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만두란
먹는데 진심이다 보니, 관련 방송이나 영상을 볼 때 맛있다는 확신이 들면 메모를 한다. 그리고 근처에 갈 일이 생기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괜찮은 만둣집이 있다는 풍문을 오래전에 들었는데 갈 기회가 없었다. 더 늦으면 안될 듯 싶어 이번에는 일을 만들어서 갔다. 그 일은 만두란에서 생생표고만두와 새우야채딤섬을 먹는 거다.
혼밥이라서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 1시 언저리에 도착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줄이 있다. 그나마 2팀뿐이라서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했다. 그런데 공간이 협소(2인 테이블이 4개, 4명이 앉을 수 있는 바테이블)해서 20분 정도 기다렸다.
원래 계획은 생생표고만두와 광동식 볶음밥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1위는 육즙 샤오롱바오, 2위는 생생표고만두 그리고 3위는 새우야채딤섬튀김이다. 광동식볶음밥은 8위로 하위권에 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대체로 1위 만두와 볶음밥 아니면 면을 주문한다. 남들처럼 비슷하게 갈까 하다가, 만두란이니 볶음밥을 버리고 만두만 먹기로 했다. "여기, 생생표고만두(7,000원)와 새우야채딤섬튀김(7,000원) 주세요."
음식이 나오기 전에 셀프코너에서 수저와 앞접시 그리고 간장과 반찬을 가져와야 한다. 수저는 살균기라고 해야 하나, 저 기계에서 뽑으면 된다. 앞접시는 젓가락 소독기계 위에 있다.
반찬은 노란 단무지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중식당에서나 나올 법한 자차이무침이 있다. 그리고 고수가 있다. 아~ 기본찬으로 고수가 있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만두 하나를 포기하고 볶음밥을 주문했을 것이다.
간장없이 만두를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간장에 흑식초를 더해서 가져왔다. 그리고 맨입에 먹으면 짠맛 가득이지만 만두랑 먹으면 간이 딱 맞는 자차이무침과 고수도 함께 갖고왔다. 기본소스에 고춧가루와 마라유도 있지만 맵(순)둥이라서 건들지 않았다.
처음 왔으니, 무조건 1위 샤오롱바오를 먹어야 하지만, 2위 생생표고만두를 주문했다. 이유는 넘치는 육즙이 비계로 만든 기름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몰랐을 때는 엄청 좋아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찾아서 먹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과한 육즙은 버리고 적당한 육즙을 선택했다. 만두는 한입 크기이지만, 엄청 뜨거우니 반으로 잘라서 먹어야 한다. 얇은 만두피 속에 고기와 표고 등 만두소가 가득 들어있다. 이름처럼 은은한 표고향이 퍼진다. 만두에 간이 되어 있어 그냥 먹어도 되지만, 흑초를 더한 간장에 찍어 먹으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찐만두와 달리 튀김만두 모양새는 두툼한 납작만두랄까? 이름처럼 새우가 하나 들어 있고, 얇은 당면 사이로 야채가 들어있다. 고기가 없어서 아쉬운 감은 있지만, 튀김만두인데도 야채라서 가볍고 부담없다. 새우의 고소함 사이로 튀김의 바삭함이 조화롭다.
고수는 고수라서 다 좋은 줄 알았는데, 생생표고만두는 아니다. 고수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은은한 표고향을 싹 잡아 먹는다. 하지만, 새우야채딤섬튀김에 고수는 딱이다. 튀김의 느끼함을 고수가 막아내고, 여기에 향까지 더해져 맛이 일품이다.
샤오롱바오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생생표고만두도 육즙이 장난 아니다. 한입에 다 넣었어야 했는데, 베어 물다가 쫙~ 하고 육즙이 튕겨 나왔다. 바닥은 물론 얼굴에도 튀는 바람에 처리를 하는 동안, 간장 종지 속에 만두가 빠져버렸다.
과한 짠맛에 고수향까지 더해져 먹기 힘들겠구나 했는데, 예상과 달리 감칠맛만 가득이다. 간장에 숨과 함께 향도 죽은 고수는 아까와 달리 표고향을 해치지 않는다.
튀김만두는 생 고수, 마약간장소스 그리고 자차이무침까지 다 어울린다. 좋은 만두를 만났는데, 남길 이유가 없다. 그저 광동식 볶음밥을 먹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다. 다음에는 고수를 꼭 넣어서 먹어야 하는 훈둥탕과 볶음밥이다.
만두란 옆집이 망원동 즉석 우동집이다. 여기도 꽤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만두에 우동까지 앞으로 두어번은 더 와야겠다. 그나저나 여기서 10분 정도 걸으면 망원시장이 나온다. 음... 1, 2차를 여기서 하고, 3차로 망원시장에 가고 싶은데, 나의 위님(?)이 허락을 할까? 아무래도 소화촉진제(낮술)가 필요할 듯 싶다. 다음 망원동 나들이는 과식 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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