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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부터 겨울준비 중 가장 어렵고 힘든 김장을 시작했다. 늘 50포기 정도 하던 우리집이 올해는 절인배추를 이용해 20포기를 한다고, 나와 엄마 둘이서만 하기로 했다. 절인배추라서 별로 힘들지 않다는 엄마의 말에 속아, 이틀동안 몸살로 고생했지만 첨부터 끝까지 내 손이 다 가는 김장은 이번이 첨이다. 그만큼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너무 아팠다. 그래도 해놓고 보니 무진장 든든하다. 김치 없으면 밥 못먹는 1인이기에, 김치의 소중함도 알고, 집 안 연중행사의 하나이기에 별다른 투정없이 시작된 2014 김장하기. 내년에는 사 먹자고 할까나, 생각보다 넘 힘들잖아.

 

김장의 시작은 김치 속에 들어가는 재료 다듬기부터, 우선 동네 마트에서 구입한 질 좋은 파를 눈물을 참으면 하나하나 다듬였다. 생새우, 멸치액젓, 고추가루 등 다른 재료들은 지난 여름부터 산지를 다니면서 장만을 다 해놓았다.

 

다듬기가 끝나면 세척은 엄마가 하시고, 나는 또다른 채소(갓) 다듬기에 돌입한다.

 

물이 빠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야 한다. 갓만 보이는데, 저 안에 파도 있다. 일하면서 사진 찍기 진짜 힘들다. 하다보면 찍는걸 잊어 버리게 되니 말이다. 올해는 하나하나 다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으면서 했지만, 하다보니 빠진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이 많은 무는(이만큼 더 있었다)...

 

무채칼을 이용해 무채로 탄생하셨다. 이때부터였다. 찍는 사진마다 떨사가 되어버린게, 채칼을 이용하는데 뭐가 그리 어려울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은근 힘이 많이 든다. 이날 조카 녀석이 왔는데, 사진을 찍고 있는 나에게 "고모 손이 막 흔들려"하면서 본인이 도와준다면 계속 옆에서 알짱거렸다. 저리 가라고 할 수도 없어, 체험학습삼아 시켰더니 사내녀석이라고 힘도 쎄고 은근 잘 도와줬다.

 

무를 못 먹겠다는 녀석이 직접 채칼을 이용해 썬 무는 맛나다면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에겐 이런 학습이 필요한 거구나 했다. 귀찮다고 저리 가라고 했지만, 계속 도와주겠다는 해서 나중에는 고무장갑에, 앞치마까지 입히고 양념 버무리는 일부터 속 넣는 일까지 모든 과정을 다하게 해줬다. 양념 버무리는 건 잘 따라하더니, 김치 속을 넣는 작업은 본인에게 어려웠는지 투덜거리기 시작해서 그만 두게 했다. 그리고 내년에 또 도와줄거야라고 물어봤더니, 또 하겠다고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내일 어린이집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면서 엄청 신나 했다. 고모 닮아서 그런가, 녀석 참 기특하네.^^;

 

조카녀석이 도착하기 전, 김장에 기본이 되는 마늘과 생강 다지기를 했다. 마늘 다지기 기구를 큰 걸로 사자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요게 좋다면서 우기는 엄마때문에 같은 과정을 수십번 반복했다.

 

왼쪽에는 생강, 오른쪽에는 마늘이다. 생강은 좀 오래 다져야 하고, 마늘은 알갱이가 있어도 괜찮다고 한다.

 

