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자주 가서 그만 가야지 라고 다짐했다가, 문자 한통으로 인해 그 결심은 산산히 부셔졌다. "오늘 14킬로짜리 대방어 잡습니다. 선착순 10분만 드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자에 자동적으로 발길을 회촌수산으로 향했다. 첫 방문때 방어회를 먹긴 했지만, 너무 작아 방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각 부위마다 맛이 다르다는 방어의 진짜 맛을 알기 위해서는 대방어를 먹어야 했고, 그 대방어를 3만원에 준다고 하니 아니 갈 수 있을까? 결심은 내일 다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어쩔 수 없이 회촌수산이다.(iphone5로 촬영)
ps... 최근에 광어15,000원으로 간판이 달라졌던데, 아무래도 주인장이 바뀐 거 같네요.
회촌수산의 기본찬이라고 할 수 있는 쌈채소와 마늘, 고추, 쌈장 그리고 와사비다. 나머지는 모두다 셀프다. 자세한 사항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면 된다. ◀ 회촌수산 1탄 / 회촌수산 2탄
아쉽게 대방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4시부터 작업을 한다고 해서, 볼거리는 놓쳤지만 맛은 놓치지 않았다. 14kg 대방어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아니지만, 참치와 고래처럼 부위별로 방어회가 나왔다. 5가지 부위이며 가격은 3만원이다. 확실히 회촌수산의 가격은 참 착하다. 그만 감상하고 부위별로 그 맛을 느껴 봐야지.
뼈인지, 힘줄인지 독특한 모양새를 가진 방어 꼬리살이다. 가운데 보이는 저 하얀 줄로 인해 육고기의 힘줄처럼 질긴 식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한번 두번 세번 씹으면 스르륵 녹아 사라진다. 전혀 질기지도 않고 그냥 입에 살짝 대면 샤르르 녹는 아이스크림 처럼 그렇게 녹아 사라진다. 무슨 꼬리살이 이래, 보기와 다르게 너무 부드럽잖아. 여기에 방어 특유의 맛은 물론 입 안 가득 방어기름이 활개를 친다. 고기 육즙보다 더한 방어 육즙이지만, 느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두번째로 특이한 모양새의 방어 배꼽살이다. 꼬리살처럼 여기에도 힘줄이 있다. 그리고 붉은 살이 아니라서 지방일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양도 특이하고, 마블링과 함께 지방 함량이 많을거 같아 안 먹을까 고민했었다. 참치회의 흰부분은 다 지방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어 방어도 비슷할거라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래도 안 먹으면 나만 손해일거 같아 먹었다. 아이구~ 안 먹었으면 엄청 후회했을뻔 했다. 눈으로 먹을때는 질기고 기름도 엄청 많을거 같았는데, 입에 넣고 진짜 먹으니 씹는 재미도 있고 지방이 과하지도 않다. 그러면서 방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고 알게 해주니, 오호 배꼽살도 참 맛나구나 했다. 다르다고 어색하다고 안 먹는다면 본인만 손해다.
가장 방어답다고 느껴지는 뱃살과 등살 사이 부위다. 회촌수산 사장님에게 물어 봤는데, 이렇게만 알려주셨다. 사실 너무 바쁘셔서 방어회만 주고 가셨다. 그냥 먹어도 되지만 대체 어느 부위인지 알고 먹자고 해서, 같이 간 지인과 방어 부위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비주얼이 남다른 꼬리살과 배꼽살은 구별할 수 있었는데, 나머지 부분은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다시한번 사장님에게 요청했다. 제발 부위를 알려달라고, 그래서 다 알려주셨는데 요것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그냥 "뱃살과 등살 사이"라고만 했다. 그러니 요녀석은 뱃살과 등살 사이다. 붉은 살이 유독 강한 녀석으로 방어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위이고 맛도 역시 예전에 먹었던 그맛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래도 대방어임으로 좀더 방어맛이 확실했다.
방어 등뱃살 부위다. 먹다보니 자꾸 참치회 생각이 났다. 그런데 말이다. 앞으로 참치회는 못 먹을거 같다. 참치보다 방어가 훨 맛있기 때문이다. 깊은 맛도 더 있고, 육즙(생선에도 육즙이라고 해야 하나?, 정확한 명칭을 몰라서)도 풍부하니 말이다. 더불어 흰살부분은 지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방어는 전혀 그러하지 않고 적절한 지방에 고기(?)맛까지 느끼게 해준다. 요렇게 보니, 살짝 홍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방어다. 풍부한 기름으로 립밤이 필요없지만, 그렇다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입 안 가득 방어 기름으로 코팅이 되어 버렸지만, 기분 나쁘지 않다. 살짝 과하다 싶으면, 소주 한잔으로 입가심을 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맨 아래 줄은 하나의 부위로 방어 등살이다. 가장 평범했기에 가장 늦게 먹었던 부위다. 과한 방어 기름이 싫다면, 이 부위를 추천하고 싶다. 기름 맛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대신 씹는 맛은 있다. 회를 두툼하게 썰어서 대체적으로 씹는 맛은 다 좋았다.
