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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노 유이치의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는 페코로스,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의 속편이다. 치매에 걸린 80세 어머니와 그 어머니를 돌보는 60세 아들, 그 아들이 담담하게 그려내는 만화일기가 바로 페코로스(작은 서양 양파로, 동글동글한 체형과 대머리로 인해 생긴 작가의 별명이란다.) 시리즈다. 두편 다 봤으면 좋겠지만, 아쉽게 속편을 먼저 만났다. 전편은 이번 주말에 서점에 가서 보려고 한다.


200페이지 분량의 만화라 1~2시간이면 다 볼 수 있는 가벼운 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절대 가볍지 않다. 우선 어머니를 생각하는 아들의 사랑이 담겨있다. 치매로 인해 자기만의 세계에 살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본인의 이름대신 대머리 아저씨로 부르는 어머니를 보면서, 그래도 이렇게 곁에 계시는게 좋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루만 제발 하루만 더 곁에 있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치매와 뇌경색으로 노인 요양시설에 들어갔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자주 찾아간다. 어떤 날은 잠만 주무시고, 어떤 날은 말도 없이 멍하니 계시고, 가끔은 아들로 봐주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어머니는 아들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한다.


미옥 : 엄마, 나랑 얘기 좀 하자! 엄마 요즘 들어 왜 이러니?

엄마 : .....

미옥 : 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길래, 집도 못찾고,금방 한 행동도 잊어먹고,

엄마 대체 왜 이러냐? 어? 말해봐, 왜그러는지?!

엄마 : .....

미옥 : 진짜 사람 복장 터지게 하네, 정말. 요즘 들어 왜 자꾸 그러는지 나 하고 얘기좀 하자구! ...... 어.. 엄마.. 어, 엄마... 뭐해, 지금?

엄마 : 내가 마음이 아파가지고... 이거 바르면 괜찮을 거 같아가지구..

미옥 : 엄마, 왜 이러니.., 엄마 이거는.. 가슴에 바르는 약이 아니잖어, 엄마 이거는..

엄마 : 바르고 싶어..미옥아,

미옥 : 어우 엄마, 엄마, 어우 엄마, 어우.. 나 어떡해.. 어우 어떡해.. 엄마 왜이러니.. 엄마가 이럼, 나 어쩌라고 엄마가 이러니, 엄마 이러지 마라.. 이러지 마라, 엄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정말 많이 울었던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여기서 치매에 걸린 어미니로 나온 고두심은 마음이 아프다는 이유로, 빨간약(머큐로크롬)을 가슴에 바른다. 2004년 드라마이니 벌써 12년 전 드라마다. 드라마를 보면서 슬픔도 슬픔이지만, 치매는 참 무서운 병이구나 했다. 서서히 기억이 사라지는 병, 드라마 천일의 사랑과,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통해서도 치매는 내가 아닌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길 바랬다. 


"딸, 엄마가 저번에 산 거 그거 어딨니?"

"딸, 엄마가 가스불 안 잠그고 나왔다. 가서 확인해봐."

"딸, 엄마 지갑 못봤니?" 

"엄마, 치매야? 왜 그래." 10년 전 나는, 이렇게 철없는 대답을 했다.


10년 후, 그 딸은 치매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말이 씨가 될까 겁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에 한시간씩 고스톱을 하라고 하고 있다. 더불어 손가락을 움직이는 운동을 하라고 하며, 옛 기억을 생각나게 하는 질문도 한다.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딸에게 준 텀블러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치매 예방 수칙 333, 3권 운동, 식사, 독서는 즐길 것. 3금 절주, 금연, 뇌손상 예방은 참을 것. 3행 건강검진, 소통, 치매조기발견은 챙길 것. 00구 치매지원센터』친구분들이랑 다녀오셨다고 한다. 이걸 보는 순간, 딸은 치매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절실했다. 나에게도 올 수 있음을 느꼈다.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는 실화인데 동화처럼 느껴진다. 기억을 잃은 어머니를 참 멋지게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이 없어진 어머니는 그녀가 만든 세상에서 다른 이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걸로. 잠만 자는 어머니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여행을 하고 있는 걸로. 기저귀 차고 있는 어머니를 작가는 늙은 어미니에서 점점 아기로 변해가고 있다고 표현한다. 벤자민 버튼은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순정만화처럼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폭풍감동을 주는 그림이다.

작가는 전편은 어머니의 삶을 보여주는 쉼표, 속편은 집필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마침표같은 책이라고 했다.


이 나라의 서쪽 끝 항구도시, 바다가 보이는 요양시설에서 지내는 어머니와 벌써 활갑을 훌쩍 넘겨 버린 아들의 담담하게 흘러가는 나날을 그려낸 만화 에세이. 그것이 마침 요즘의 사회문제와 조우하면서 치매와 노인 돌보기를 키워드로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었고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의 보물상자를 열고 그 삶에 대해 마음으로 더듬더듬 더듬어 보는 것으로 이미 세상 떠나신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 너머로 페코로스의 벗어진 대머리도 보였습니다. 흘러가 버린 수많은 일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금 햇살 속에 새로운 의미를 갖고 그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본문에서) 


치매에 걸린 80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돌보는 60세 아들.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올 수 있기에, 무작정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한가지,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라고 하더니, 책 속에 나오는 노인요양병원은 우리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고 하는데, 우리의 노인복지는 어느 수준일까? 그런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기들에게 줄 돈도 없다고 하니, 더이상 말하면 내 입만 아프겠지.  


오카노 유이치의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는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울고 웃음을 동시에 주기도 한다. 확실히 따뜻한 감동을 주는 책인데,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니 뒷맛이 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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