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여관 옆 카페보안과 보안책방은 모두 보안1942
제목을 보고 당황했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엄혹한 시절에 보안여관에 카페 그리고 책방이라니 의심부터 하겠지만, 그 보안과 이 보안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아니 다를 거라 생각한다. 통의동에 있는 보안여관은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만들어진 곳으로 한국근대문학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1936년에 지어진 목조 건물인 보안여관은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문화생산자들과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사용되었다. 현재의 보안여관은 옛 모습을 그대로 이어받아 문화예술 공간인 아트스페이스 보안이 됐다. 그리고 바로 옆 4층 벽돌건물은 책방과 카페 그리고 그때는 여관 지금은 게스트 하우스이다.
지금의 보안여관은 순수미술 전시를 비롯해, 숙박, 식사, 도서, 휴식을 위한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에서 생활밀착형 예술, 사회와 관계를 갖는 예술을 고민하고 글로벌 컬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라고 한다.
옛 목조건물을 그대로 간직한다? 다 좋은데, 자꾸만 벌거벗은 임금님이 생각난다. 공간이 워낙 독특하다 보니, 작품이 눈에 안 들어왔다는 거, 비밀로 하고 싶다.
구 보안여관, 현 아트 스페이스보안1에서는 조은지 작가의 "문어: 글자 변신 물고기" 개인전을 하고 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미술관 나들이를 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회는 너무 어렵다. 그리고 공간이 작품을 방해한다고 해야 할까나? 공간이 주는 무서움에 작품 감상은 뒷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곧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엄청 조심해서 걸었다는 거, 안 비밀이다. 원래 모습 그대로도 좋지만, 너무 그대로인 듯싶다. 여관이던 시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너무 썰렁하다. 참, 보안여관은 2004년까지 여관영업을 했다고 한다.
구 보안여관 현 아트스페이스 보안1에서 옆 건물로 넘어갈 수 있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동한다고 해야 할까나? 아까와는 전혀 딴 세상이 펼쳐진다.
여기는 보안1942 2층에 있는 보안책방이다. 예술창작과 실천에 관심이 있으며 동시대 작가 및 소규모 창작자분들의 출판물과 아티스트북을 위주로 소개하는 서점이다.
그저 구경만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했다가, 저 창가자리에서 오후 시간을 다 보내게 될 줄 몰랐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잠시 후에...
아하~ 이런 구조였구나. 구 보안여관 현 아트스페이스보안 1에서 시작해, 2층에서 연결되어 있는 보안책방에서 아트스페이스 보안 2를 들려 카페보안에 도착했다. 참, 3, 4층은 보안스테이로 게스트하우스다.
오호~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길을 건넜다. 맞은편에서 바라보니 보안1942가 어떤 곳인지 확실히 알겠다. 옛 목조건물 옆으로 4층 건물을 새로 짓고, 둘을 합쳐 보안1942라는 이름의 생활밀착형 복합예술문화 공간이 됐다.
돌밭메밀꽃에서 메밀만두칼국수를 먹고 다시 카페보안에 왔다. 커피를 마시며 보안책방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한동안 서 있었다. 이유는 연두가 저렇게 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댕댕이를 무서워하는 1인이라 어떻게 하나 고민을 하다, 용기를 내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연두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여기서 서서 밖만 바라보고 있다. 남들은 귀엽다 난리지만, 혹시 녀석이 따라올까 겁이 나서 뒷걸음질을 하면서 피했다는 거, 이것도 비밀로 하고 싶다.
감기로 고생을 하고 나니, 얼음 동동 아메리카노가 싫다. 고로, 따끈한 아메리카노(5,000원)와 레몬허니 마들렌(3,000원)을 주문했다.
얼음이 없으니 요런 샷이 가능하다. 커피에 비친 겨울 나무라 너무 낭만적이야~ 날이 추워서 후다닥 마셔버리고, 카페보안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따뜻한 뿌리차를 리필해서 마셨다. 역시 겨울에는 찬물보다는 따뜻한 차가 최고다.
남아 있던 일정을 다 취소하고 보안책방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야 했던 이유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기 위해서다. 진작에 읽었어야 했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이제야 동호를 만났다.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고, 과거가 현재를 구한다는 한강 작가의 말처럼, 2024년 12월을 살아가는 우리는 1980년 5월의 동호를 기억해야 한다. 3부까지 읽었기에 감상평은 보안책방을 다시 가거나 책을 구입한 후 끝까지 읽은 다음에 할게요~
2024.12.25-담백함의 끝판왕 메밀칼국수 통의동 돌밭메밀꽃
담백함의 끝판왕 메밀칼국수 통의동 돌밭메밀꽃
담백함의 끝판왕 메밀칼국수 통의동 돌밭메밀꽃담백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욕심 없이 순박하다', '깔끔하고 느끼하지 않다', '연하고 밝다' 이다. 음식을 먹을 때 담백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
onion02.tistory.com
보안여관과 책방, 카페 바로 옆집이랍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멋을찾아서 > in seou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가을 여의도공원 (32) | 2024.11.20 |
---|---|
가을향기 가득한 선유도공원 (33) | 2024.11.13 |
가을이 오면 꽃무릇 만나러 길상사로 GO~ (feat. 점심공양) (28) | 2024.09.25 |
5월의 장미는 사람을 설레게 해~ 도림동 장미마을 (25) | 2024.05.21 |
배치는 전통적으로, 요소는 근대적으로 서울공공한옥 필운동 홍건익가옥 (30) | 2024.04.30 |
국회의사당 사랑채에서 만난 겹벚꽃 (29) | 2024.04.22 |
안양천 초화원에서 만난 튤립 (feat. 고척스카이돔) (38) | 2024.04.18 |
길을 걷다가 만난 원서동 빨래터 & 백홍범가옥 (27) | 2024.04.11 |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 가옥 & 미술관 (31) | 2024.04.10 |
여의도 벚꽃은 이제 막 일어났어요~ (4월 1일 개화상황) (36) | 2024.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