대방어라면, 꼭 먹어야 하는 부위가 있다. 바로 "볼살"이다. 대방어라고 하지만 단 두 점 뿐인 귀한 볼살을 내가 득템했다. 그동안 자주 갔고, 나름 단골로 인정 받았기에 가능했던 거 같다. 문자받고 예약 답문 보내면서 볼살 먹게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사장님이 챙겨주셨다. 첨에 볼살이 없어 섭섭했는데, 아직 작업이 끝나지 않아서 그랬단다. 정말 귀하고 귀한 볼살을 내가 먹었다. 역시 왜 볼살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식감에서 단연코 슈퍼갑이다. 볼살 한점을 먹으니 자동적으로 물개박수가 나왔다.
볼살과 함께 나중에 나온 방어 턱살이다. 볼살을 먹고 난 후에 먹어서 그런지, 맛을 잘 모르겠다. 그냥 쫄깃한 식감이 좋았던 거 같다. 이렇게 대방어는 끝이 났다. 왜 겨울은 방어인지, 왜 방어는 대방어인지, 왜 볼살인지 그 이유를 제대로 알게 됐다. 더불어 방어 꼬리살과 배꼽살을 구분할 수 있게 됐고, 겨울 과메기와 함께 대방어도 놓치면 아니될 녀석으로 등록해야겠다.
잔반처리는 아니고, 그동안 참 많이 회촌수산에 갔는데 매번 포스팅을 할 수 없어 저장만 했던 녀석들을 공개한다. 이렇게나 많이 갔으니 단골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러므로 방어 볼살 먹어도 되겠지. 이제는 사장님과 눈으로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지난번에는 커피까지 직접 타주셨다. 맛없는 밥먹고 이 기분으로 도저히 집에 갈 수 없었던 어느 늦은 저녁, 원래는 매운탕만 주문이 안되는데 해주셨다.
여기 라면과 수제비 사리 가능하다. 몰랐는데, 매운탕에 수제비가 있음 더 맛나는거 같다. 그런데 매운탕만 먹을 수 없어, 추가 주문을 했다.
석화 등장이다. 총 13개로 만원이다. 늘 느끼지만, 가격이 참 매력적인 곳이다.
종이컵 소주잔과 비교해보니, 석화의 엄청난 크기가 제대로 보인다.
초고추장으로 먹어도 좋다.
와사비 간장으로 먹어도 좋다. 석화를 첨 먹어 본다는 지인도 맛있다고 하면서 둘이서 말도 안하고 다 먹었다.
다른날 갔을때 먹은 멍게다. 솔직히 멍게 맛을 잘 모르겠다. 그저 바다맛이 강하다는 정도, 그리고 짜다. 또 그리고 쓴 맛도 난다. 그래서 여전히 멍게 맛을 모른다.
오징어회도 있다. 만원의 착한 가격이지만, 차라리 통오징어찜이 나을거 같다. 지인이 좋아해서 주문했지만, 나는 좀 별루였다.
그래서 매운탕에 넣어 버렸다. 매운탕 속 채소와 생선뼈를 반정도 건져내고, 더운물을 더 넣고 라면 사리 투하하고, 여기에 오징어까지 넣어서 오징어 해물 라면으로 맛나게 끓여서 먹었다. 그리고 매운탕은 당분간 안 먹기로 했다. 갈때마다 늘 매운탕을 주문했더니, 지겨워졌다. 그래서 대방어회를 먹을때는 편의점에서 공수해 온 컵라면으로 매운탕의 빈자리를 채웠다. 회촌수산은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한 곳이니깐.
회를 좋아하는 1인이기에, 동네 근처에 이런 횟집이 있어 참 좋다. 특히 가격 부담 없는 횟집이라 참 좋다. 대부분 셀프이며, 술을 직접 사서 가야 하는 작은 불편함은 있지만, 가격대비 높은 퀄리티를 보여줘서 참 좋은 거 같다. 그런데 너무 자주 간거 같다. 당분간 회가 아닌 고기로 눈길을 돌려야겠다. 그동안 사시미를 너무 많이 먹었다.
회촌수산 : 02-2634-5442
빕스 구로역점과 같은 건물로 1층에 있다.
♤ 회촌수산 더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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