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니깐2015.01.06 07:30

 

편식을 하면 안된다고 배웠다. 무조건 잘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배웠다. 지금까지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자부했는데, 살다보니 못 먹는 음식들이 생겼다. 그리하여 여러가지 이유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의 리스트를 뽑아봤다. 예전에 못 먹었지만, 지금은 잘 먹는 음식도 있고, 태어나서 한번도 먹어 보지 못한 음식도 있는, 나만의 편식리스트다.

 

닭발

지금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잘 먹는다. 하지만 어릴때 친척집에 놀러 갔다가 그 집 부엌에서 끓고 있던 닭발을 보고 놀랬던 적이 있다. 작은 냄비도 아니고 엄청 커다란 냄비 가득 수백만개(?)의 닭발을 봤기 때문이다(자세히 보기). 그때의 충격으로 아주 오랫동안 편식을 했었다. 그러다 서른즈음 우연한 계기로 매운닭발을 맛보게 됐고, 그 이후부터는 완전 사랑하게 되었다. 트라우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닭발을 통해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맛난 음식을 그때 그 충격으로 지금까지 못 먹었으니 말이다.

 

진정한 닭발의 맛을 안 후,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조건 달려갔다. 스트레스가 없어도 핑계를 만들어서 갔다. 눈물 나게 매운 닭발에 고소한 계란찜 그리고 주먹밥과 쿨피스가 기다리고 있으니깐 말이다. 여기에 션한 맥주를 곁들어 준다면 끝이다. 내일 아침 학문(?)이 아파 고생을 하더라도 상관없다. 솔직히 맵지 않은 닭발을 먹은 적이 없어서 순순한 닭발의 맛은 모르겠다. 혀에 마비가 올 정도로 매운 그 맛때문에 먹는다. 왠지 여전히 편식을 계속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닭발도 다 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뼈 없는 닭발은 그 뼈를 어떤 방법으로 제거했는지 몰라서 안 먹는다. 왠지 나쁜 방법으로 했을거 같아서다. 그리고 국물이 있는 한신포차 스타일의 닭밝도 못 먹는다. 그저 홍미닭발처럼 닭발에 매운 양념이 덕지덕지 발려져 있어야 먹는다. 그래도 닭발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말으로도 성공한 셈이다.

 

 

□ 돼지껍데기

비계를 먹어 본 적이 없다. 항상 살코기만 먹었다. 늘 아빠께서 비계는 당신이 드시고, 나에게는 고기만 주셨다. 그렇게 유아기와 어린시절을 보내고 나니, 정말로 비계를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자세히 보기). 지금도 튀김은 제외하고 육류의 껍데기는 못 먹는다. 먹지 못해서 안 먹게 되었고, 안 먹다 보니 못 먹는 음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속이 상해서 아빠한테 따진 적도 있다. 어릴때 그냥 다 주지, 왜 고기만 주셨냐고 말이다. 더 맛난거 주고 싶은 아빠의 맘을 알면서도 투정을 부렸던 것이다. 가끔 먹어보려고 노력하지만, 물컹물컹한 식감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 너무 힘들다.

 

그런데 어느날 회식자리에서 삼겹살의 비계를 남 모르게 잘 제거하면서 먹고 있는데, 갑자기 돼지껍데기라는 녀석이 등장했다. 오로지 비계로만 이루어진 그걸 주문한 것이다. 이때부터 고기 회식을 기피하게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피해다니다가, 4년 전 용기를 내어 한번 먹어 봤다. 완전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게 구운 돼지껍데기를 먹어 본 것이다. 몇번 시도를 한 적이 있지만, 역시나 물컹거리는 식감으로 인해 포기했었다. 이번에는 바삭하게 구웠기 때문에 도전을 했던 것이다. 여전히 물컹한 식감은 있지만, 달큰한 양념 맛 때문에 먹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한 점씩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념 맛이 좋아야 하고, 옆테이블에 튈 정도로 바삭하게 구워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딱 3점 이상은 못 먹는다. 단골 고기집에 가면 사장님이 서비스로 항상 돼지껍데기는 주는데, 됐다고 항상 거절한다. 맛 있다고 자꾸만 권유하지만, 예전에 굽다가 껍데기 하나가 튀는 바람에 팔을 살짝 데인 적이 있었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이제는 더 못 먹게 되어 버린거 같다.

