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블로그 기자단 2번째 공식일정은 트레킹이다. 전북 무주에 비단물결 금강 천리 트레킹이 있다고 한다. 천리를 하루만에 다 걸을 수는 없으니, 오늘은 가볍게 11km정도 걷는다고 한다. 요즘 5~6km정도 걷기 운동을 하고 있으니, 큰 부담이 없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된장~ 아스팔트 길은 아니더라고, 데크길이겠지 했다. 그러나 오르막만 없었을 뿐이지, 딱 산길이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까지 엄청스리 내렸다. 참 좋았을 트레킹이었는데, 비때문에 망쳐버렸다. 아쉽다. 아쉬어~
환경부 박천규 대변인
지금은 환경부 대변인이지만, 예전에 금강유역환경청장으로 계셨다고 한다. 비단물결 금강 천리 트레킹을 금강유역환경청이 담당하고 있으니, 아마도 이게 인연이 되어 이번 트레킹이 이뤄진 듯 싶다.
트레킹을 안내해주고, 해설해 줄 최수경 해설사. 금강은 어떤 곳이고, 지금 우리가 갈 그 곳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새벽부터 일어나,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송역으로, 오송역에서 버스를 타고 무주로, 아침부터 꽉찬 일정이었다. 그때문이었는지, 해설사의 설명은 어느새 자장가로 변해버렸다.
"자~ 내리세요." 난 분명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는데 어느새 무주에 도착을 했단다. 그리고 다 왔으니 내리란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주섬주섬 우비를 입고, 가방을 메고, 카메라는 목에 걸고 그렇게 밖으로 나왔다.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지 아직은 괜찮다. 혹시나 해서 우비를 입었지만, 굳이 입지 않아도 될만큼 가랑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역시 난 운이 좋아. 비도 알아서 피해주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지만, 곧 그러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금강은 충청도에만 있는 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란다. 전북 장수군 신무산에서 발원해 충북과 충남을 거쳐 강경에서부터 충남 · 전북의 도계를 이루면서 서해로 흘러드는 강이 금강이란다. 한강못지 않게 긴 강이구나.
비단물결 금강 천리 트레킹은 금강의 발원지부터 하류까지 강길을 따라 걸으면서 강과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하고,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장소와 역사 · 문화적 배경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금강유역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설을 곁들인 트레킹이라고 한다. 물론 환경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트레킹이기도 하다. 아스팔트가 아닌 산길을 걷고, 양옆에는 초록의 나무와 조금 떨어진 곳에는 깨끗한 금강 물결까지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연의 소중함이 느껴지게 된다. 오늘은 천리를 다 걸을 수 없으니, 무주 잠두마을길과 서면마루길을 걸을 예정이란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에 몸을 풀어주는 시간. 등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길이니 스트레칭은 필수.
빗길이지만, 그래도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에 녹색이 주는 안구정화까지, 역시 자연만큼 좋은 건 없나보다.
비야 제발 이정도로만 내려다오~ 아직은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니깐 말이다. 내 애디는 방수가 안되니, 제발 플리즈~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은 총 19km로, 5시간이 걸린다. 부남면 부근에는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고, 상굴암마을 부근에서는 래프팅을 할 수 있단다. 트레킹도 하고 래프팅도 하고 밤에는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니, 왠지 또 갈거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앞에 가는 사람은 도둑님? 급하지 않으니, 천천히 자연을 즐기고, 풀내음을 맡으면서 그렇게 걸었다.
시선을 살짝 돌리면,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유유히 흐르는 저 강은 금강. 날씨가 좋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진짜 아쉽다. 지금은 살짝 옅은 녹색인데, 곧 쨍한 녹색으로 변하겠지. 성질 급한 여름이 온순한 봄을 자꾸 밀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아~ 좋구나.jpg
너무 좋아했나보다. 가랑비였는데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고민의 시간이 다가온다.
요렇게 잠시 쉬어가는 곳도 있다. 여기를 생각하고, 간식으로 커다란 오이를 준 거 같은데, 오이는 커녕 우산을 펴야할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왼손에는 우산을, 오른손에는 사람에게 써야 할 손수건을 카메라에게 양보했다. 한컷 찍고, 손수건으로 싸매고, 다시 한컷 찍고 손수건으로 딱고, 그렇게 참 번잡스럽게 사진찍기는 계속 됐다.
비에 젖은 민들레. 예전같으면 좀더 가까이 다가가 아웃포커싱에 접사모드까지 별별 기능을 더해서 찍을텐데, 지금은 한번의 찰칵이면 끝이다. 각도, 초점은 완벽하게 무시중이다. 지금 필요한건 찍고 빠지는 스피드이니깐.
