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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2014 테이스티로드에서 남자들만 가는 맛집으로 이태원 기다스시가 소개된 적이 있다. 재방송을 많이 하는 케이블 방송의 특성상, 이태원에 갈 일이 있던 전날 우연히 보게 됐다. "내일 이태원 가는데, 가볼까? 스시가 엄청 맛나다고 했으니, 한번 믿어보고 가볼까?" 그래서 갔다. 그리고 맛집소개 방송의 나쁜 예를 알게 됐다. 남자들만 가는 맛집이었던 기다스시가 이제는 여자들이 가는 맛집으로 변해있던 것이다. 더불어 방송을 타기 전에 단골이었던 고객들은 오지 않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방송 때문에 가서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원래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거 같아 살짝 아쉬었다. (소니 nex-3n으로 촬영)

 

 

저녁 영업시간은 5시부터다. 이태원에서의 일이 일찍 끝나는 바람에 4시 45분쯤에 도착을 했다. 아직 영업 전이라 내가 첫 고객이겠구나 했는데, 이런 벌써 기다리는 줄이 있다. 이태원 중심에서 살짝 떨어진 제일기획 근처에 있는데,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방송을 타지 않았다면, 정말 몰랐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방송 전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했다.

 

 

입구 맞은편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섰다. 입구를 찍으려고 가까이 가보니, 번호표는 따로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순서대로 줄을 서서 들어가라는 말이다.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 오픈을 기다리면서 저 문을 열고 나오는 직원들이 보였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벌써 이렇게나 많이'하는 표정들이었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으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직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5시가 되자, 문이 열렸고 차례대로 들어 오라고 했다. '얼마나 맛난 곳인지 정확히 맛 봐주겠어'라는 비장한 심정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그리 넓지 않다. 연예인 사인과 테이스티 로드 김성은, 박수진 사인이 보였다. 들어갔을땐 앉기 바빠서 사진을 찍지 못해 나오면서 찍었는데, 역시 사람이 많다. 그리고 남자보다는 확실히 여자들이 많았다.

 

 

계산하면서 급하게 찍었다. 내부의 또 다른 모습이다.

 

 

내가 앉은 곳이다. 테이블보다는 이런 곳이 더 좋다. 왠지 더 잘해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방송 여파로 잘해주는 건 하나도 없었다. 테이블이나 다이나 다 똑같았다.

 

 

락교, 생강초절임, 수저통, 냅킨통, 물, 기꼬만 간장 그리고 앞접시가 세팅되어 있다. 바닥에 보이는 종이는 메뉴판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너무 더러워서 그냥 접어서 한쪽 구석으로 치웠다.

 

 

왼쪽 분은 연어롤만 만들고 있었는데, 다 먹고 나올때 까지 10개가 넘는 연어롤을 계속 만들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송에 연어롤과 초밥이 나와서 그런거 같다. 나 포함해서 대부분의 고객이 연어롤과 오늘의 생선초밥을 무조건 주문했기 때문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분은 아마도 주방에서 가장 높은 분인거 같다. 왜냐하면 이 분이 초밥을 만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러 명이 들어 왔기에 앉자마자 연어롤과 오늘의 생선초밥을 주문했다. 앞접시에 락교와 생강 초절임을 담고 있을때, 직원분이 죽을 갖다줬다. 애피타이저같은데 그냥 죽 맛이다. 양이 적어 몇번 먹다보면 없어진다. 굳이 안 먹어도 될거 같은 맛이다.

 

 

죽을 다 먹으니 해초무침과 미소시루가 나왔다. 그런데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국 그릇을 탑처럼 쌓아서 갖다 주는걸 보니 먹기 싫어졌다. 양이 적어 그릇을 쌓아도 아래에 담긴 미소시루가 윗 그릇에 묻지 않을거 같지만, 그래도 왠지 청결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맛난 미소시루라도 이렇게 갖다주면 진짜 먹기 싫어진다. 다시 달라고 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맛도 안 보고 옆으로 치웠다.

 

 

연어롤(10,000원)과 오늘의 생선초밥(13,000원)이 거의 비슷하게 다 나왔다. 시간차를 두고 천천히 주면 좋을텐데, 너무 빨리 나와서 좀 당황했다. 빨리 먹고 가라는 의미인거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도 다 찍고 소주(5,000원, 여기 술값은 좀 비쌈)도 주문해서 나름 천천히 먹을려고 했는데, 빨리 먹어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덩달아 빨리 먹었던거 같다. 방송을 타기 전에는 남자들이 한잔 두잔 스트레스를 풀면서 천천히 먹고 마시는 곳이였을텐데, 이제는 분식집 같은 초밥집으로 변한거 같다. 

