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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는 한시간, 길게는 하루종일, 그리고 이번까지 벌써 3번째 방문이다. 그때마다 지인들에게 들었던 곳, "순천에 왔으니, 벽오동에서 보리밥 먹어~"처음은 시간이 부족해서, 다음은 일인분은 안준다고 해서, 그래서 둘이 갔다. 혼밥에 최적화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 순천 보리밥 전문점 벽오동이다.



사진 속 분위기는 딱 가을이지만 속으면 안된다. 겁나 덥다 더워~



입구에서 식당까지 오는데, 거리가 좀 있다. 넓은 주차장이 있다는 건, 손님이 많다는 의미겠지. 설마 땅부자라서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겠지. 



현지인들이 자주 오는 곳이라고 한다. 점심, 저녁 피크타임 없이 언제나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한다. 이 모습도 정말 잠깐이었다. 조용함은 잠깐, 곧 사람들 소리로 방안은 꽉 채워졌다.



메뉴 참 간단하니 좋다. 보리밥은 보리밥이고, 백반정식은 쌀밥인 거 같다. 여기에 동동주까지 추가해서 주문을 했다.



손을 씻고 오니, 벌써 상차림이 끝났다. 슬로우푸드같은데, 나오는 속도는 패스트푸드다. 20여가지의 맛깔스런 밑반찬과 얼음알갱이가 송송 떠있는 시원한 동치미 그리고 제육보쌈이 함께하는 고소한 보리밥과 백반정식이라고 하더니, 딱 그말이 맞다. 단순한 보리비비밥이라고 생각했는데, 푸짐함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가격은 8,000원, 서울이라면 절대 이 가격에 먹을 수 없겠지.



양념게장, 홍어회(?) 무침, 동치미, 나물겉절이, 무생채, 부침개, 도도리묵, 쌈채소. 푸짐해 보이지만, 반찬에 강약조절이 되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건 많이, 그렇지 않는건 아주 쬐금, 무조건 푸짐보다는 이렇게 나오는게 더 좋은 거 같다.



보쌈, 배추겉절이, 계란찜, 5가지 나물, 삼치구이, 오른쪽 검은색은 된장국, 왼쪽 하얀색은 홍합이 들어 있는걸로 보면 해물탕인 거 같은데 맛이 쫌 애매모호했다. 벽오동 밑반찬은 전반적으로 슴슴했다. 나물도, 국도, 계란찜도 나트륨 줄이기 운동을 하는지, 밥없이 반찬만 먹어도 짠맛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짠맛도 약하고 단맛도 약하고 부모님이랑 함께 오면 참 좋을텐데 했다.



이번 남도여행 마지막 코스가 벽오동이라서, 동동주를 아니 마실 수 없었다. 함께한 분은 운전을 해야 하기에 얼마 마시지 못하니, 오로지 다 내꺼였는데 깔끔하게 다 마시지 못했다. 밑반찬은 그리 달지 않았는데, 동동주는 달아도 너무 달았다. 원래 동동주는 달달한 맛으로 먹지만, 요건 쫌 과했다. 더불어 어찌나 톡 쏘던지, 사이다를 탄 게 아닐까 이딴 못쓸 의심을 아주 잠깐 했었다.



너 반, 나 반, 그렇게 반반씩 나눴다. 보리밥이 까끌거려서 쌀밥으로 했는데, 보리밥은 고슬고슬했지만, 쌀밥이 조금 질었다. 밥이 풀어지지 않아서, 비비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밥은 좀 있다 비비기로 하고, 우선 보쌈부터... "자 어서 찍어." 밥 먹을때마다, 왼손에 음식을 들고, 오른손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나 보다. 그냥 드셔도 되는데, 이렇게 해주시니 고맙게 찰칵했다. 그런데 ...



이것도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보다. 둘다 배추 + 다시마 + 겉절이 + 보쌈으로 만든 쌈인데, 솔직히 내가 만든 쌈이 더 예뻐보인다. 내용물이 하나하나 다 보이도록, 아주 작은 새우젓 하나까지 다 보이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도 나름 노하우인가?! 돼지고기는 독일산이라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군내가 안났고, 비계맛이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엄청 새콤한 홍어무침으로 진화를 해서 괜찮았다. 



예쁘게, 나란히, 보기 좋게 나물 세팅 끝. 계란찜으로 화룡점정.



슴슴한 반찬이라서 어떻게 비벼야하나 했는데, 테이블마다 참기름과 고추장이 비치되어 있다. 참기름 쬐금 넣고, 고추장도 과하지 않게 넣기. 개인적으로 참기름의 기름맛과 고추장의 장맛으로 먹는 비빔밥은 별로다. 안동 헛제삿밥처럼 재료 본연의 맛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먹는걸 더 선호한다.



예전에 왜 이렇게 맛없게 비비냐고, 고추장을 더 넣어서 비벼야지 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녀석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넌 여전히 맛없게 비비는구나." 

"괜찮다 친구아, 난 이렇게 먹는걸 좋아하니깐."



슴슴한 생선구이를 올려서 아~함. 그리고 동동주 한잔.



아껴뒀던 보쌈을 올려서 또 아~함. 또 그리고 동동주 한잔. 



카운터 옆에 있는 후식코너. 계피향 가득한 수정과 한잔, 놓치면 후회한다.


벽오동의 음식은 인상적이지는 않다. 딱히 기억나는 음식도 없고, 특색있는 반찬도 없고, 그냥 무난, 평범이다. 그런데 현지에 있는 분들이 왜 여기를 추천했는지 알 거 같다. 순수해서, 순해서, 모나지 않아서다. 만약 순천을 또 가게 됐고,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면, 벽오동에 가서 2인상을 주문해 먹어도 아깝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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