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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동 골목길의 낭만이 가회동길로 가고자 하는 나의 발길을 잡았다. 늘 직진만 하던 나에게 유턴을 알게 해주더니, 이제는 혼자서 거뜬히 밥을 먹을 수 있는 용기까지 줬다. 분식집, 패스트푸드, 커피전문점, 푸드코트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였던 나를, 계동은 그 소박함과 정겨움으로 제대로 된 한끼 식사와 함께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는 만들어 주었다. 더불어 막걸리 한잔까지 말이다(소니 nex-3n으로 촬영).

 

 

드라마 촬영지였던 황금알 식당의 맛도 궁금했지만, 나의 선택은 왕짱구식당이다. 

 

 

잔 막걸리를 먹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막걸리 한병을 다 마실 수는 없는 법. 이렇게 친절하게 잔막걸리를 팔고 있으니, 맛집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러나 밖에서 안주도 없이 혼자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자신감은 없기에, "저 식사 되나요?"라고 물어봤다.

"지금 동태찌개랑 김치찌개가 됩니다."

"그럼 동태찌개 주시고요. 저 혹시 잔 막걸리도 되나요?"

"밖에 나가셔서 직접 담아서 갖고 들어오세요."

'아싸~ 밖에서 굳이 안 마셔도 된다는 말이네. 더불어 내가 직접 따라 마실 수 있으니 넘칠만큼 가득 담아 와야지'

행여 바닥에 흘릴까봐 조심조심 걸어서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왕짱구 식당은 계동 골목길처럼 작고 소박한 곳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먹고 나갈때 까지 다른 손님이 들어오지 않아 TV까지 보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방문해서 혼자만의 식사가 가능했던 거 같다. 

 

 

메뉴판이 아닌 차림표. 세월이 느껴진다.

 

 

동태찌개가 나왔다. 더불어 가득 담은 막걸리까지, 완벽한 한끼 식사다.

 

 

5가지 밑반찬. 이 중 꼬막무침과 멸치볶음이 가장 맛있었다. 꼬막무침이 막걸리와 이리 어울리는지 오늘에서야 알았다.

 

 

메인 음식인 동태찌개. 그런데 동태는 안 보이고 두부만 보이네.

 

 

숟가락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동태 덩어리가 나왔다. 그런데 동태찌개라고 하는데, 동태가 너무 부실하다. 그리고 찌개인데 꼭 찜처럼 국물이 왜이리도 쫄았는지, 한입 먹었다가 강렬한 짠맛에 전율(?)이 왔다.

 

 

도저히 이렇게 먹을 수는 없을거 같아, 엄청난 양의 물을 부었다. 동태찌개를 빙자한 동태찜이 물을 만나서 찌개가 되었지만, 여전히 극강 짠맛으로 인해 물을 더 추가했고 결국 국으로 합의를 봤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간이 맞았다면 참 좋았을텐데, 짠맛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하지만 혼자서 식당에서 밥을 먹은 기념적인 날이므로 한공기 뚝딱 해치웠다. 막걸리는 꼬막무침과 멸치볶음으로 인해 벌써 사망한 상태였다.

 

 

 

 

밥에 막걸리까지 잘 먹었는데, 뭔가 허전했다. 한잔을 더 해야 하는데 못한 아쉬움을 디저트로 채우고자 다시 중앙고등학교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첨에 구경하면서 다닐때는 이 길이 참 길게 느껴졌는데, 목표의식이 생기니 1분도 안되서 바로 미미당 북촌호떡에 도착했다.  

 

 

미미당 북촌호떡은 호떡, 떡꼬치, 와플만 있다. 가격은 각각 1,000원이다. 호떡과 떡꼬치를 다 먹고 싶었지만, 용량 초과로 호떡만 먹기로 했다.

 

 

그냥 밖에서 먹어도 되지만, 왠일인지 안으로 들어가서 먹고 싶어졌다.

