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포디움126
10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외관을 보고 그저 예스럽다 했는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곳곳에서 낡음의 미학이 느껴진다. 일본식 목조건물은 일본인 소유의 상점에서 회사 사무실과 유흥주점을 거쳐 카페로 역사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고 또 변했다. 현재는 컨시어리샵 컨셉의 공간 카페 포디움126이다.
혼자서 불고기 2인분을 먹었더니, 배부르고 졸립고 움직이기 싫다. 걸어서 5분이면 신포국제시장에 갈 수 있는데, 그것도 귀찮다. 일미정에서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어랏~ 외관에서 느껴지는 오래됨이랄까? 이때만 해도 100년이 넘은 건물인 줄도 모르고, 레트로 느낌의 카페인 줄 알았다. 이럴 때 쓰이는 속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포디움126은 1920년 당시 중앙동 4가에는 일본인 상점이 많았는데, 여기도 일본인 소유로 1층은 상점, 2층은 주택이었다. 해방 이후, 한국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고, 개인회사, 국제통운주식회사, 한국해운주식회사의 사무실로 활용됐다.
1980년대 황진이, 바나나, 가인, 소녀시대 등 다양한 이름의 유흥주점이었다가, 2022년 지붕 트라스와 빨간 벽돌, 세로로 긴 창문을 살리고 다른 공간은 현대의 쓰인에 맞게 카페 포디움126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포디움126은 동인천 로컬 여행자를 위해 인더로컬 협동조합이 만든 컨시어지샵 컨셉의 공간이라고 한다. 컨시어지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지아, 여행자가 처음 만나는 서비스이다. 1층은 카페와 인천을 소재로 만든 굿즈샵이 있고, 2층은 카페 공간과 함께 굿즈를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작업실이 있다고 직원이 알려줬다. 왜냐하면, 쉬고 싶어 들어왔기에 1층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포디움(Podium)은 고대 로마 건축에서 건축물의 기단부를 뜻하는 용어로, 현대에는 고층건물의 아래층에 위치한 문화, 상업 용도의 공용공간을 뜻한다. 126은 인천의 경도, 위도를 가리키는 숫자 중 일부라고 한다.
이제는 빵을 먹기 위해 커피를 마시지 않기에, 베이커리카페를 고집하지 않는다. 왼쪽부터 계피와 상투과자, 오렌지&초코&무화과 조각파운드 그리고 크로크무슈와 리얼브라우니가 있다. 배가 불러서 커피만 마실까 하다가, 입이 궁금할 듯 싶어 계피과자(3개, 2000원)를 골랐다.
바닐라빈이 들어있는 음료는 포디움126의 시그니처라고 한다. 커피애호가가 되기 전에는 무조건 달달하게 마셨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블랙커피가 좋다. 고로, "아이스 아메리카노(4,500워) 주세요."
메뉴판에 적포도의 산미와 견과류의 고소함으로 균형잡힌 밸런스라고 나와있어 살짝 걱정했다. 왜냐하면, 아직 산미 커피는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입맛이 업그레이드가 됐는지 산미가 상큼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고소함까지 더해져 한 잔 더 마시고 싶었으나, 카페인에 약한 1인이라 1일 1잔이다.
커피애호가라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왜냐하면 에스프레소는 무섭고, 드립 커피는 아직 도전을 못했기 때문이다. 날이 선선해지면 시원함에서 따뜻함으로 바꿔야 할텐데, 얼어 죽어도 커피는 아니지만 아직은 얼음 가득 아메리카노가 좋다. 단계를 확 올렸다가 체할 수 있기에 지금은 이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포디움126의 계피와 상투과자는 엣날과자를 만드는 인천당 과자라고 한다. 1978년 개업한 이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 동인천역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한번 들려봐야겠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부모님은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계피맛이 확 나서 좋았는데, 딱 거기까지만 좋았다.
빵이 없으면 쓴 커피는 절대 못 마실 줄 알았다. 얼음을 리필했지만, 커피만 마시고 있는 자신이 매우 신기하다. 달달한 믹스커피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순순한 블랙커피가 최고다. 커피처럼 비계나 내장을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이 오면, 오겹살에 내장탕을 혼내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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