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산동만두공갈빵 (in 신포국제시장)
언제 가더라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포기했던 그곳이 한산하다. 처음에는 휴무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런 천재일우(?)를 놓칠 수 없기에 전메뉴 도장찍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결론은 고작 공갈빵만 들고 시장 구경을 했다. 인천 신포국제시장에 있는 산동만두공갈빵이다.
인천에서 가장 많이 간 곳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신포국제시장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월미도 근처에 일이 있어 갔는데, 주변에 딱히 밥을 먹을만한 곳이 없다. 어디서 먹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은 아는 곳으로 왔다. 신포국제시장 근처 밥집에서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집으로 가기 위해 동인천역으로 걸어가야 하는데, 신포국제시장을 지나쳐야 한다.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못 지나치듯, 아주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향했고 첫 번째 점포에서 발길을 멈췄다. 갈때마다 사람이 많아서 매번 돌아섰는데, 이번에는 줄이 짧다.
지금껏 산동만두인 줄 알았는데, 정식 이름은 산동만두공갈빵이다. 산동만두였다가 공갈빵이 워낙 유명해서 중간에 추가하지 않았을까, 나름 추측해본다. 이런 추측을 하는 이유는 만둣집에서 만두가 아닌 공갈빵만 샀으니깐.
이집 만두도 유명하지만, 혼자서 불고기를 2인분이나 먹는 바람에 식욕이 확 떨어졌다. 집에서 기름에 지져 군만두로 먹으려 좋다는데, 끌리지 않는다. 만두가 이러한데, 찐빵과 화덕에서 구웠다는 계란빵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산동만두의 공갈빵은 신포국제시장에 한번이라도 온 사람이라면 절대 모를 수가 없다. 닭강정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유명하지 않을까 싶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힌다. 산동만두에서 공갈빵을 알았고, 처음 맛봤다. 솔직히 맛보다는 이름과 생김새로 인해 또 먹고 싶었는데, 그후로 오랫동안 먹지 못했다. 왜냐하면, 찾는 이가 엄청 많아서다.
예전에는 수량 제한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제한을 한단다. 아하~ 그런데 주말과 공휴일이다. 지금은 평일이라서 더 사도 됐는데, 이제야 확인을 했다. 줄도 없고 사람도 없으니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눈 앞에 공갈빵이 있는데 지금은 줄 수 없단다. 이유는 빵을 식혀야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어처럼 부풀어 있어야 하는 공갈빵 특성상 어느정도 식은 후에 판매를 하나보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지만, 식히는 시간땜에 7분 정도 기다렸다는 거, 안 비밀이다.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울 수 있어도 부피는 두 손바닥으로 가리고 싶어도 가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꽤 크다. 공갈빵이라서 손 대면 톡 터질 것 같아서 엄청 조심해서 들고 왔는데, 돌덩이라 해도 될 정도로 견고했다.
공갈빵 2개를 에코백에 넣고, 혹시나 깨질까봐 애지중지하면서 시장 구경에 나섰다. 오른쪽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신포국제시장의 또다른 히트템(?) 민어횟집 골목이 나온다. 견물생심이라고 했으니, 피하는 게 상책이다. 고로 직진이다.
신포닭강정이 예전에 비해 매운맛을 강조하다 보니, 맵(순)둥이는 덜 매운 신포야채킨으로 간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하더니 이 집 앞을 그냥 지나치치 못하겠다. 포장 중이던 주인장 옆으로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찍으란다.
그런데 치킨이 이상하게 생겼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오징어 튀김이란다. 치킨집에서 튀기는 오징어튀김는 분식집의 그것과는 많이 다를 테지만, 공갈빵을 보호해야 하므로 참았다. 다음달에 인천에 갈 일이 있어 참는데 어렵지 않았다는 거, 쉿~ 비밀이다.
녹차호떡이 개당 1,000원. 가성비 겁나 좋다. 한개 정도는 들고 다니면서 먹을 수 있는데, 오른손에는 카메라를, 왼손에는 공갈빵이 들어있는 에코백을 들고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갈빵이 생각보다 강한지 몰랐기에, 원형보존이 우선 과제였다.
그래 이맛이야~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어릴때 먹던 사라다빵은 베어물면 기름이 잔뜩 묻어나는 바삭한 빵 안에 채썬 양배추와 슬라이스 오이(가끔은 당근 포함)가 들어 있었다. 소스는 성의없이 뿌려진 마요네즈와 케첩뿐이다.
그때 먹었던 그 사라다빵을 다시 만났다. 반가움에 공갈빵이 깨지더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그때만큼 행복할까?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맛은 변하지 않았을 텐데, 문제는 내가 변했다. 나폴레옹, 태극당, 효자베이커리 등 이제는 고급진 사라다빵 맛을 알아버렸으니깐.
산동만두는 사람이 많아서 늘 포기했지만, 신포닭강정만은 줄이 길어도 놓치지 않았다. 참고로, 신포닭강정과 산동만두는 시장 입구를 기준으로 처음이자 끝, 끝이자 처음에 위치해 있다. 공갈빵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또다른 이유는 위치때문이다. 예전에도 매콤했지만, 못 먹을 정도의 매운맛은 아니었다. 매운맛에 약해지기도 했지만, 점점 더 매워지면서 지금은 다른 집으로 간다.
돌덩이 같아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애지중지 들고 온 보람이 있다. 2개 모두 원형 그대로 잘 유지가 됐다. 처음에는 저 안에 뭐가 있나 엄청 궁금했는데, 지금은 전혀 궁금하지 않다. 왜냐면, 공갈빵이라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튼튼해 보이고 실제로 은근 단단하지만, 비닐 봉다리에 넣고 두 손바닥으로 살짝 힘을 가하니 푹하고 꺼져버렸다.
아무것도 없지만, 맛을 내기 위해 설탕물을 빵 안에 발랐나 보다. 딱딱한 듯한 바삭한 속에 달달함이 느껴진다. 맛은 밀가루로 만든 누룽지라고 할까나? 헛웃음이 나는 맛이다.
아이스크림과 같이 먹으면 좋다고 해서, 일부러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 들렸다. 뻥스크림의 공갈빵 버전이랄까? 뻥튀기는 가벼운 바삭함이라서 같이 먹으면 좋은데, 공갈빵은 묵직한 바삭함이라서 조화롭지 못하고 따로 논다.
결국 미니 투게더 한통을 해치우고, 남은 공갈빵은 다음날 커피랑 먹었다. 공갈빵은 맛으로 먹는다? 아니다. 공갈빵은 헛웃음으로 먹는다.
2022.02.25 - 담백한 치킨 안매운 닭강정 인천 신포야채치킨 (in 신포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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