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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찾은 그 곳, 한파가 와도 꼭 먹어야 하기에 갔던 그 곳, 40분을 밖에서 덜덜 떨면서 기다려야 했던 그 곳,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 제철 먹거리인 과메기를 먹기위해 충무로 영덕회식당에 갔다. 과메기기 넌 누구니?(링크) 사진이 많은 관계로 사담은 여기까지...(iphone5로 촬영)   

 

 

7시쯤 도착했는데, 벌써 늦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엄청 많더군. 원래 비닐 천막 안에도 테이블을 세팅했는데, 너무 추워서 안했다고 한다. 총 6개 테이블(4인 좌석)인 영덕회식당, 이른 저녁부터 만원이다. 따뜻한 곳에서 맛난 과메기와 막회를 먹고 있는 다른 손님들을 보면서 속으로 '그만 먹지, 어 저기 테이블 소주 그만 주문하지, 이젠 나올때가 됐는데 너무 하네' 이러면서 먹는 사람 쳐다보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어기고 계속 쳐다봤다. 이렇게 하면 기다리는 사람을 생각해서 일찍 나올 줄 알았는데, 원하는 만큼 다 먹고 나오더군. 그리하여 40분 만에 입성했다. 

 

 

영덕회식당은 이모님 3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10시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점심 메뉴가 있는 걸로 보면 낮부터 먹거나 마실 수 있다는 말인데, 아무래도 낮술을 해야 밖에서 기다리지 않을거 같다. 참 심플한 메뉴판이다. 그래서 3년동안 과메기만 먹은거 같다. 문어를 먹고 싶지만, 갈때마다 떨어졌다고 해서 매번 못 먹었다. 역시 올해도 문어는 없었다.

 

 

기다리면서 주문을 했던지라, 앉자마자 바로 오늘의 주인공 과메기가 나왔다. 과메기와 함께 나오는 녀석들은...

 

 

가장 먼저 나오고, 찬 속을 따뜻하게 달래주는 녀석, 콩나물국이다.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딱 콩나물국 맛이다. 계속 리필이 되지만 많이 먹으면 안된다. 특히 여자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여기 화장실이 참 애매해서, 맞은편에 있는 신식(?)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항상 수분 조절을 한다. 그래서 맥주보다는 소주를 마시고, 국물보다는 콩나물만 먹는다.

 

 

과메기를 포근히 안아주는 녀석, 물미역과 다시마다. 대체적으로 미역만 주는 곳들이 많은데 여긴 다시마까지 줘서 참 좋다. 녀석들을 보니, 다음날 완벽하게 장 청소를 할거 같은 기분이 든다.

 

 

과메기와 함께 먹어줄 파와 마늘이다. 알싸한 녀석들이기에 너무 많이 먹으면 과메기 본연의 맛을 놓칠 수 있다.

 

 

과메기의 화룡정점 김과 영덕회식당만의 양념장이다. 구운 김도 아니고 그냥 생김인데 비린내도 안나고 참 맛있다. 리필이 되므로 마구마구 먹어도 된다. 과메기와 함께 먹어도 좋고, 그냥 김만 먹어도 좋다.

 

 

일반적인 초고추장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덕회식당만의 양념장이다. 과메기하면 영덕회식당을 생각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 양념장이다.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초고추장의 톡쏘는 맛에 달달한 맛 그리고 생각보다 맵지 않는 맛으로 인해 과메기를 자꾸만 먹게 만든다. 조연인 물미역, 다시마, 김을 여기에 찍어 먹어도 참 좋다. 이래저래 안주를 술을 부르는 맛난 양념장이다.

 

  

이젠 주인공이 등장할 차례다. '반갑구나. 과메기야. 올해도 어김없이 너의 쫀득하고 고소함을 느껴보고 싶어 또 왔단다. 40분을 기다렸지만, 너를 보니 기다린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구나.'

 

 

'좀더 자세히 보고 싶구나. 어쩜 이런 빛깔을 내는지 참 궁금하구나. 어떤이는 비리다고 싫다고 하지만 나는 널 엄청 사랑하기에 너의 비린맛까지 좋아한단다.' 그러나 영덕회식당은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그저 고소한 맛만 난다. 형광등 불빛에 반사되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게 아니라, 과메기가 갖고 있는 기름으로 인해 윤기가 좔좔 흐른다.

