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 김유정역 (feat. 레일바이크)
그때는 춘천가는 기차, 지금은 춘천가는 전철이다. 같은 경춘선이지만, 기차와 전철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사이다에 삶은계란대신 동백꽃을 골랐다. 우리나라 역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 이름을 딴 역, 강원 춘천에 있는 김유정역이다.
우리나라 600개가 넘는 철도역에서 사람 이름으로 된 역은 김유정역이 유일하다. 예전에는 신남역으로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름이었다는데, 김유정역으로 변경을 했다. 이유는 역이 있는 춘천시 동내면 실레마을이 김유정 작가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공덕역에서 경의중앙선을 타고, 상봉역에 내려 경춘선 기차가 아닌 전철로 갈아탔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 등 엠티 명소를 지나 열차는 김유정역에 도착을 했다. 얼마 전에 기차가 아닌 전철을 타고 충남 천안에 간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강원 춘천이다. 춘천가는 ITX청춘열차가 있지만, 김유정역에는 정차를 하지 않는다.
한옥 건물로 된 김유정역은 경춘선 복선전철로 인해 새로 생긴 역사다. 그렇다면 경춘선 기차가 다녔을 신남역 아닌 김유정역은 어떻게 됐을까? 당연히 지금은 기차자 다니지 않는 폐역이다. 그러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구 혹은 옛날 김유정역은 번듯하게 다시 태어났다. 기차대신 사람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말이다.
똑같은 선로인데, 한쪽은 정해진 시간마다 열차가 지나가는데, 다른 쪽은 열차 대신 뱀이 출몰한다는 푯말이 있다. 원래는 선로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뱀조심이라는 푯말을 보고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뱀의 흔적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깐. 겁이 많은 1인이라서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다.
옛날 김유정역으로 가는 길을 유정이야기숲이라 부른다. 숲이나 공원으로 변한 폐역은 은근 많다. 그런데 기차가 다니지 않는 역에는 역장이 없다. 그러나 김유정역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웃는 얼굴로 간이역을 지키는 나신남 역장이 있다. 그가 물을 주고 있는 나무는 희망의 나무라고 한다. 김유정역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스토리를 갖고 있다.
나신남역장과 함께 김유정역을 지키는 수호신이랄까? 너의 이름이 매우 몹시 궁금하구나. 커다란 나무 옆으로 활짝 핀 벚꽃, 강원도라서 아직 남아있나 보다.
대합실은 사람들이 남긴 추억을 빼면, 예전 모습 그대로인 듯하다. 계절에 무관하게 난로 위 소망주전자는 보글보글 뜨겁다(?). 예전에 마봉춘 드라마 간이역의 촬영지가 김유정역이었단다. 드라마를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검색을 하니 1996년 드라마라고 나온다.
나신남 역장 찾기인가? 비어있는 매표소보다는 누군가가 있으니 꽉찬 느낌이 든다. 열차시간표와 여객운임표를 보니 시간이 멈춘 듯 하지만, 빛이 바란 모습을 보니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참,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그 시절이었다면 역무실은 관계자외 출입금지였을 텐데, 지금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이다. 대합실과 달리 역무실은 작은 박물관이랄까? 추억의 물품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1939년 7월 20일 신남역으로 영업을 개시했고, 2004년 12월 1일 김유정역으로 역명이 변경됐다. 2010년 12월 21일 경춘선이 새로 개통되면서, 신 김유정역에게 전권을 넘기고 구 김유정역은 폐역이 됐다.
남자의 향기란다? 사진에는 향기를 담을 수 없지만, 왠지 아버지들이 주로 쓰시던 스킨 냄새가 확 풍겨 온다. 땀이나 발냄새보다는 스킨냄새가 백만배 낫다. 표정만으로도 얼마나 행복 아니 개운한지 느껴진다.
나신남 역장의 과거는 고등학교때 무임승차를 했다. 그로인해 그는 공짜로 평생 열차를 당당히 탈 수 있는 역무원이 되기로 결심했단다. 요즘은 무임승차를 하면 30배 벌금을 내는데, 그때는 호되게 벌을 받으면 됐나보다. 갑자기 부럽다는 생각이...
경춘선을 달리던 무궁화호 열차는 은퇴를 하고 춘천관광안내소와 유정북카페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폐역이 되기 전에 한번이라도 왔더라면, 지금과는 다른 감정이었을 거다. 그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를테고, 할 이야기도 많았을 거다. 하지만 추억의 첫페이지는 이제부터다. 춘천가는 기차 시절은 아니지만, 춘천가는 전철 시절의 추억은 지금이니깐.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왔다면, 레일바이크를 놓치지 않았을 거다. 바이크를 타고 6km를 달려야 낭구마을에 도착해 강촌으로 가는 낭만열차(2.5km)를 탈 수 있단다. 거리가 반대라면 혼자서라도 해볼텐데, 6km는 무리다. 고로 인증사진만 담는다. 참, 김유정역 레일바이크는 신 김유정역에서 500m로 걸어서 8~10분 거리다.
벚꽃에 이어 노란 개나리까지 서울과 달리 춘천은 절정이다. 레일바이크는 여기서 강촌까지 편도 코스란다. 하지만 무료 셔틀버스가 있으니 돌아올때는 버스를 타면 된다. 2인승 35,000원이고 4인승은 48,000원이다.
김유정역에 온 진짜 이유는 레일바이크가 아니라 그를 만나기 위해서다. 동백꽃, 봄봄의 저자 김유정을 만나러 문학촌으로 출발~
2022.04.21 - 작가 김유정의 모든 것 강원 춘천 김유정문학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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