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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가을, 나도 전도연이 될 수 있을까? 나도 한석규가 될 수 있을까? 하면서 너나할 것 없이 PC통신을 시작했을 것이다. 여인2 아이디는 사용할 수 없기에, 여인200부터 여인20000까지 늘어나는 숫자에 따라 모두 다 전도연이 되고자 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깐.

 

영화 접속의 여파는 어마어마 했다. 영화 주제곡인 A Lover's Concerto와 The pale blue eyes는 길보드 차트를 점령했고, 어딜 가더라도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또한 영화의 라스트 씬이자 둘이 처음으로 만났던 피카디리 극장은 연인들의 성지순례 코스가 되었다. 

 

요란한 접속 소리를 감추기 위해 부모님이 주무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삐~ 삐~ 드디어 접속이 됐고 파란창이 나타났다. 여인2002 아이디를 입력하고 제 2의 한석규를 찾아 엄청난 전화요금 폭풍을 나몰라라 한채 밤이 새도록 하얗게 불태웠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다 자기가 한석규라고 말했다. 나 역시 전도연이라고 말했으니깐. 

 

(출처 - 다음검색)

진짜로 영화 접속처럼 PC통신으로 만나 결혼에 성공한 커플도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될 수 있었는데, 항상 될 거같은 느낌같은 느낌이 올 때면 언제나 통신이 뚝하고 끊겼다. 그리고 방문이 벌컥 열리고 "이 눔의 지지배가 또... 지난달에 전화요금이 얼마나 나왔는지 알아"하면서 날라온 등짝 스매싱 한 방, 밤눈이 밝은 어무이로 인해 전도연 되기는 늘 실패로 끝나고야 말았다.

 

대신 LP로 음악만 주구장창 들었다. 개인적으로 A Lover's Concerto보다는 Velvet underground의 The pale blue eyes가 더 좋았다. 잔다 깬 듯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건지, 그냥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슬픈 일도 없는데도 괜히 슬퍼졌고, 외로움이 뭔지도 모르는데 외로워졌다. 여린 감성에 촉촉한 비를 내렸던 노래, Velvet underground의 The pale blue eyes다. 지금도 LP판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에 가면 항상 신청하는 노래다. 병맥주와 마른안주 그리고 고독을 씹으면서 말이다. 

 

(출처 - 구글검색)

『벨벳 언더그라운드 (The Velvet Underground)는 뉴욕 주 뉴욕 시에서 결성된 미국의 익스페리멘탈 록, 아방 가르드, 프로토 펑크, 얼터너티브/인디 록, 컨템포러리 록 밴드이다. 멤버는 루 리드(Lou Reed, 보컬, 기타), 존 케일(John Cale, 베이스, 비올라), 스털링 모리슨(Sterling Morrison, 기타), 모린 터커(Maureen Tucker, 드럼) 등이다. 한 때 Doug Yule, Nico, Angus MacLise, Willie "Loco" Alexander가 멤버였다. 앤디 워홀이 프로듀싱을 맡았고 흔히 바나나 앨범으로 불리는 Velvet Underground & Nico 앨범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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