두번째, 세번째도 역시나 소스를 과하게 넣었다. 조화롭지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다. 특히 마지막 토스트는 남아있는 소스를 다 섞어서 빵에 발라 먹었다. 그런데 이게 젤 맛이 좋았다. 비주얼도 꽝, 레시피도 꽝이었는데, 난 좋았다. 지금도 빵과 다 합친 소스로 만든 토스트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토스트로 만들었으니, 타코는 식은죽 먹기. 계란후라이와 베이컨도 함께 갖고왔다. 둥근 그릇에는 타코에 들어가는 재료인 할라피뇨, 토마토, 채썬 양파와 양상추로 여기에 피클까지 추가해서 나만의 밑반찬(?)을 만들었다. 이거 은근 괜찮다. 예전에는 느끼한 거 먹은 후에 피클이나 할라피뇨만 먹었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만들어 먹어야겠다. 칠리소스가 있다면 더 좋을 거 같지만,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히 좋다.



좋아하는 재료들을 좀더 좀더 넣다보니, 언제나 거대해진다. 이래서 레시피가 중요한가보다. 손대중으로 하니, 타코인데 타코 맛이 안난다. 할라피뇨와 양파 맛만 난다.



나만의 밑반찬과 함께 등장한 음식은 크림파스타와 샐러리, 옥수수, 올리브, 치즈벅범 마카로니 그리고 아스파라거스 구이 2개. 탄산음료 대신 고른 헛개수. 파스타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한참을 기다렸는데 면이 너무 단단, 딱딱하다. 기다린만큼 맛은 그닥, 그나마 내가 만든 밑반찬이 있어 참 다행이다.



3번만에 메인을 끝내고, 디저트 타임을 가졌다. 첫 접시에 다양하게 갖고 오면, 두번째부터는 없었던 음식을 갖고오거나,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을 갖고오면 된다. 테이블에 차려놓고 먹는게 살짝 민망하긴 하지만, 나만의 방법이니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혼밥은 안될 거 같다.


디저트는 좋아하는 것만 조금, 보기와 다르게 맛이 너무 없었던 티라미수, 몇가지 과일들이 있었지만 자주 먹지 못하는 파인애플만 담아왔다. 그리고 연한 커피와 어떠한 토핑도 없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커피와 아이스크림이 만나면, 완전 달달한 바닐라 라떼가 된다. 너무 달아서 먹다가 중간에 포기했지만, 독한 커피보다는 훨씬 낫다.


처음에는 사람을 참 귀찮게해 하면서 툴툴거렸는데, 어느새 토스트를 계속 만들어 먹고 있고, 타코 재료로 밑반찬을 만들고, 나만의 바닐라 라떼까지, 그새 또 적응을 했다. 좋아하는 재료를 많이 넣는 바람에 맛의 균형은 깨졌지만, 뭐라고 하는 이 없으니 맛나게 먹었다. 남아도는 올레 포인트로 20% 할인도 받고, 2시간 꽉 채워서 먹고 마시고 수다까지, 바다나 산은 아니지만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여름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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