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가 넘은 시간, 건널목에서 초록색 신호를 기다리면서 인파 속에 나홀로 서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내가 건너갈 때까지 집에 가는 버스가 오지 않기만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러다 신호가 바꿔서 중앙차선으로 걸어가려고 하는데, 몸은 오른쪽으로 걸어 갔지만, 자꾸만 눈과 머리는 왼쪽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이유는 왼쪽편에서 들려오는 친구들로 보이는 이름모를 사람들의 대화때문이었다.
남자1, "롯데리아 갈래? 죠스 갈래? 빨리 가위바위보 해."
여자, "나는 상관없어."
남자2 가 말을 하려는 순간, 바보같은 녀석이 그 먼저 말을 해버렸다.
나, "음... 롯데이가가 좋은데, 짐 먹으면 살찔거 같고, 죠스갈래. 대신 튀김은 안 먹는다. 시키지마."
나 왜이럴까???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남들 대화에 끼어들었을까? 그렇다고 진짜 끼지는 않았다. 속으로 혼잣말로 말했을뿐. 그리고는 엄청 당황하고 놀라서 후다닥 버스를 탔다. '너 요즘 엄청 외롭구나'하고 스스로에게 위로해줬다. 집 앞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그 곳에 롯데리아와 죠스가 있었다. 내뱉은 말이 있으나 나홀로 가위바위보를 할 수도 없어, 그냥 두 곳다 들어가서 주문대 앞에서 한참 고민을 했다. 와 진짜 엄청 고민했다. 그러나 식욕이라는 본능보다는 다욧이라는 이성이 날 지배해서 간신히 참고 나왔다.
그러나 다음날 점심은 롯데리아, 저녁은 죠스 떡볶이로 한풀이를 했다. 속으로 끝내는 먹는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다짐했다. 청승맞게 남들 먹는데 흔들리지 말고, 그냥 먹고 싶으면 먹자고 말이다. 그대신 시간 조절은 잘 하자고 말이다.
그런데 왜 그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게 되었는지 진짜 모르겠다. 목도리로 완전무장한 얼굴은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가벼운 홍조가 번졌고, 짧은 시간이지만 엄청 행복한 고민을 했었다. 진짜 살면서 가장 어렵고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었던 거 같다. 겨울밤 늦은 저녁, 롯데리아의 햄버거와 죠스 떡볶이, 나의 선택은.... 바로, 매콤하고 달달한 떡볶이에 뜨끈한 어묵국물. 더불어 고추와 새우튀김을 곁들인다면 더할나위 없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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