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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종류의 다양한 빵들이 있지만, 늘 손이 가는 빵은 정해져 있다. 바로 어릴때 먹었던 옛날빵(추억의 빵)인 소시지빵, 링도너츠, 꽈배기 도너츠다. 새끼 손가락만한 핫도그 소세지보다 100배 크기의 대형 소세지가 들어 있는 소시지빵에, 가끔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 주셨던 링도너츠, 고운 자태를 뽐내는 꽈배기 도너츠에, 오이와 당근 그리고 케찹과 마요네즈로 맛을 낸 샐러드빵과 기름 범벅의 팥 도너츠까지 신세대 빵에 비해서는 참 소박하고 소탈하지만 이상하게 먼저 손이 간다. 백화점에 가면 확실히 치즈 듬뿍, 건강한 재료 듬뿍, 고급스런 식재료 듬뿍인 보기 좋고, 영양 좋고, 맛난 빵들이 많이 있지만, 저렴 입맛이기에 오늘도 난 옛날빵을 먹으러 델리본으로 간다.(iphone5로 촬영)

 

 

앤티앤스 프레즐의 할라피뇨 핫도그 프레즐보다 유명 제과점의 고급스런 바게트 피자빵보다 못한 소세지일거 같은데, 왜 요 녀석만 보면 군침이 도는 건지. 1,500원이란 착한 가격까지, 옆에 화려하고 고급진 제과점을 두고 오늘도 또 델리본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투박한 비주얼에, 손가락으로 집으며 엄청난 기름이 나오는 그냥 뭐 딱히 뭐 자랑할 만한 녀석은 아니다. 저렴입맛이기에, 그눔의 소세지기 뭐길래, 아무리 고급스런 제과점을 가도 제일 먼저 이 녀석부터 찾게 된다. 정확한 원인과 이유는 모르지만, 암튼 이번에도 또 이녀석이다.

 

 

훨씬 맛난 소시지도 많은데, 딱히 맛나 보이지도 않은 소시지빵이 뭐가 그리 좋다고, 살짝 술빵같은 시큼한 냄새도 나는 이 빵이 뭐가 그리 좋다고, 한 입 베어 물면 기름으로 입술이 흥건해지는 이게 뭐가 그리 좋다고 그러는지. 손가락만한 소시지가 들어 있는 핫도그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는지, 이 녀석도 빵부터 먼저 돌돌 돌아가면서 먹고, 기다란 소시지가 보이기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아주 비싼 음식이라도 되는 거처럼 아껴먹는다. 이제 이렇게 안 먹어도 된다고, 더 비싸고 더 맛난 소시지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스스로에게 화는 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껴 먹게 된다. 빵과 소시지를 터프하게 한꺼번에 베어 물지 못하고 말이다.

 

 

원래 설탕을 가득 묻혀서 먹어야 하지만, 싫다. 그냥 지금의 모습이 좋다. 1,000원으로 역시 착하다, 그런데 이 녀석도 그리 맛있지는 않다.

 

 

그런데 왜 먹을까? 소시지 빵처럼 잘 모르겠다. 그냥 안 먹으면 왠지 서운할 거 같다. 팥도너츠와 함께 엄청나게 많이 먹었었는데, 이제는 질려서 안 먹고 싶다고 해야 하는데, 참 추억이 무서운 거 같다. 치즈, 크림 등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은 그저 쫄깃한 식감만 있는 이 꽈배기가 뭐가 그리 좋은지 말이다. 계속 싫다고 하면서 내 입은 행복해 하고 있다. 손에 묻은 기름으로 인해 아이폰도 점점 기름져 가고 있는데도 뭐가 그리 신나는지 좋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데헷^^ 이쁘다. 참 곱다. 어쩜 이리도 꽈배기를 잘 만들었는지, 너무 곱구다. 밑에 링도너츠가 잘 받쳐주고 있어 더 그런듯. 먹기 아깝지만 그래도 다 찍었으니 먹자. 한입 베어 물면, 기름부터 나올테지만 그래도 먹자구. 소시지빵처럼 돌돌 돌리면서 먹을까? 아니다. 요건 터프하게 한입, 두입, 세입만에 먹어버리자. 따로 아껴서 먹을 녀석이 없으니깐.

 

 

도넛 전문점들도 많이 생겼는데, 왜 도너츠를 골랐을까? 아마도 어릴 적에 엄마가 직접 해주던 그 모양이 생각나서다. 진짜 투박한 모양의 링도너츠인데, 그 투박함 속에 정이 담겨 있는거 같다.

 

 

이렇게 다시 보니, 진짜 못생겼다. 그러기에 엄마따라 만들어 본다고 했던 그 모양인거 같아, 더 정이 가네.

 

 

고소함은 있는데, 목이 매어 온다. 물 없이 먹기 힘들거 같다. 빈 틈 없이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어, 물을 마셔아 틈이 생기고 그래야 목넘김이 부드러워진다. 요건 울 엄마버전이 더 나은거 같다. 아니다. 그때도 퍽퍽해서 먹기 힘들었던거 같다. 원래 링도너츠는 이런 맛이었던 거 같다.

 

가볍게 다 먹을 수 있을거 같았는데, 빵들 속 기름을 생각지 못했다. 양보다는 손에 입에 바닥에 아이폰에 까지 기름 범벅이 되는 바람에, 한입 먹고 손 닦고, 두입 먹고 입술 닦고, 세입 먹고 아이폰 닦고, 끝으로 바닥에 떨어진 빵 부스러기와 기름 흔적을 지우느라 고생 좀 했다. 그나마 빵을 담아준 비닐봉다리를 넓게 깔아놓아서 다행이었다. 고 탄수화물, 고 기름이지만, 맛보다는, 높은 칼로리 압박보다는, 추억을 먹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살이 쪄도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으니깐.

 

 

위치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지하1층에 있다. 소시지빵, 과빼기, 링 도너츠 말고 더 많은 빵들이 있다. 개인취향에 따라 고르면 될 듯, 나야 다음에 가도 또 같은 걸 고를거 같지만. 오른쪽 끝에 보이는 녀석은 소보로빵과 스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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