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반죽을 무심하게 투박하게 툭툭 끊어서 만들어 주는 엄마표 수제비. 가끔 덜 익은 부분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엄마표 수제비를 좋아했었다. 너무 정교한 반죽이라 살짝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땀 한바가지 쏙 빼게 만들어준 수제비 먹으러 부산이 아닌 현대백화점 목동점(지하 2층 푸드코트, 남포수제비)으로 갔다.
온라인 쇼핑몰과 소셜커머스의 엄청난 인기로 인해 백화점들이 쇼핑보다는 먹거리 위주로 고객몰이를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지방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식당들을 입점을 했다고 한다. 남포수제비도 그런 곳들 중 하나일 듯.
1972년부터 지금까지 와우~ 2대째 내려오는 부산 최고의 맛이란다. 이런 맛을 부산이 아닌 서울 목동에서 맛 볼 수 있다니, 좋다고 해야겠지.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가격은 부산보다 서울이 좀 더 비싸다. 하긴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이 백화점에 입점했는데, 가격이 2,000원정도 차이가 났었다. 그래서 순희네 빈대떡이 들아왔을때는 시식만 했다. 하지만 남포수제비는 가격만 따져서 부산에 내려간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냥 여기서 먹는 걸로...
사진으로도 친절하게 메뉴설명을 했는데, 모형으로 한번 더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무엇을 먹어야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사진 메뉴판 앞에서는 들깨수제비를, 모형 메뉴판 앞에서는 남포세트를 고민하다가, 계산대 앞에서 직원분이 묻자 나도 모르게 짬뽕수제비라고 말했다. 원래부터 이걸 먹고 싶었던 거 같은데, 왔다갔다 하면서 고민한 심각하게 한 거 같다.
남포수제비의 장점은 청양고추와 양념장을 기호에 맞게 추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 중 개인의 취향에 맞게 넣으면 된다. 난 청양고추만 팍팍~
짬뽕수제비 등장이오.
우선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좋았다. 적당한 칼칼함에 개운함까지 해장용으로도 좋을 듯 싶다.
꽃게가 들어있다. 이래서 국물 맛이 개운했구나.
담치도 있고 오징어도 있다. 이름은 짬뽕수제비이지만, 맛은 불맛 나는 짬뽕이 아니라, 약간의 칼칼함에 개운함 그리고 담백함까지 있는 옅은 해물탕 느낌의 수제비다. 막 쎄거나, 진한 느낌이 아니라서, 밍밍하거나 심심한 느낌이 들 거 겉다. 그래서 청양고추와 양념장을 따로 준비해두었구나 했다.
수제비라고 하며 자고로 무심하게 투박하게 툭툭 끊어서 넣은 밀가루 반죽이어야 하는데, 이건 너무 정교한 반죽이다. 칼국수면을 넓게 만든 거 처럼 너무나 일정하고 균일하다. 그래서 수제비를 먹는 건지, 마시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칼구수는 후루룩 먹는 거고, 수제비는 후루~에서 살짝 씹어주고 가야 하는데, 남포수제비는 후루룩이다.
살짝 부족한 느낌은 청양고추를 때려 넣어 과한 칼칼함을 만들었다. 덕분에 뒷골부터 이마 그리고 인중까지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청양고추만 넣으니 본래 갖고 있던 국물맛은 해치지 않고, 칼칼함만 더할 수 있어 좋았다. 청양고추가 들어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칼칼한 맛을 낼텐데, 넣자마자 이게 왜이래, 왜이래 하면서 계속 넣다보니 양념통에 있던 고추를 다 넣고 말았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칼칼함의 강도가 급상한가를 치고야 말았다.
이때까지는 맛나게 잘 먹었다가, 막판에 송골송골 땀이 주르륵 흐르는 땀이 되고야 말았다. 살짝 힘들긴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투박한 수제비반죽이었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한동안 부산이 아닌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있는 남포에 가서 수제비를 먹을 거 같다. 그때마다 청양고추는 무조건 한통을 다 넣는 걸로...
밀가루 반죽을 무심하게 투박하게 툭툭 끊어서 넣고, 여기에 감자, 호박 그리고 오뎅을 넣어 멸치육수로 끓인 엄마표 수제비. 수제비 반죽이 언제나 일정하지 않아, 먹다가 덜 익은 부분이 나오거나, 너무 풀어진 부분이 나오기도 했다. 외식 메뉴에 칼국수는 들어가지만, 수제비는 그렇지 않았다. 수제비는 무조건 집밥 메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외식메뉴가 된 거 같아 서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라면, 짜장, 짬뽕 여기에 칼국수, 쌀국수까지 인스턴트 제품이 있는데, 왜 수제비는 없을까? 진짜 생각해보니, 수제비는 없구나. 이유가 뭘까? 그냥 막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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