 

 

과메기를 단독으로 먹어도 좋지만, 최상의 하모니를 위해 주조연을 다 합쳤다. 김을 깔고 그 위에 다시마 물미역을 놓는다. 그리고 과메기 한점과 파와 마늘을 넣고 이 곳만의 양념장을 담으면 끝이다. 이젠 진짜 입이 호강할 시간이 왔다. 혼자 많이 먹겠다고 2점을 한꺼번에 올린다면 싸울 수 있기에, 정석대로 한점씩 한점씩 먹어야 한다. 이렇게 다 싸서 먹어도 좋고, 김에만, 물미역에만, 다시마에만 싸서 먹어도 좋다. 40분을 기다렸는데, 30분만에 과메기 한접시를 클리어했다. 너무 빨리 먹어서 같은 걸로 주문을 할까 고민하다가, 다른 테이블을 보니 과메기 먹고 막회, 막회 먹고 과메기 순으로 주문을 하기에 아쉽지만 과메기대신 막회를 주문했다. "이모님, 여기 막회 중 주세요."

 

 

막회가 나왔다. 미나리와 양파 무, 오이가 들어가 있고, 회는 모르겠다. 2~3 종류인거 같은데 먹는데 바쁘다 보니 물어보지 못했다.  

 

 

전어처럼 보이지만 아닐거 같고, 암튼 자세히 봐도 모르겠다. 내년에 가면 그때 물어봐야겠다. "이모님, 막회에 뭐가 들어가나요?"

 

 

만능 양념장이다. 과메기에도 막회에도 다 어울리니 말이다. 이렇게 양념장을 넣고,

 

 

잘 비벼주면 맛깔스런 막회로 변신했다.

 

 

보고만 있어도 군침이 마구마구 나온다. 아삭아삭하며 쫄깃한 식감이 너무 좋다. 젓가락으로 마구마구 먹으면 되지만,

 

 

요렇게 김과 함께 먹어도 또 좋다. 김의 고소함까지 합쳐지니 또 별미구나.

 

 

얌전하게 먹었는데, 순간 이성을 잃어 버리고 요렇게 싸서 먹기 시작했다. 그래야 남들보다 더 빨리 많이 먹을 수 있을테니깐 말이다. 벌써 배는 남산만해졌는데,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왔다. 이 허전함이 뭘까? 뭘까? 뭘까?

 

 

허전함의 정답은 바로 밥이었다. 저 막회에 물을 넣으면 물회가 될 것이고, 밥을 넣으면 회덮밥이 될테니, 나는 물보다는 밥을 선택했다. "이모님, 공깃밥 하나요"라고 주문했더니, 요렇게 나왔다. 이모님도 나의 맘을 아셨던거 같다. 그런데 밥을 자세히 살펴보니,

 

 

참기름을 품고 있는 밥이다. 나의 맘이 아니라, 막회를 주문하고 공깃밥을 추가 주문하게 되면 이렇게 주는 시스템인가 보다. 고소한 참기름 내음을 맡으면서 남은 막회를 넣고 쓱쓱 비볐다.

 

 

막회가 회덮밥으로 또다른 변신을 했다. 같이 간 지인들은 배부르다고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더니, 막상 비벼 놓으니 숟가락을 멈추지 않는다. 남산만한 배는 어느새 백두산만한 배로 변해가고 있지만 도저히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회덮밥과 김, 엄청 이리도 궁합이 좋은지 숟가락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사용해 또 쳐묵쳐묵했다. 밥만 아니었으면 나름 저칼로리라고 했을텐데, 밥이 들어감에 따라 내 안의 지방들은 토실토실 성장한거 같다. 그래도 1년에 한번이니깐, 봐주기로 했다. 낼부터 조금만 먹기로 하고 말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이모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년에 또 올게요." 과메기가 계절 메뉴는 아닌거 같지만, 나에게 과메기는 겨울에 먹어줘야 하는 별미다. 올해는 진짜 과메기의 고향인 포항을 가볼까나?! 대방어 이후로 행복하고 맛난 저녁이었다.

 

 


□ 영덕회식당 : 02-267-0942 
□ 운영시간 : 12시 ~ 22시
□ 4인 테이블 6개, 포장 가능

 

 

♣ 겨울제철 먹거리 더보기 ♣

[충무로] 영덕회식당 - 겨울엔 역시 과메기!!

[구로동] 회촌수산 - 14kg 대방어 먹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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