아까 본듯한 길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나와 트레킹이 맞지 않다는 걸 느꼈다. 살짝 지루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냥 길. 딱히 볼만한 것도 없는 그냥 길. 그냥 녹색 나무, 옆에는 강, 뿌연 하늘, 원래 트레킹이란 건 살짝 따분하고 지루한 걸까? 비가오니, 짜증까지 더해져 그냥 까칠도 아니고 까칠++모드로 변해버렸다.
와~ 조팝나무다. 그런데 옆에서 해설사 선생님이 조용히, 그냥 조팝나무가 아니라 은행잎 조팝나무라고 알려준다. 나뭇잎이 은행잎과 비슷해서 그런거란다. 아하~
여기까지다. 소니 nex-3n으로 담은 비단물결 금강 트레킹 사진은. 제대로 굵어진 빗줄기로 인해 카메라는 가방 안에서 조용히 잠을 재우고, 눈으로만 담기로 했다. 그런데 자꾸만 찍고 싶은 풍경들이 너무나 많이 나온다. 누군가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했는데, 없으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너무 많아진다. 그렇다고 곤히 자는 애디를 깨울 수는 없고, 어른폰을 이용하기로 했다.
예전에 부석사에 갔을때 본 사과나무. 그때 본 꽃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데, 글쎄 여기에도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있다.
왠지 싱그러운 사과향이 날거 같은 사과꽃. 빗물을 먹고 있는 모습을 담고 싶었으나, 너무 열악한 나머지 이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보기 힘든 할미꽃도 만났는데, 고건 아쉽게 눈으로만 봤다.
용포교가 놓인 이곳은 무주와 금산을 이어주던 가장 큰 길목이라고 한다. 다리가 없던 시절에는 배로 두 지역을 왔다갔다 했단다. 일제시대에 다리가 처음 생겼고, 전쟁때 폭격을 당하긴 했으나 상처를 보수하고 지금까지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고 한다. 어쩐지 예스러움이 물씬 난다고 생각했는데, 당시의 보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그랬나 보다.
용포교를 지나 엄청난 자갈 아닌 커다란 돌맹이 길을 지나 가까이에서 금강을 바라보고 그리고 다시 움푹 들어가는 흙길을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오전 트레킹 일정이 끝났다. 오전에는 6~7km를 걸었단다. 비오는날 밖에서 걷는 걸 제일 싫어하는 내가, 이렇게나 걷다니 대다나다.
가볍게 아닌 민물매운탕으로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나오니, 지금이 장마철도 아닌데 그런 비가 내리고 있다. 관계자분들이 일정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오후에 3~4km 트레킹을 한다고 했는데, 무리임을 느꼈나 보다.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잠시 들른 곳으로 무주 등나무 운동장이다. 등나무가 어디있지 했는데, 좌석 위에 보이는 푸르름이 다 등나무다.
유명한 곳인 거 같은데, 역시 비가 오니 그저 그렇다. 하늘을 봐야 등나무를 볼텐데, 고개를 들면 자꾸만 빗방울이 쏟아지는 바람에 제대로 눈을 뜨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후 트레킹 일정에서 난 빠졌다. 컨디션이 나쁘기도 했고, 비오는 날 걷는건 정말 싫었기 때문이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책을 보면서 낮잠이나 잘까 했는데, 버스 기사님이 자꾸만 운전 연습을 하는 바람에 멀미가 왔다. 도착지점을 헷갈려, 대형 버스가 좁은 시골길을 왔다갔다 했고, 제대로 도착을 하고 나서 차를 돌려야 하는데 여건상 힘들었나 보다. 한참을 후진하더니, 거기서 차를 돌리고 다시 후진으로 컴백. 그러고 20분도 안돼서 일행들이 왔다.
좀 쉬었나고 물어보는데, 겉으로는 그랬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걷는게 더 좋았을 거 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습한 공기에 히터로 인한 열기에, 멀미까지 맛나게 먹었던 점심 메뉴를 확인할 뻔 했다. 그렇게 아쉽고 아쉬운 무주 금강 트레킹이 끝이 났다. 무주는 처음 간 곳이었는데, 이렇게 끝이 나서 너무 아쉽다. 금강유역환경청에 트레킹 참가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해야겠다. 그때는 날씨도 좋고, 기분은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으면 좋겠다.
※ 이 기사는 환경부의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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