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에 있는 전통시장이라고 하면, 광명전통시장이다. 규모에 비해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통로가 좁아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양하고 저렴한 먹거리가 많아 자주 찾았다. 그런데 이와 정반대인 전통시장이 광명시에 또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작고 소박한 시장이지만, 광명전통시장과 견주어도 될만큼 알찬 전통시장, 광명새마을시장이다.
광명새마을시장은 광명전통시장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광명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광명전통시장이, 직진을 하고 조금 더 가면 광명새마을시장이 나온다. 봄비 내리던 어느 오후, 가장 재밌다는 전통시장 구경하러 광명새마을시장으로~
전통시장은 맞는데, 그동안 다녔던 여느 시장에 비해서 규모가 작다. 광명전통시장, 통인시장, 광장시장처럼 외지인이 많이 찾는 시장은 아닌 거 같고, 인근 주민들이 찾는 동네시장같다. 주 타킷층이 다르니, 품목도 확실히 다르다. 다양한 먹거리보다는 주택가에 자리한 시장답게 채소와 과일같은 청과물 및 생선, 육류 가게들이 많다. 그렇다고 먹거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먹자골목(푸드코트같은)이 따로 형성되어 있다.
이름처럼 명품 과일만 있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가까이 가면 다 먹고 싶을 거 같아서, 멀리서 찰칵. 시장 한바퀴를 끝내고 다시 오니, 막 담근 겉절이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이 솔솔나는 흰쌀밥 위에 맛깔난 양념 옷을 입고 있는 겉절이, 나도 모르게 아~ 할뻔했다.
무는 가을이 젤 좋다고 하지만, 봄에 만난 총각무도 훌륭해 보인다. 알맞게 익은 알타리김치에 라면은 환상의 궁합인데, 왜 하필 비님이 오시는지, 암튼 하늘은 날 도와주는 않는다.
비릿한 냄새가 나야 하는데, 뚜껑을 덮어두니 냄새도 안나고 보기에도 좋고, 주인장의 센스가 엄지척이다.
녹색 소쿠리에 있는 건, 왕 계란말이다. 저거 하나만 있으면 삼시세끼 반찬으로 충분할 거 같다.
건어물 가게 역시, 봉다리마다 꽁꽁~
선택은 자유지만, 다 먹고 싶다.
대형마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쌀집 풍경.
건조가 잘된 코다리란다. 무 넣고 조리면 참 맛나는데... 맛은 아는데 할 줄은 모르니, 어무이 찬스를 사용해야 할 듯 싶다.
전통시장을 많이 다녔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생선가게는 첨인 거 같다. 여기에 횟집을 같이 운영하는 곳도 있다. 손님이 없었다면, 절대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르신 손님이 있는 바람에 아쉽게 발길을 돌렸다.
왔다 장보리가 아니고 왔다 닭강정이다. 최고의 맛이라는데, 오늘따라 닭보다는 다른 먹거리가 생각나서 꾹 참았다.
없으면 서운한 뻥튀기 가게, 전통시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지.
푸짐한 양에 착한 가격이니, 마카로니 한봉지를 집었다. 계산을 한 후에, 이거 다 만드셨나요라고 물어보니, 받아온 거란다. 헉~ 그럼 저 기계는 인테리어?
시장 바로 옆 작은 골목에 있는 닭곰탕, 순대국 골목. 누군가에는 맛난 냄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힘든 냄새다. 후자인 관계로 사진만 찍고 이동했다.
군침을 돌게 만드는 비주얼. 여기도 그냥 지나치면 사람이 아니지.
사람이니, 먹었다. 달달한 양념과 갠적으로 좋아하는 밀가루 떡볶이, 특별한 맛은 아니고, 익숙한 맛이다. 집에서 이런 달달한 맛을 낼 수 없으니, 전통시장에 오면 무조건 먹어야 한다.
순대 1인분은 다 먹을 자신이 없으니, 딱 2개만 달라고 해볼까? 순대를 좋아하지 않지만, 떡볶이를 먹을땐 이상하게 순대가 땡긴다. 전통시장이니 달라고 하면 줄 거 같지만, 너무 없어보일 거 같아 참았다. 대신, 다른 먹거리를 찾았다.
떡볶이 집 맞은편에 있는 진이네 전집에서 모든 걸 불태우기로 했다.
비가 오니, 녹두전에 막걸리 한잔, 생각만 해도 좋다. 주문을 하니, 녹두전은 안된단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 모듬전 중(6,000원)을 주문했다.
소주는 강하게 흔들어서 회오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막걸리는 스냅을 이용해서 적당한 강도로 흔들어 주면 된다. 준비는 끝났다. 모듬전만 나오면 된다.
나만을 위한 전이 익어가는 중.
완전체. 또 이렇게 혼술을 한다. 비때문이라서, 그눔의 비때문이라서, 핑계가 참 좋다.
호박전, 동태전, 새송이버섯전 그리고 꼬치.
햄, 단무지, 파(?) 그리고 맛살, 각 재료의 맛이 따로 따로 다 느껴지는 놀라운 꼬치전이다.
심심하니 양파간장에 매콤함을 더하기 위해 고추까지 얹어서 먹으면 된다. 광명전통시장에서 먹었던 전은 식당용이라면, 광명새마을시장에서 먹은 전은 가정용이다. 맛으로만 따지면 광면전통시장이 더 좋지만, 만드는 정성은 광명새마을시장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광명새마을시장에서 약 1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먹자골목. 낮에는 이렇게 한산하지만, 밤이 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밥보다는 술이 생각나는 메뉴들이 많아서다.
광명전통시장과 광명새마을시장, 같은 전통시장이지만 느낌은 완전 다르다. 단순히 먹기 위해 전통시장에 가야한다면 광명전통시장을, 장을 보러 전통시장에 가야한다면 광명새마을시장으로 갈 거 같다. 여기저기 전통시장을 다니면서, 먹거리보다는 진짜 장을 보고 싶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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