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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수조가 엄청나게 큰 횟집이 있다." 친구에게 온 문자로 올 들어 겨울 방어를 처음 맛보게 됐다. 여름에는 살짝 기피하게 되는 회, 이젠 날도 쌀쌀해졌으니 본격적인 횟 시즌을 만끽하고자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달려간 곳, 구로동 빕스건물 1층에 위치한 '회촌수산'이다. 예전에 새마을식당이던 자리였는데, 횟집으로 바꿨다.(iphone5로 촬영)

 

 

10년전 가격, 회싼집이라 간판부터 당당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작은 입구인데 문틈으로 보이는 수조의 크기가 대략 짐작이 된다. "뭐 있어. 들어가자구."

 

 

테이블로 보면 실내포차 분위기이지만, 한쪽 벽을 다 차지하고 있는 수조를 보니 여기가 횟집임을 알려주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보자. 2개의 대형 원형 수조에는 방어, 돌돔, 오징어, 도미 등이 있고, 사각형의 수조에는 놀래미와 기타 등등(봤는데도, 잘 모름^^)이 있다.

 

그리고 파란 수조에는 광어와 멍게, 문어 등이 있다. 먹고 싶은 횟감을 선택할 수 있고, 물 좋은 녀석을 골라달라고 주인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나의 선택은, 원형 수조에서 발견한 방어다. 겨울철 최고 횟감 중 하나가 방어라고 하던데 살짝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먹고 싶었던 녀석을 선택해야겠지. 도미와 돌돔도 먹고 싶었지만, 오늘은 방어다.

 

 

 팔팔 뛰고 있는 방어, 힘이 참 좋구나. 바로 눈 앞에서 잡고, 회를 쳐주니 벌써부터 침샘의 무차별한 자극이 시작됐다.

 

 

회촌수산의 싱싱한 녀석들. "언젠가 다 먹고 말꼬야~"

 

 

회가 나올동안, 회촌수산의 독특한 방식을 살펴봤다. 우선 가격이 참 착하다. 가장 비싼 녀석이 도미로 3만원이다. 다른 곳에가면 훨씬 더 비쌀텐데, 10년 전 가격이라니 참 착하구나. 메뉴판에 없지만 방어는 2만원이다.

 

 

다른 횟집과 달리, 여기는 술을 판매하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직접 술을 사와야 하며, 처음에 나오는 채소는 세팅을 해주지만 추가할 경우 직접 해야 한다. 스피커에 가려서 잘 안보이지만, 외부음식반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느 횟집처럼 스끼다시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 흔한 옥수수 버터구이도 없다. 회를 못 먹는 사람은 가면 안될거 같고, 불필요한 스끼다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참 좋은 곳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회만 먹고 싶다면 가야 하는 곳이다.

 

 

 먹을만큼 적당히 원하는 녀석들을 담으면 된다.

 

 

회 포장전문점답게 매운탕도 저렇게 포장이 되어 있다. 내장이 없는 녀석은 5천원, 내장이 들어간 녀석은 만원이란다. 회와 채소를 함께 주기에 집에서 손쉽게 매운탕을 먹을 수 있을거 같다. 커피 역시 셀프다.

 

 

편의점에서 공수한 소주 2병과 맥주 한병 그리고 주인장이 세팅해준 채소와 셀프로 담아온 쌈장과 마늘, 고추, 와사비로 기본적인 세팅이 끝났다. 진짜 스끼다시 하나 없다.

 

 

 독특한 방식의 횟집이라 이리저리 궁금한거 물어보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녀석이 등장했다.

 

 

 반갑구나 방어야~ 부드러운 식감에 고소하고 기름진 방어가 나에게 인사를 하는거 같다. 어서 먹어달라구.^^;

 

 

먼저 기름이 오른 방어회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약간의 와사비와 간장으로만 먹어본다. 역시, 부드러운 식감에 고소하고 기름진 풍미가 입 안 가득 녀석의 존재의 이유를 알려준다. 참치와 다른 방어만의 풍미가 제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방어는 부위마다 다른 맛을 낸다고 하는데, 고건 큰 녀석으로 먹어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볼살(뽈살)은 진짜 먹어보고 싶었는데, 너무 작아서 어렵다고 하니 다음 기회에 대형 방어를 먹겠다고 다짐하고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깻잎에 초장 넣고, 마늘과 고추를 담아 쌈으로 먹어봤다. 매운 마늘과 고추를 넣었는데도, 방어회가 갖고 있는 그 풍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그냥 먹어도 좋고, 쌈으로 먹어도 좋으니, 술술 무언가가 같이 잘 들어 가는구나.

 

 

그런데 방어회만 먹다보니, 살짝 기름진 뒷맛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럴때 스끼다시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으니 그 부족함을 매운탕으로 달래기로 했다. 애교 아닌 애교를 보태 내장이 조금 들어간 매운탕(5천원)이 나왔다. 광어뼈와 우럭 대가리 등등 내용물도 많고, 수제비까지 가격에 비해 괜찮은 퀄리티의 매운탕이 나왔다. 더구나 민물새우가 들어가 있어 시원한 국물 맛이 기름진 방어회의 뒷맛을 확 잡아줬다.

 

 

먹기 좋게 앞접시에 담아 먹으면 된다. 매운탕의 매력은 뼈와 대가리에 붙어있는 살을 쪽쪽 빨아서 먹는 것으로, 여기에 쫄깃한 수제비까지 아직 다 못 먹은 방어회를 포기하고 매운탕에 전력을 다했다. 조미료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민물새우를 넣어서 그런지 국물 맛이 칼칼하면서 구수하고 짜지 않아 먹기 너무 좋았다.

 

 

분명히 국물만 조금 먹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먹다보니 왼쪽에는 광어뼈가 오른쪽에는 우럭 대가리의 잔해들이 좌청룡우백호처럼 되어 버렸다. 어떻게 비싼 방어회는 초반에 달리다 말고, 매운탕으로 결승점을 밟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쌀쌀한 가을 저녁 기름진 방어회와 뜨끈한 매운탕으로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회 시즌이 다가오니, 다욧은 이제 저 먼 안드로메다로 보내야 할때가 왔구나. 늘어나는 몸무게를 생각하면 가을과 겨울이 참 싫지만, 다양한 먹거리의 맛난 행복을 생각한다면 그저 고마운 계절이다. 둘 중에 하나는 포기하라면, 당연히 다욧.^^;

 

 

정말 오픈한지 얼마 안 된 곳인지, 지도 검색에 안 나온다.
같은 건물이기에 빕스 구로역점으로 찾았다.
회촌수산(02-2634-5442)은 1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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