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동 죽이야기 마포역점
죽집에서 솥밥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누가봐도 죽전문점인데, 메뉴판에 버젓이 솥밥이 있다. 갓지은 솥밥에 고소한 비지찌개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죽은 아플때 먹기로 하고, 우선 밥부터 먹자. 도화동에 마포한화오벨리스크 지하에 있는 죽이야기 마포역점이다.
죽이야기 마포역점은 마포한화오벨리스크 지하1층에 있다. 건물 안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갈 때는 마포역 2번 출구를 내려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오른편으로 계단이 나오고, 총총총 올라가면 자동문이 나온다. 스르륵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 직진이 아니라 좌회전을 한 후 조금 걷다보면 목적지가 보인다.
죽전문점이지만, 간판을 보니 작은 글씨로 솥죽 그리고 솥밥이라고 나와있다. 처음이기도 하고 죽집이니 죽을 먹어야 하지만, 아프지 않아서 솥밥을 먹을 거다.
늘 느끼는 거지만, 메뉴판이 바깥에 있으면 맘이 편해진다. 죽전문점답게 죽메뉴가 가장 많지만, 솥밥 압력의 힘이라고 나와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 죽보다는 덜하지만 솥밥종류도 꽤 된다. 굴은 제절이 지났으니, 불고기솥밥으로 가려고 하다가, 콩비지솥밥(11,000원)에 눈길이 딱 멈췄다.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가면 한적한 분위기에서 조용한 혼밥이 가능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이 메뉴판을 슬쩍 쳐다보는 시늉만 하고 바로 콩비지솥밥을 주문했다. 음식은 주문 후에 만들기에 시간이 조금 걸린다. 워낙 조용하다 보니, 밥 끓는 소리, 뜸 들이는 소리 등 주방에서 들려오는 밥 짓는 소리에 벌써부터 침샘은 폭발을 했다.
역시 갓지은 솥밥은 배신과 배반을 할 줄 모른다. 뚜껑을 열자마자 단내가 가득 퍼지는 밥내음에 기분이 아니 좋을 수 없다. 살짝 오버쿡인 듯 하나 괜찮다. 누룽지가 많을수록 숭늉은 더 구수해지기 때문이다.
단호박, 고구마 그리고 은행과 호두, 땅콩 등 고명과 함께 찰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을 그릇에 옮겨 담는다. 누룽지는 설탕을 솔솔 뿌려서 먹어도 좋지만, 솥밥에 누룽지는 숭늉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이므로 더운물을 붓고 다시 뚜껑을 닫는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콩을 갈아내고 남은 찌꺼기를 비지라고 한다. 어릴때는 왜 찌꺼기를 먹어야 하는지 몰랐지만,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비지를, 비지찌개를 엄청 좋아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두부의 부산물이 아니라 단독으로 비지를 만든다고 한다.
여기는 어떤지 모르지만, 우선 비지 특유의 고소함이 가득하다. 김치를 더해 혹시 모를 콩비린내는 완벽하게 잡았다. 군데군데 고춧가루가 있지만, 매운맛은 1도 없다.
갓지은 솥밥은 밥만 먹어도 좋은데 간을 맞추기 위해 짱아지를 올렸다. 밥이 주는 달달함 속에 장아찌의 감칠맛까지 완벽한 한숟갈이다. 그렇다고 밥만 먹을 수는 없기에 콩비지가 들어 있는 뚝배기에 숟가락을 담갔다가 올렸다.
저 상태로 한입만을 한다면, 입천장이 홀라당 벗겨질 거다. 왜냐하면, 콩비지가 겁나 뜨겁기 때문이다. 고로 호호호~ 호호호~ 잘 식혀준 다음에 먹어야 입천장을 보호할 수 있다.
숟가락으로 비지지개를 밥그릇에 옮기고, 그부분만 대충 비빈다. 콩비지 비빔밥만 먹어도 되지만, 함께 나온 반찬을 더해도 괜찮다. 왜냐하면, 콩비지 간이 슴슴하니깐.
콩비지에 김치는 확실한데, 먹다보니 다른 식감이 느껴진다. 고기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느낌적인 느낌상 다진돼지고기가 아닐까 싶다. 비지는 두부와 된장, 청국장과는 다른 콩의 맛으로 부드러움 속에 고소함을 품고 있다.
누룽지에 더운물만 더했을 뿐인데, 구수함이라는 옷을 입은 숭늉이 나타났다. 갓지은 솥밥도 밥만 먹어도 좋았는데, 숭늉은 달달함에 구수함이 더해져 숟가락을 멈출 수 없다. 지금 이순간, 그 어떤 디저트도 숭늉을 이길 수 없다.
솥밥과 콩비지가 좋았듯, 누룽지와 콩비지도 당근(?)이다. 하지만, 반찬은 올려서 같이 먹어도 되지만, 콩비지는 따로 먹어야 한다. 왜냐하면, 둘이 만나면 혼탁해지기 때문이다. 숭늉과 콩비지는 서로 섞이지 않고 따로 놀아야, 그 맛이 배가 된다.
죽이야기이지만, 당분간 아플 일이 없을테니 죽이 아니라 솥밥을 먹으러 가야겠다. 갓지은 솥밥을 거절할 이유는 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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