김치 양념이다. 먼저 채썬 무에 고추가루를 넣고, 1차 버무린 후 파와 갓을 넣고, 생새우, 멸치액젓, 갈치액젓을 넣는다. 그리고 다시마를 넣고 많든 풀을 넣고 버무려준다. 간을 보고 싱거우면 다시 액젓을 넣는데, 절대 소금은 넣지 않는다. 고추가루를 생각보다 많이 넣어줘야 한다. 양념을 만드는 과정은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 하나하나 촬영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마주보고 앉아 있는 조카녀석이 옷에 다 묻혀가면서 버무리고 있어 거기에 신경을 쓰느라 다 담지 못했다. 김치 양념이 적을 수 있겠지만, 사실 저 작업을 2번했다. 하나는 멸치액젓을 넣어 깔끔하게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갈치액젓을 넣어 깊은 맛을 내게 했다. 이젠 각각의 재로들이 잘 어울리도록 잠시 기다려주면 된다. 김장 양념에 원래 양파를 넣었는데, 김치가 익으면서 양파는 물러져 나중에 김치까지 물러지게 된다고 해서 올해부터 양파를 제외 시켰다. 내가 사랑하는 양파이지만, 오래두고 먹을 김장에는 잠시 빠져줘야 한다.

 

재작년 절인배추로 김장을 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 작년에는 집에서 배추를 절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절인배추를 구입했다. 배추 절이는게 너무 힘들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그대신 마트에서 구입하지 않고, 직거래 장터에 가서 배추도 직접 고르고 절이는 과정도 직접 확인한 후, 구입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김장할때 배추를 절여 본 적은 없다.

늘 전날 밤을 새워 배추를 절이는 엄마의 뒷 모습만 봤을 뿐이다. 그런데 확실히 절인배추를 구입하니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한다. 배추를 절이는 일은 나의 일이 아니기에, 별반 차이를 모르겠지만 말이다. 탑 처럼 쌓여있는 배추와 함께...

 

다 올리지 못한 배추가 또 있다. 3박스였는데, 박스당 8포기가 들어 있어 총 24포기였다. 20포기라고 하더니, 4포기 차이가 너무 크다. 그리고 배추가 너무 실하다.

 

배추 속이 정말 꽉 찼다. 절인배추라지만, 노란 배추 속은 싱싱하니 살아 있다. 어찌나 배추가 실한지, 양념 속을 잘 넣고 예쁘게 모아줘야 하는데, 모아지지 않는다. 부피도 어마하고, 무게도 어마하고, 속까지 넣으니 팔 근육이 노하시기 일보 직전이다.

그런데 팔 근육보다 다리와 힙 주변 근육이 너무 아프다. 펑퍼짐하게 앉을 수 없어, 쪼그려 앉다보니 그랬나 보다. 김장이 다 끝난 후 찾아온 힙 주변 근육 통증때문에 지금도 고생하고 있으니 말이다. 

 

엄마와 나의 김장은 새언니와 조카로 인해 한결 수월해졌고,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 그러나 김장의 모든 과정이 다 내 손을 거쳐야 했기에, 나의 피곤함은 엄청 났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는데, 왜 내가 다 한거 같지. 암튼 올해의 김장은 이렇게 끝났다.

4통이 전부가 아니다. 더 많은 김치가 사진 밖에 배치되어 있었다. 극심한 손떨림과 자꾸 돌아다니면 머리카락이 떨어질까봐 그냥 앞에 보이는 녀석만 담았다.

 

그래도 하고 나서 보니, 이거 은근 뿌듯하다. 이젠 나 혼자서도 김장을 할 수 있을거 같다. 김장하기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아, 그냥 김장 끝내고 나서 며칠동안 아프면 돼.ㅎㅎ

 

올 겨울 문제없이 잘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사서 먹는 김치도 요즘 맛나다고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해서 먹는 김치가 제일 맛있는거 같다. 그래서 난 김장은 내 손으로 꼭 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1인이다. 그런데 힘들긴 정말 힘들다. 가장 힘들었던 작업은 무채썰기와 양념 속 버무리기.

 

김장 속과 싱싱한 굴 그리고 밥만 있으면 맛난 굴무채 비빔밥이 완성된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찍었다. 완벽한 떨사지만, 어쩔 수 없다. 더 한 떨사가 남아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두손으로 찍으면 티가 덜 났는데, 한 손에는 배추쌈을 들고 다른 손으로 아이폰을 잡으니 완전 떨사가 나와 주셨다. 손떨림이 사상 최대였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찍고 밥을 다 먹은 후 이틀동안 난 시체가 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아니고, 이틀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왕자의 키스는 없었지만...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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