"안에서 먹어도 되죠"

"그럼요. 들어오세요"

"호떡 하나만 주세요. 그런데 사진 찍어도 되나요?"

"찍어도 되는데..."

"사장님 안나오게 잘 찍을게요"

"그럼 호호호."

요 사진은 연출샷이다. 사장님이 얼굴이 나오면 안된다고 하면서 살짝 뒤로 가셨다.

 

 

요건 몰래 찍은 사진이다. 동그란 호떡반죽이 저녀석을 만난 후 진정한 호떡으로 태어나는 순간.

 

 

안에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다. 그냥 의자 2개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혼자서 구경왔다는 걸 아셨는지,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면서 자리가 좁을까봐 반죽을 올려놓은 테이블을 본인쪽으로 당겨 자리를 만들어 주셨다. 초록색 호떡 반죽이 특이해서 뭘 넣었냐고 물어보니, 녹차가루를 넣으셨다고 한다. 더불어 쫄깃한 맛을 내기위해 찹쌀도 넣으셨다고 한다. 혼자 먹고 있는 내가 쓸쓸해 보였는지, 아니면 본인도 적적했는지 모르지만, 단골이 된 듯 계동에 대한, 북촌마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큼직한 호떡이 반으로 접혀 종이컵에 담아 나왔다. 호떡을 반으로 나눠서 내용물을 찍고 싶었는데, 너무 뜨꺼워서 포기했다. 그런데 여기서 인증샷을 남기고 있는데, 사장님이 "이거 나오면 좀 이상하겠죠"라면서 휴대폰을 치우셨다. 그런데 휴대폰만 치우면 되는데 계산하기 위해 올려둔 돈까지 치우려고 하셔서, "저건 제가 계산하려고 올려놓은 거에요"라고 급하게 대답했다. 서로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돈은 여기에 넣어야 돼요"라면서 돈통에 직접 넣어주셨고, 별일도 아닌데 괜히 호들갑을 떤거 같아 민망함에 조용히 호떡만 먹었다.

 

 

호떡을 먹을 때 조심해야 할 점, 초반은 뜨거움과 싸우면 되지만, 중반이 되면 뜨꺼움과 함께 주체할 수 없는 설탕물 공격에 잘 대처해야 한다. 소니 미러리스 nex-3n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녔기에 몸을 살짝 옆으로 비틀어서 호떡을 먹었다. 초반에는 별 일없이 호호 불면서 잘 먹었다. 그런데 순간 허벅지가 뜨거워졌다. 그리고 종이컵을 타고 흐르던 무언가가 손가락에 닿았다. 아 이런 하면서 호떡을 치웠지만, 늦었다.

 

사건을 벌써 끝나 있었다. 왼쪽 바지에 하나도 아니고 2개의 큼직한 설탕물 점이 생겨버렸다. 좀 전에 사장님이 줬던 냅킨으로 해결을 하려고 했는데, 녀석의 강한 끈적임이 냅킨까지 먹어버렸다. 군데군데 냅킨의 흔적까지 남기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신에게는 1/3가량의 호떡 남아 있었다. 친절한 사장님을 보니 중간에 버리고 나올 수도 없고, 우선 다 먹어 보자는 생각으로 급하게 먹기 시작했는데, 녀석도 이런 맘을 알았는지 마지막 총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훨씬 더 큰 설탕물을 바지에 묻히고 말았다. 씁씁한 패잔병이 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이제는 굳어서 딱딱해진 설탕물 점이 신경쓰이는 찰나, 왕짱구식당 잔막걸리 테이블에 물티슈가 보였다. 혹시하는 생각으로 2장을 뽑아서 쓱쓱 후처리를 했다. 점점 작아지는 점을 보면서 행복했는데, 휴지통이 나오지 않아 차가워진 물티슈를 20여분 동안 계속 들고 다녀야 했다. 호떡, 잘 먹어야 한다. 생각보다 무섭고 뜨거운 녀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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