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티드 에디션, 사람을 현혹시키는 달달한 심리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아이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아이템. 이걸 갖는다는 건, 난 남들과 다름을 보여주는 거. 그 다름을 위해 매 시즌마다 나오는 화장품 리미티드 에디션에 몰입하게 된다. 물론 명품도 빠질 수 없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마케팅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이건 다 상술이야, 마케팅이라고 말하면서, 가끔은 나도 리미티드 에디션에 빠지게 된다.
며칠 전 투썸플레이스 광화문점에 갔을때 받은 다이어리를 준다는 투썸플래너 증정행사 카드. 아이폰에서 캘린더 어플을 사용한지 4년이나 됐으면서, 공짜로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빠지고 말았다. 다섯잔 정도 마시면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에 매장직원이 커피와 함께 주는 카드를 받고, 조용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런데...
이런 된장~ 15잔을 마셔야 한단다. 여기에 2잔은 겨울 한정으로 나온 커피를 꼭 마셔야 한단다. 그럼 2016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단다. 그런데 조기 소진이 되면 텀블러를 준단다. 여기에 지정 매장에서만 마셔야 한단다. 같은 투썸이지만, 다른 매장에서 마시면 나가리란다.
이걸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지? 주로 카페라떼를 마시니깐. 한잔에 4,400원 여기에 곱하기 13을 하면, 암산이 안된다. 계산기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4,400×13 = 57,200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처 - 투썸플레이스 홈페이지)
꼭 마셔야 하는 커피, 뱅쇼와 화이트펄 라떼까지 더하면, 57,200+5,000+5,500 = 67,700원으로 나왔다. 3만원 정도면 쓸만한 작은 포켓 다이어리를 살 수 있는데, 67,700원이라니, 이걸 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하나보다.
그런데 사람심리가 참 이상하다. 제품을 직접 본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갖고 싶다. 벌써 3잔이나 마셨으니, 나머지도 금방 마실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같은 느낌이 든다. '너 마케팅 전공한 사람 맞아?'라고 되물었지만, 벌써 내 눈과 내 마음은 전공과 전혀 상관없이 심리마케팅 노예로 전략해 버렸다.
리미티드 에디션이 주는 간사한 매력, 0.1%정도 제 정신이 남아 있으니, 헤어나올 수 있을까? "에이, 이번 한번만 노예가 되자. 그래도 리미티드잖아." 내 속의 악마가 자꾸 괴롭힌다. "안돼. 요즘에는 다이어리 쓰지도 않잖아. 그냥 낙서장이 될텐데 그래도 할꺼야." 내 속의 천사는 이렇게 되받아 치고 있다. 누가 이길까? 아직은 모르겠다. 리미티드 에디션, 정말 무서운 녀석이다.
(출처 - 스타벅스 홈페이지)
관련 정보를 검색해보니, 다이어리를 주는 곳이 많다. 스타벅스, 던킨도너츠, 카페베네, 커핀그루나루, 할리스커피, 커피빈 등이 있단다.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직접 다이어리를 구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비싼 가격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매장을 지정하지 않은 거 같던데, 투썸보다 미리 알았다면 스타벅스에 도전... 왜 이러니, 아직 전쟁 중이잖아!!
참 내년, 즉 2016년은 공중파에서도 욕을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병신년(丙申年)이기 때문이다. "이런 병신년이 왔네"는 욕이 아니라, 새해가 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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