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굴짬뽕 먹으러 안동장에 가자 였는데, 결국 밤이 될때까지 을지로를 서성거렸다. 덕수궁이나 종묘 또는 광장시장에도 충분히 갈 수 있었지만, 우물안 개구리처럼 을지로3가 주변만 서성거렸다. 그렇게 골목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을지로를 담았다. 목이 살짝 따끔거렸지만, 레트로 감성은 제대로 느꼈다.
을지로3가에서 안동장으로 가기위해서는 을지로 조명거리를 지나가야 한다. 그저 평범한 거리인 줄 알았는데,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거리라고 하니 새삼 다르게 보인다.
12시 언저리였던 거 같다. 긴 줄은 아니지만, 대기하는 분들이 좀 있다. 굴짬뽕부터 먹고 골목길 나들이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순서를 바꿔야 할 듯 싶다. 기다리는 건 정말 싫으니깐. 특히 혼밥할때는 더더욱.
길은 건너 을지로 철공소 골목으로 간다. 을지로 골목골목마다 맛있는 집들이 꽤 많다. 그중에 양미옥도 포함될 것이다. 곱창을 못 먹었던 시절, 저 청록색 건물은 강남역의 뉴욕제과처럼 을지로 만남의 광장이었다. 이제는 먹을 줄 아는데, 내장 주제에 살코기보다 더 비싸다. 역시 편식은 나쁘다.
을지로 골목은 삼청동이나 북촌처럼 멋짐과 잘생김은 없지만, 알수없는 뭉클함이 그리고 아.버.지.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21세기이지만, 을지로의 감성은 20세기에서 멈춘 거 같다. 그래서 레트로 감성이 물씬 난다.
안동장만 아니었어도, 여기서 냉면 한젓가락을 했을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 바로 들어가면 되는데, 냉면 먹고, 짬뽕 먹고, 겁나 어색하다. 원래부터 통로는 아니었을 거 같고, 을지면옥이 유명해지면서 통로로 만들려고 앞건물의 요부분을 매입한게 아닐까 싶다. 냉면은 여름보다 겨울에 먹어야 더 맛있으니, 추워지면 다시 오리라.
푸르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삭막한 동네이지만, 걷다보면 싱그러움을 만나게 된다.
잔잔한 음악처럼 미싱 소리가 들려오고, 옆집에서는 보글보글 얼큰한 생태찌개가 끓고 있다. 골목을 지나고 또다시 골목을 지나야 올 수 있는 곳인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냄새가 예사롭지 않더니, 아무래도 유명한 곳인가 보다. 칼칼한 생태찌개에 녹색이가 함께 한다면, 확마~ 안동장에 가지 말까? 줄이 없었으면 변절(?)을 했을텐데, 다행이다.
족히 50~60년은 된 듯하다. 이름은 하나인데, 여관, 대중탕, 사우나 그리고 다방까지 용도가 참 다양하다. 드라마 세트장에 가야만 볼 거 같은데, 을지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쉼없이 들렸을 기계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그저 고요함만이 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을지로 골목에서도 가장 좁은 골목이 아닐까 싶다.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골목 끝에는 요즘 엄청나게 핫한 카페가 있다. 방송에서 봤을때는 한 건물인 줄 알았는데, 한쪽은 빵집, 다른쪽은 커피집이다.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걸로 봐서는 떨어져 있지만, 같은 곳인 거 같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커다란 자개장이 있는 공간이 나온다. 종이 일력까지 작은 소품하나하나 레트로 감성을 잘 살린 거 같다. 어릴때 우리 집에도 커다란 자개장이 있었는데, 몇번의 이사를 하고나니 매끈하고 디지털스러운 가구로 바꿨다. 그때는 자개장이 참 촌스러웠는데, 지금은 버리지 말았음하고 후회하고 있다.
필터커피가 유명하다는데, 식사 전이라 커피는 사절이다. 이따가 밥 먹고 다시 와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밥을 오래 먹은 바람에 결국 못왔다. 핫한 곳답게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여기도 2층이 있던데, 옆 건물과 동일하게 빈자리가 거의 없다.
사람이 많으니 테라스로 나와서 살짝만 카페 내부를 담았다. 왼쪽은 커피한약방 2층이며, 오른쪽은 혜민당 2층이다. 그나저나 이런 곳에 카페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만든 사람도 대단하고, 이 좁은 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도 참 대단한 거 같다. 커알못에게는 그저 신기할 뿐이다.
왜 한약방이라고 했을까? 그 궁금증은 저기에 걸려있는 안내문을 보면 된다. '이 곳은 옛 허준 선생님이 병자를 치료하시던 혜민서 자리입니다." 아하~
역시나 같은 건물에 양복점도 있다. 즉, 큰 길에서는 이남장이 보이고, 그 옆에 있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양복점이 나온다. 그리고 막힌 골목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더더 작은 골목이 나오는데, 그 곳에 카페가 있다.
왔으니, 또 옆에 있으니, 아니 갈 수 없다. 가을 옷으로 갈아 입고 있는 청계천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못다한 일이 생각나 멈췄다. 뒤를 돌아서 다시 을지로 골목길로 추울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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