 

 

□ 돼지 & 소의 곱창, 대창, 막창

얼마 전 먹거리X파일에서 돼지 곱창 속 분변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는 방송을 본 적이 있다. 보면서 하하하 웃었다. 왜냐하면 난 먹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딱 한번 먹어봤다. 그리고 다시는 먹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음식이란 자고로 입에서 씹어서 어느 정도 분해를 해야 하는데, 이 곱창이란 녀석은 절대 씹히지 않았던 것이다. 건치는 아니어도 나름 튼튼한 치아임에도, 씹고 씹고 또 씹어도 고무처럼 곱창은 그 모습 그대로 내 입 속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다.

 

씹다가 지쳐서 그냥 꿀꺽 삼킨 이후로 다시는 먹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막창은 곱창과 달리 씹을 수는 있었지만, 특유의 냄새때문에 안 먹게 되었다. 맛있다고 친구들이 몇번 데리고 다녔지만, 그저 기본으로 나오는 겉절이랑 밥만 먹었다. 대창도 곱창과 비슷하다. 이렇게 해서 육류의 내장을 거부하게 되었다. 그런데 참 특이하게도 어류의 내장은 없어서 못 먹는다. 껍질이면 껍질, 고니에 애까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로 엄청 좋아한다. 편식주의자 + 특이한 입맛 보유자인거 같다. 그런데 더 특이한 사실 하나, 소의 위라고 불리는 양은 먹는다. 양은 씹을때 나는 쫄깃한 식감도 좋고, 달큰한 양념 맛도 좋아 잘 먹는다. 이런 내 식성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양만 쏙쏙 골라먹는다고 안 데리고 다닌다. 나두 치사해서 따라가지 않게 되었고, 더럽게 비싼 내장보다는 질 좋고 육즙이 풍부한 고기에 집중 공략을 하고 있다.

 

 

□ 족발

장충동을 참 자주 다녔던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모임의 메뉴는 항상 족발이었다. 장충동이라서 족발이다. 돼지껍데기와 같은 이유로 족발 역시 편식리스트에 포함이 된다. 그런데 다른 음식에 비해 자주 먹는 편이다. 왜냐면 같이 가는 일행 중 족발 껍데기를 좋아하는 친구와 항상 같이 앉으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사전 설명을 한 후, 난 살코기만 먹고, 친구는 내가 주는 껍데기를 더불어 같이 먹으면 되기 때문이다.

 

원래는 껍데기가 없는 부위만 먹었는데, 아무리 살코기라지만 너무 퍽퍽해서 맛이 없었다. 그러다 뽀안 껍데기가 붙어 있는 부위를 먹었는데 그 살코기 맛이 너무 좋았었다. 함께한 일행들은 "니가 못 먹는 껍데기가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말하지만, 먹지 못해서 안 먹게 되었고, 안 먹다 보니 못 먹게 되어버려서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내가 너무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만약 자식이 생긴다면, 무조건 비계부터 먹이도록 해야지라고 말이다.

 

 