 

 

엄청난 크기의 연어롤이다.

 

 

밥 보다는 채소와 게맛살(?)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소주잔과 비교해보니, 정말 한입에 다 넣기 버거운 크기다. 방송에서 한입에 다 넣고 먹기에 따라했다가, 혼났다. 입가에 소스 다 묻히고, 내용물 다 떨어지고 누가 보면 더럽게 먹는다고 할만큼 후폭풍이 심했다. 그래서 한입 먹기를 포기하고 나눠서 먹었다. 그런데 연어롤이라고 하는데, 연어 맛보다는 양배추 맛이 너무 강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은 좋았는데, 양배추가 너무 많다. 크게 하기 위해서 양배추를 너무 많이 넣은거 같다. 그냥 한입에 쏘옥 들어가게 만들면 좋을텐데 했다. 만약에 또 가게 된다면, 요 녀석은 주문을 안할거 같다.

 

 

오늘의 생선초밥이다. 총 12개가 나오는데, 먼저 광어와 참치 그리고 새우가 있는 6개가 먼저 나왔다. 방송에서 광어초밥이 엄청 맛나다고 난리를 쳤는데, 내 입에는 솔직히 별루였다. 개인적으로 흰살 생선보다 기름진 생선을 더 좋아해서 그런거 같다. 나와 다른 입맛이라면 좋아할만한 맛이다.

 

 

나오자 마자 바로, 또다른 6개나 나왔다. 연어와 게맛살, 학꽁치(?), 계란말이, 간장새우장 그리고 유부초밥이다. 13,000원이라는 가격으로 따지고 보면 딱 적당해 보이는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즐겨먹는 초밥이 아닌 관계로 아쉬움이 컸다. 그나마 간장새우장 초밥이 좋았지만, 유부초밥은 밥의 양이 적어 너무 짰다. 계란말이 초밥은 같이간 지인이 먹었는데, 일본보다 덜 달고 카스테라같아서 좋았다고 한다.

 

여기서 그만 먹고 일어나야 했는데, 뭔가 아쉬었다. 올만에 초밥을 먹으러 왔으니 초밥을 먹었다는 느낌은 나야 할 거 같아 직원분에게 물어봤다. "기다모듬 생선초밥(16,000원)은 오늘의 생선초밥과 뭐가 다른가요?" 직원 왈, "장어와 성게알, 전복 그리고 참치가 더 추가된다"고 했다. 장어와 성게알이란 말에 바로 주문을 했다.

 

 

기다모듬 생선초밥(16,000원)이다. 오늘의 생선초밥(13,000원)과 다르다. 3천원의 가격차이가 이거구나 했다.

 

 

광어 초밥이 하나 없어지고, 참치 초밥이 하다 더 추가됐다. 그리고 참치 부위도 좀 다른거 같다. 저 새우를 빼고 광어를 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좀 아쉽네.

 

 

두번째 접시에서 다름이 확실히 느껴졌다. 

 

 

그런데 성게알과 전북은 그 크기가 너무 작다. 소꼽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는 부른데 아쉬움은 여전히 남았다. 장어는 지인에게 양보했는데, 딱히 특별한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초밥은 생선과 밥이다. 그런데 기다스시는 밥의 양이 너무 적다. 사시미를 더 많이 먹기 위해 밥의 양을 줄이는 초밥집들이 있지만, 여긴 밥이 적어도 너무 적게 준다. 사시미도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고, 초밥을 먹었지만 정말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배는 벌써 부르기 시작했는데, 알 수 없는 허전함이 계속 남았기 때문이다. 오사카 시장스시(자세히보기)가 너무 그리워졌다.

 

 

초밥을 주문하면 미니 우동이 함께 나온다. 2번 나왔는데, 첫 우동은 깊은 우동국물 맛이 나서 참 좋았다. 그런데 두번째로 나왔을때는 육수에 물을 탔는지 밍밍해졌다.

 

역시 방송을 믿고 오면 안되는구나 했다. 더불어 정말 맛난 곳도 방송때문에 달라질 수 있구나 했다. 원래 이런 곳이 아니였음을 믿고 싶다. 방송의 여파가 많이 사리지게 되면 그때 다시 가보고 싶다. 지금은 그저 분식집 같은 초밥집인거 같아 너무 아쉽다. 나오면서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 고로케를 봤는데 엄청 맛나 보였다. 기다모듬 생선초밥과 고로케 그리고 소바나 사시미로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메뉴를 주문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왜 안하던 따라쟁이를 했을까 하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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