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볼 수 없었던 압도적인 연기임은 인정하다. 그런데 뭔가 개운하지 않다. 영화 스토리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해도, 10년이라는 시간을 139분에 담기에는 짧았던 것일까?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참 많이 나왔는데, 기억나는 인물은 고작 3명 뿐이다. 우선 주인공인 이두삼을 연기한 송강호. 영화 친구 이후로 뽕맞은 연기를 제대로(해본 적이 없으니 알 수 없지만 암튼) 보여준 조성강을 연기한 조우진. 그리고 영화 범죄도시의 진선규라고 해야 할까나? 첫등장부터 씬스틸러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 윤강식을 연기한 이중옥뿐이다. 이중 압권은 단연코 송강호다.
돼지축사에 제조공장이...
메이드인 코리아로 일본을 강타하다. 그나저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드디어 마약왕이 되다.
영화는 이두삼이 어떻게 마약왕이 됐는지, 보여주는 성장(?)영화다. 시작은 미약하게 밀수꾼의 하수인으로 금을 감정해주는 일을 하다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 꼬리 자르기를 하는데 그 주인공인 이두삼이다. 1970년대라는 시간은 돈으로 뭐든 다 되는 그런 세상이었나 보다. 고문을 받고 감옥에 가지만, 거래 장부로 인해 형집행정지로 나온다. 70년대는 부정부패가 밥 먹듯 벌어지는 세상이었다 치고, 다시 감옥에 갔지만 21세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역시 돈이 최고인가 보다.
감옥에서 나온 후 이두삼은 드디어 뽕을 만나게 된다. 아내가 목사 딸이지만 중요치 않다. 더 높이 날아 고위층과의 연결고리(든든한 빽)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다시는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그는 죽었고 다시 태어났다.
"인생은 바람이 8할이고, 뽕은 사람이 8할이다." 최상의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자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쉐프를 두고 식당을 차렸지만, 이두삼의 욕망은 끝이 없으니 쉐프로 부터 기술을 전수받게 된다. 그렇게 그는 마약왕이 됐다.
"대만에서 원재료를 가져오고, 부산에서 뽕을 만들고, 일본에 판다. " 수출역군 나섰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역시 든든한 뒷배가 있어서다. 마약을 단속한 담당자가 후원자였으니, 게임 오버다.
마약왕의 많고 많은 조력자 중 단연코 최고는 배두나
마약왕에서 아쉬운 점이라면, 포커스가 이두삼이니 이해는 되지만, 캐릭터가 너무 많다. 윤제문, 유재명, 최귀화, 송영창 등 잠깐 나왔다 사라질 배우들이 아닌데, 요란한 등장 후 마무리가 영 개운치 않다. 작렬하게 죽음을 맞이한 김순평(윤제문)이 이중 제일 인상적인 마무리였다. 대사로 누군가는 죽었고, 도망갔고, 고문을 당했다 식으로 연기파 배우들은 소모품처럼 사라졌다.
둘의 만남이 생각보다 짜릿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마약왕이 되기 전 형집행정지를 만들었던 부인과 마약왕이 되도록 권력과의 친밀함을 이끌어낸 애인. 한 남자를 놓고 머리 좀 잡고, 얼굴 좀 할퀴는 그런 빅재미를 기대했지만, 실상은 영부인처럼, 퍼스트 레이디(잭클린 케네디)처럼 대화만... 전작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드라마 비밀의 숲 형사가 로비스트라니, 영화 더킹의 여검사가 마약왕의 아내라니, 몸에 맞지 않은 옷은 꾸역꾸역 입은 거 같다.
송강호대 조정석, 차라리 이성민이었다면...
아~ 왜 젊은 검사여야 했을까? 이두삼과 맞짱뜰 캐릭터는 좀더 나이가 있는 배우가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마약왕의 존재를 더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였다면 어쩔 수 없지만, 어느정도 체급이 비슷해야 하는데 차이가 하늘과 땅이다. 더구나 공안검사라면서 무술을 왜케 잘하는지,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피는 약보다 진할까요?"
정말 연기일까?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소름돋는 연기를 보여줬다.
청불 영화답게 다양한 뽕쟁이(?)가 나온다. 그중 최고다. 가녀린 체구인데 등장만으로도 소름이 쫙, 깊게 그려진 다크서클 사이로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전신의 문신이 그저 애교로 보일뿐이다.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워낙 강렬했기에 머리 속에 오래 남을 거 같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마약왕은 "개같이 멀어서 정승한테 쓴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수출 역군이 됐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분들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한 나라를 살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돈을 벌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서서히 몰락을 하게 된다.
마약왕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두삼의 몰락이다. 전혀 다른 캐릭터이지만, 이두삼을 연기하는 송강호에게 변호인의 송우석이 보였고, 넘버3의 조필이 보였다. 하지만 후반으로 오면서, 송강호가 아니라 이두삼만 보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지 못했을 거 같다. 식스센스나 유주얼 서스펙트는 반전에서 놀라움을 줬는데, 마약왕은 한 배우의 광기어린 연기에서 놀라움을 준다. 송강호라는 배우가 이런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연기신이 제대로 강림한 거 같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이 다 잊혀졌는지도 모르겠다. 송강호만 보여서 아쉬웠던 영화이기도 하지만, 색다른 그를 볼 수 있어 좋았던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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