□ 홍어

정확히 딱 2점이다. 묵은지가 있어도, 수육이 있어도, 막걸리가 있어도 나에게 홍어는 딱 2점이다. 더 이상은 도전해볼 가치도 없다. 왜냐면 코가 떨어져 나갈거 같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정말 유명하다는 홍어 전문 식당에 간 적이 있다. 식당 문을 열자마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 향에 벌써 내 코는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도전정신이 있던 시절이라 꾹 참고 한점을 과감히 젓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쪼그만 홍어를 묵은지와 보쌈에 돌돌 말아 홍어의 흔적을 감췄고, 미리 막걸리까지 몇 잔 연거푸 마셨던지라 무난할거라 예상햇었다. 그러나 그 집은 서울 사람을 위해 살짝 덜 삭힌 홍어가 아닌 지대로 삭힌 홍어만을 파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미쳐 생각하지 못했었다. 막걸리와 묵은지, 수육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을거 같았지만, 입에 넣고 한입 베어 물자마자 그대로 쓰러졌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내 코는 스르륵 녹아버렸고,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던 것이다. 그 진하고 진한 풍미로 인해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 본 지인이 "여기 국물을 떠 먹으면 괜찮아 질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숟가락으로 국물을 먹기 시작했다. 국물과 함께 아주 작은 건더기 하나가 들어 있었는데 그냥 먹었다가 또 다시 방바닥에 그냥 쓰러졌다. 알탕이라고 생각한 그 국물의 존재는 바로 홍어애탕이었고, 고기보다 더 진하고 진한 향을 갖고 있었다. 홍어애탕이 그리 독할 줄 정말 몰랐다. 먹자마자 분수처럼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지만, 비싼 음식 앞에서 그런 몰지각한 행동은 할 수 없어 꾹 참고 삼켰다. 그리고 홍어애탕은 두번 다시는 먹어서 아니될 음식이 되어 버렸다. 진짜 오래전 일이지만 홍어애탕 그 맛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다.

 

 

□ 순댓국

닯발, 돼지껍데기, 곱창, 족발 홍어는 그래도 한번은 먹어본 음식이다. 그러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안 먹은 음식이 있다. 수동적으로 못 먹은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안 먹었다. 순댓국을 말이다. 순대 때문이 아니다. 분식으로 늘 순대와 함께 했기에, 순댓국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볍게 잘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먹기 전에 본 광경이 트라우마가 되어 버렸다.

 

고사때 필요한 돼지머리를 사기 위해 엄청 큰 규모의 고기전문시장에 갔던 적이 있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돼지머리는 처음 봤다. 더불어 여름이었는데, 그 많은 파리에 숨쉬기조차 불편했던 돼지 누린내까지, 어린 아이에게 그때의 풍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돼지 머리는 물론 내장에 새빨간 선지까지 공포는 끝나지 않고 계속 되었고, 나란히 예쁘게 진열되어 있던 족발까지 엄청 무섭게 느껴졌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바로 순댓국을 팔고 있던 야외 식당(포차)이었다. 큰 통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돼지뼈로 우린 육수에, 썰어 놓은 돼지 머리 부위들 그리고 한쪽에 돌돌 말아 뜨꺼운 김을 내고 있던 순대가 보였다. 순대 하나 먹고 길까?란 소리에 간이 의자에 앉았지만, 그렇게 좋아하던 순대를 거기서는 먹을 수가 없없다.

 

엄마 손 잡고 동네 시장에 갈때마다, 나무젓가락에 끼어져 팔던 순대를 항상 먹었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고, 순대하드(순대바)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이다. 접시에 순대를 썰어서 판매를 했던게 아니라, 순대 한 뭉탱이를 잘라서 중간 중간 칼집을 내 소금을 뿌리고, 가운데에 나무젓가락를 끼워서 판매를 했던 것이다. 50원인가 100원가 했었는데, 암튼 엄마따라 시장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순대바였다.

 

그러나 그 시장에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만약 거기 가지 않았더라면 순댓국을 한번이라도 먹어 봤을텐데, 그때의 충격이 너무 큰 나머지 지금도 순댓국은 절대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음식이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이 못 먹는 음식이 있냐고 물어보면, 난 꼭 말한다. 다 잘 먹는데요, 순댓국은 못 먹어요라고 말이다.

 

2015년 돼지껍데기, 족발, 홍어는 다시 도전을 해보고 싶다. 그러나 곱창과 순댓국은 글쎄, 하고 싶은 맘이 안든다. 그런데 선짓국도 5년전부터 먹기 시작했으니, 정말 좋아하는 누군가가 순댓국을 엄청 좋아한다고 하면 먹을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편식을 이기는 건 사랑이니깐 말이다.

 

 

 

2015년 새해 첫 다음 모바일 투데이 블로그에 두둥~(20150106)

 

 

 
 



하트는 저에게 커다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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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칠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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