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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LG생활건강에서 최상위 고객(VVIP)를 대상으로 백화점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명품 크림 '오휘 더 퍼스트 V 셀렉션'을 출시했었다. 이때 디올, 코스메데코르테 등 수입 화장품 브랜드에서 고가의 재생크림을 출시했는데, 우리나라 브랜드인 오휘에서 90만원대를 호가하는 화장품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꽤 유명세를 탔었다. LG 생활건강은 출시되기 전부터 200여건의 예약판매 기록을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고객 반응에 힘입어 본격적인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런데 출시 후 한달,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오휘라는 브랜드가 고가보다는 중가 브랜드로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고, 2~30대 젊은 여성들이 주 고객이기에, 아무리 VVIP를 대상으로 백화점에서만 판매를 한다고 해도 비싸도 너무 비싸 백화점 판매가 저조했던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들 조차도 오휘 브랜드가 7~20만원 사이의 가격대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90만원이라는 가격은 너무 뜬금없다는 평이었다.

 

2007년 화장품 등 미용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전문지에 기자로 있으면서 직접 취재했던 사건이었다. 그 당시 수입 화장품 브랜드와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업체가 출입처였다. 아마 내 인생을 통틀어 백화점을 내 집처럼 드나들건 그때가 처음인 듯싶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을 정도로 롯데, 신세계, 현대 백화점을 돌아 다녔다. 특히 명동은 롯데와 신세계백화점 본점이어서 담당자를 만나기 편했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기에는 정말 좋은 곳이었다.

 

LG생활건강에서 90만원대의 '오후 더 퍼스트 V 셀렉션'이 출시됐다는 보도자료를 보고 나서, 정말 저 제품이 성공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출입처는 아니었지만, 백화점이 출입처인지라 소비자 반응에 대한 살피고 싶어, 백화점을 갈때마다 손님처럼 오휘 매장에 들려 반응을 살피곤 했었다.

 

그러다 한달이 지나고 나니, 소비자 반응이 떨어졌다는 백화점 화장품 담당자가 말을 해줬고, 매장에서도 이 제품에 대해 문의하는 소비자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갈때마다 나만 물어 본거 같았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기자이기 전에 나도 소비자이니 제품에 대한 문의를 하던 중 이상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화장품을 살때, 대체적으로 손에 발라본 후 향이나 발림 정도 등 직접 테스트를 해본다. 나 역시 제품 테스트를 하려고 직원이 바빠 보여 직접 전시되어 있는 제품을 열어 테스트를 하려고 하는데, 내용물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인기가 좋았나? 아니었는데, 근데 용기를 보니 제품을 다 사용한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거 처럼 보였다. 그래서 직원에서 직접 물어봤다.

 

"이거 테스트를 해보고 싶은데, 내용물이 없네요"

"그 제품은 정품은 케이스만 진열하고 있고요, 테스트를 하시려면 이걸로 해보세요" 라고 말하면서 샘플 제품을 꺼내서 내용물을 내 손 등에 발라주는 것이었다.

 

아무리 고가 제품이더라도 이렇게 샘플 제품으로 테스트를 해야 하나 싶었고, 정품은 용기만 진열되어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회사로 돌아와, LG생활건강 관계자와 직접 통화를 하니, 더 놀라웠다. 회사 내부 방침상 대면용으로 샘플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정품에 대해 궁금한 소비자들을 위해 내용물이 담겨 있지 않은 용기로만 대체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건 회사 측도 너무 비싼 화장품이니 정품으로 테스트하기 아깝다는 뜻이 아닌가.

 

또 취재를 하면서 알아낸 사실은, 제품을 바로 구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매장 내 재고가 얼마 없기에 완불을 하고 예약을 해야 제품을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런 판매방식을 난생 첨이었다. 방문판매도 아니고 백화점에서 구입하는 건데, 수입 브랜드라면 들어오는 시일이 있어 기다려야 한다지만, 이건 국내 브랜드이고 인기 제품도 아닌데 재고가 없다는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롯데 백화점만 이렇게 하는가 싶어, 신세계와 현대 백화점까지 다 취재를 했는데 역시나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다른 브랜드도 고가 라인을 샘플로 고객 테스트를 하는가 싶어 취재했는데, 수입 브랜드인 코스메데코르떼는 108만원짜리 크림을 정품으로 매장에서 고객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오휘보다 더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는 정품으로 테스트를 해주는데, 오휘는 샘플로 테스트를 해주는 구나.

 

이렇게 취재를 한 후 기사를 작성하고 게재했다. 그리고 다음날 LG생활건강측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가 왔다. 오늘 시간이 되면 좀 만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만나자고 하니 살짝 겁이 났다. 기자이지만, 유명 언론사도 아니 작은 신문사인데 LG생활건강 본사 담당자가 보자고 하니, 괜히 떨렸다. 그러나 내가 뭐 잘못 취재한 것도 아니고 팩트이니 당당하게 나가자 하고 여의도 쌍둥이 빌딩으로 갔다. 과장이었나? 담당자가 완전 저 자세였다. 굳이 이런 내용을 기사화할 필요가 있냐 하면서, 담당 출입처도 아닌데 좀 살살 해주지… 암튼 그런 내용이 오고 간 후 담당자와의 만남은 끝났다. 그리고 가려고 일어서는데 쇼핑백 하나를 준다. 그냥 어려운 발걸음 해주셨으니, 작은 선물이라고 하면서 준다. 주는데 아니 받을 수도 없고 해서 받으면서, '혹시 90만원짜리 크림에 대해 기사를 썼으니, 동일 제품인가'라고 생각했지만, 고객 테스트를 샘플로 하는 와중에 나한테까지 그 제품을 줄까 싶었다. 역시나 아니었다. 오휘 기초라인 세트 제품이었다. 이 제품은 후배녀석 생일 선물로 아주 용이하게 사용했었다.^^

 

이 기사를 썼을때, LG생활건강이 출입처였던 기자가 좀 난감했었다. 자기 입장이 난처해 질 수 있을거 같다고 했지만, 난 백화점이 출입처이니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기사를 작성한 거라고, 그냥 기사화하겠다고 강하게 밀어붙였던거 같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기분이 좀 나쁠 수 있었겠지만 관련 내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기에 과감히 기사화했다. 지금도 90만원짜리 오휘 더 퍼스트 V 셀렉션 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을까? 오랜만에 백화점으로 마실 한번 나가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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