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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 나오는 맛집을 잘 안 간다. 이유는 방송으로는 너무 맛있게 보이는데, 막상 가보면 전혀 아니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두의 달인으로 선정된 SBS 생활의 달인과 암행 취재로 맛있는 만두집으로 선정된 MBC 찾아라 맛있는 TV에 나왔던 연남동 만두집은 좀 다를거 같았다. 정말 다른지 직접 가봐야 알기에, 큰 맘 먹고 연남동으로 무작정 찾아갔다. 

 

 

 

 

 

방송에서 봤던 간판이 보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좋아하는 만두 효도만두" 드디어 찾았다. 홍대입구역에서 여기까지 지도만 믿고 걸어와서 혹 못찾으면 어쩌나 했는지, 먹고 싶다는 그 집념만으로 꽃샘추위도 무릅쓰고 찾았다. 그런데 셔터가 내려가 있는 것이었다. 사진은 나올때 주인장의 아들님이 조심하라면서 셔터를 올려주셔서 그렇지, 들어갈때는 오리걸음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막상 도착해보니, 셔터가 내려가 있어 영업을 안하나 생각했다. 방송 여파로 문을 닫은건가 싶어, 허리를 숙여 안을 들여다 보니, 테이블에 않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누구는 먹고 있고, 누구는 그냥 앉아만 있는 것이었다. 아직 영업 전인가? 시간은 12시가 넘었는데, 왜 이럴까 하면서 주변만 서성거렸다. 나처럼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그냥 가는 사람도 있고, 여기 요즘 완전 뜬 곳인데 문 닫았나봐 하면서 가는 사람들도 있고, 이거 하나 먹자고 나왔는데 어떡해야 하지 하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있을때, 안으로 들어가는 어떤 남자분이 보였다. 이때 들어가자 싶어, 그 분을 따라 살며시 들어갔다.

 

 

 

 

 

들어가니 보니 4인용 테이블이 4개 정도 있는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다. 그 작은 식당은 벌써 만원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여기 관계자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맞았다. 다 손님이었다. 조심스레 빈 자리에 앉아서 어떻게 주문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니,

 

주인장의 아들로 보이는 분이 "지금 주문하면 40분 기다려야 합니다"

 

"주문부터 하고 여기서 기다렸다가 먹어도 되나요?"

 

"네... 그러시지요"

 

"그럼 군만두와 통만두, 버섯왕만두 1인분씩 주세요"

 

"버섯왕만두는 다 나가서 없습니다"

 

"그럼 군만두와 통만두 1인분씩 주세요. 군만두는 먹고 갈거고요. 통만두만 포장해주세요"

 

그리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다행히 어떤 커플이 다 먹고 일어나기에, 그쪽 테이블로 옮겨 푹 어플로 무한도전을 보면서 기다렸다. 아이와 함께 온 손님이 나갈때 주인장 아들님이 셔터를 올려주셨는데, 그때부터 문전성시가 뭔지 눈으로 생생하게 목격하게 되었다. 셔터가 심하게 내려가 있을때는 그냥 밖에서 눈으로만 보고 가던 사람들이 셔터가 올려져 있으니, 마구마구 들어오는 것이었다.

 

오는 사람마다 "버섯왕만두와, 군마두, 통만두 주세요"

 

"버섯왕만두는 오늘 다 끝났습니다"

 

또 연이어 들어오는 사람들도 같은 주문을 하고 또 하니, 얼렁 만들어야 하는데 매번 같은 주문을 받고, 같은 말을 반복해서 지치겠구나 싶은 찰나, 옆 테이블의 어느 노부부가 대신 오는 손님들에게 "메뉴는 벽을 보면 되고요, 오늘 버섯왕만두는 다 팔렸답니다 그리고 지금 주문하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려요"하면서 재능기부(?)를 하셨다. 이웃주민이라는 그 노부부 덕에 속도가 좀 빨라졌을까? 아니면 그 광경을 지켜보는게 재미있었을까? 드디어 만두가 나왔다. 

 

 

 

 

 

먼저 나온 통만두는 포장이 되어 있는 상태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모양은 군만두와 같아 보였고, 1회용 접시에 담겨져 랩까지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집에서 가서 먹을 생각에 테이블 옆에 놨두고, 바로 먹을 군만두에 집중하기로 했다. 군만두 10개에 단무지 그리고 간장은 먹을만큼 덜어서 만들면 된다. 간장과 함께 식초와 고춧가루도 있다.

 

 

 

 

 

노릇노릇하게 예쁜 갈색으로 맛깔스럽게 보인다. 이거 하나 먹자고 한시간이나 넘게 기다려야 하나 싶지만, 기다리는 동안 오고간 사람들을 보면서 방송 때문에 오는 사람들보다는 그 맛을 알고 오는 사람들이 많을거야 하면서 조심스레 하나를 들었다.

