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한강이 있다면, 울산에는 태화강이 있다. 잔잔한 강을 따라 펼쳐진 대나무숲길, 울산 나들이(여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급하게 갔다온거라^^)의 시작은 여기부터다. 서울보다는 따뜻할거라 생각했는데, 초여름 날씨로 인해 두툼한 복장이 거추장스러웠지만, 대나무가 주는 바람과 그늘로 인해 즐거운 여행이 됐다. 올해가 울산방문의 해라고 하던데,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고픈 곳, 울산 태화강에 있는 십리대숲길이다.
울산시민공원 근처에 행사가 있어 참석했다가, 십리대숲길을 향해 가는 중이다. 한강처럼 태화강도 그늘이 별로 없다. 어느 곳을 가나 강변둔치는 다 이렇구나. 모자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20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에 따가운 햇살을 고스란히 맞으며 걷고 있다. 태양을 피할 방법이 없어, 가방 속에 있던 커다란 손수건을 이용해 머리부터 얼굴까지 싹 가렸다. 덕분에 자외선은 피할 수 있었는데, 얼핏 보면 딴나라 사람처럼 보였을 거 같다.
강 건너에 보이는 저 곳은 태화루란다.
거리가 얼마 안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은근 멀다. 햇살이 따뜻하다 못해 따갑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저기 보이는 십리대숲을 향해... 이때는 몰랐다. 진짜 십리대숲은 저 곳이 아니라는 걸.
날아가는 새(까치)를 바라보며~ 나도 따라 날아서 십리대숲까지 가고 싶다.
십리대숲으로 가려면 다리(십리대숲교)를 건너야 한다. 가운데 보이는 앙상한 저 나무, 가까이 가서 어떤 나무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직진은 있어도 후진이 없기에 그냥 통과.
다리 위에서 바라본 태화강의 모습. 확실히 서울보다 하늘이 참 맑다.
거의 다 왔다. 태화강의 명물이라는 대나무를 드디어 만나는구나. 왜 몰랐을까? 대나무는 맞는데 십리대숲길은 아니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을 했을텐데, 모르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더니 역시...
아직 도착도 안했는데, 벌써 대나무의 싱그러움이,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와~ 멋진 걸~ 멋지군.
대나무가 주는 그늘이 이리도 고마웠던가? 이제야 좀 살겠다.
가로분능을 중시하지만, 요번에는 세로본능으로~ 참 길다 길어.
이제는 태양이 무섭지 않다. 대나무가 주는 그늘이 있으니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한컷 발사.
어라~ 십리대숲길이라고 하던데, 벌써 끝.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십리대숲길은 여기가 아니란다. 단순하게 대나무가 보이기에 십리대숲길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밉다. 그럼 진짜 십리대숲길은 어디지?
저~~~기다. 그늘도 없는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한다. 가방에 다시 넣었던 손수건을 꺼내 머리에 쓰고 그렇게 또 걷기 시작했다. 여기가 십리대숲이라고 대충 우기고 포기할까라는 못된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점심으로 찜했던 식당이 십리대숲길을 지나야 나오기 때문이다. 울산에 간다고, 지인에게 뭐 먹지라고 물어보니, 울산은 문어짬뽕이 유명하다고 한다. 울산까지 와서 짬뽕은 좀 아닌거 같은데 하면서 열심히 검색을 하던중 발견한 음식, 바로 울면이다. 울산에서 울면이라, 아재개그지만 왠지 괜찮을 거 같다. 십리대숲길을 통과하면 울면을 먹을 수 있다. 목표가 생겼으니, 포기란 없다.
대나무와 벚꽃, 봄에만 볼 수 있는 풍경.
힘들게 걸어온 보람이 있다. 확실히 좀 전에 봤던 그 곳과 많이 다르다. 드디어 십리대숲길에 도착을 했다.
【태화강공원 서쪽에 솟은 오산을 중심으로 용금소(태화루)까지 10리(약4m) 구간의 대나무군락지를 태화강 십리대숲이라고 부른다. 십리대숲의 대나무는 고려중기 문장가인 김극기의 태화루 시에 그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1749년 울산 최초 읍지인 학성지에도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리전부터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라고 한다.】
대나무 사이로 내리쬐는 빛이 참 멋있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어야 하는데, 너무 많다.
대나무다.
자연조명이 이리도 좋았던가? 다 같은 대나무인데, 햇살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다르다.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니, 여기서 대자로 누워서 자는 행동은 안했으면 좋겠다. 대나무숲에서는 공기 속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음이온이 다량 발생해 신경안정과 피로회복 등에 좋다고 한다. 요 근래 짜증이 안나는 이유가 설마, 혹시...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또 대나무.
또 또 대나무.
또 또 또 대나무다. 지쳐갈때쯤, 울산이니 울면~ 울산에 가면 울면~ 울산울면을 노래처럼 흥얼댔다. 기필코 꼭 울면을 먹으리라.
드디어 다 왔다. 원래는 여기서부터 출발을 하는건가보다. 뭐 어찌됐든, 길고 긴 십리대숲길을 지나왔다.
마라톤을 뛴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해서 그런거 같다. 자~ 그럼, 아까부터 흥얼댔던, 울산이니 울면을 먹으러 가자.
대나무와 벚꽃. 봄에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풍경이기에, 그저 좋기만 하다.
울산 나들이의 마지막은 음식. 그런데 여기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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