 

 

 

 

 

먹기전에 만두를 뒤집어 보니, 일본 교자만두 스타일의 군만두였다. 한 면은 바삭하게, 다른 면은 찐만두처럼 촉촉하게, 아직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막상 먹으려고 하니, 자리가 부족해 같은 테이블에 어느 부부가 앉아 있었고, 그 뒤와 옆 모든 테이블에 10명 정도 사람들이 다 있었는데, 만두는 내 앞에만 있는 것이었다. 특히 나와 같이 앉아 있던 부부는 40분 정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데, 혹시 나 먹을때 하나만 달라면 하면 어떡하지? 안 줄 수도 없는데, 어떡하지? 라는 괜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먹는내내 고개 한번 들지 못하고 먹어야만 했다. 맛있는거 먹을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리액션을 들키기가 싫었고, 다 나만 쳐다보는 거 같고, 식당에 가서 혼자서는 절대로 못 먹는 내가 이런 곳에서 먹어야 하니, 죄지은 사람처럼 푹 숙여서 먹었다. 뻘줌한 나를 감추기 위해 무한도전 조정 시리즈를 계속 보면서 말이다.

 

 

 

 

 

한입 베어 무니 주르륵 주르륵 육즙이 마구마구 떨어진다. 군만두임에도 이렇게 육즙이 많이 나오다니, 놀라움을 감추고 안의 내용물을 살펴봤다. 만두피에 비해 만두소가 꽉 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디서 이런 육즙이 나오는지, 고기와 배추 부추 등이 보이는데 말이다. 쫄깃한 만두피는 바삭함과 촉촉함이 공존한다. 음... 제대로 맛난 곳을 찾았구나 하면서 리액션이 나올뻔 했지만, 정수리로 느껴지는 사람들 시선 때문에 그 행복감을 조용히 혼자서 느꼈다. 

 

 

 

 

 

살짝 더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접시에 떨어진 저 국물의 정체가 바로 육즙이다. 육즙이 너무 많이 떨어져, 아까운 나머지 저거까지 다 먹어버릴까 생각했지만, 넘 추해보일까봐 관뒀다. 10개의 군만두를 다 먹고나서야 머리를 들었고, 그때까지 다른 테이블에 있던 분들은 냄새만 맡았야만 했다. 미리 다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받는데로 만드는거 같은데, 워낙 주문이 많이 밀려있어서 나오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거 같다. 그래도 난 먹었으니, 행복했다. 포장된 통만두를 들고 계산을 하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니, 주인장의 아들님이 만두 만들다 말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오는 나머지 중간에 셔터를 다시 내렸기에, 나갈때 어렵다면서 셔터를 올려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다음에 또 먹으러 오겠습니다라고 속으로 인사를 하고 나왔다.

 

 

 

 

 

계산할때 보니, 생활의 달인에서 준 명패가 보였다. 만두 최강달인!!

 

아까 재능기부를 하셨던 노부부가 앉았던 곳은 주방이 바로 옆이라, 주인장의 아들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어폰을 끼고 딴 짓을 하면서도 대화내용을 다 엿들었다. 그리고 알았다. 왜 버섯왕만두가 다 팔렸는지 말이다.

 

"제가 여기 20년이나 살았는데, 이런 곳이 있는지 방송을 보고 알았네요. 근데 예전에 여기 문 닫지 않았나요?

 

"네. 맞아요. 문 닫았다가, 다시 열었죠"

 

"근데 왜 방송에 나왔어요? 무척 힘들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원래 방송에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몇번이나 찾아봐서 하도 부탁을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랬어요. 근데 이렇게나 손님들이 많이 오니 바쁘네요"

 

"허허허, 그런데 버섯왕만두는 오늘 판매를 안하는 겁니까"

 

"아니 벌써 주문을 다 받아버렸어요. 전날 오셨던 손님들이 미리 주문을 다 하고 가셔서, 오늘 판매할 버섯왕만두는 없네요"

 

"그럼 일주일 중에 어느 날 와야 빨리 먹을 수 있나요?"

 

"화요일과 수요일이 그나마 빨리 드실 수 있고요. 주말은 되도록이면 안 오시는게 좋아요. 무지 바쁘거든요. 그리고 요즈음 손님당 4인분 이상 주문을 받지 않아요. 이렇게 해야 더 많은 분들에게 드릴 수 있으니깐요"

 

 

 

흐흐흐~ 화요일과 수요일 접수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연다고 하니깐, 다음번에는 10시 30분 쯤에 도착해야지. 화요일에 가서 군만두와 통만두를 사서 먹고, 버섯왕만두는 주문한 후, 수요일에 다시 찾으러 가면 되겠구나. 아무래도 연남동을 자주 가야 될 듯 싶다. 방송에 나오는 맛집 중 진짜 맛집은 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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