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한파, 지진일때나 받았던 재난문자가 이제는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가 불어닥치면 어김없이 온다. 서울특별시청이라는 문구가 있으니, 아무래도 서울시민에게만 오는 걸까? 정확하지 않으니 잘 모르겠다. 암튼 문자에 출퇴근시 대중교통이 무료라고 나오면, 오전 6시에서 9시, 오후 6시에서 9시까지 진짜 무료다. 최근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조치 발령을 두번이나 했고, 두번이나 대중교통이 무료였다. 미세먼지 할인(무료)이라서 좋은 거 보다는, 미세먼지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솔직히 미세먼지 여파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집에 어린이가 없다보니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서울시 NPO 지원센터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아이들이 맘껏 숨 쉬는 서울' 타운홀 미팅을 다녀온 후 영유아 아이들에게 미세먼지는 엄청난 재난임을 느끼게 됐다. 어른과 달리 호흡기가 연약한 어린 아이들에게 미세먼지는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겠구나 했다. 몰랐는데,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심한날에도 밖으로 나가서 놀고 싶어 한단다. 맘껏 놀고, 맘껏 숨 쉬는 그런 서울시는 언제쯤 올까? 차량 2부제와 대중교통 무임 승차만으로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 테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언가 하고 있는 서울시라서 맘에 든다.
이번 행사는 독특하다. 자리를 마련한 건 서울시이지만, 주인공은 서울시민이다. 즉, 영유아를 자녀로 둔 학부모 등 약 50명(실제는 100명이 넘었던 거 같다)이 미세먼지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의견을 털어놓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2016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해 국내 조기 사망자수가 2010년에는 1만 7천명, 2060년에는 5만 2천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 미세먼지는 폐 깊숙이 스며들어 기도를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킨다. 초미세먼지는 산소 교환이 일어나는 폐 포낭까지 치투할 만큼 두려운 존재다. 비염과 천식, 기관지염, 중이염, 후두염에서부터 심근경색,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에 아토피까지 어마어마하다. 미세먼지는 담배를 피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하던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다 골초(?)가 된다는 말인가!
미세먼지는 황사가 불어오는 봄에만 심각한 줄 알았는데, 겨울도 마찬가지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55%라고 하지만, 솔직히 70%는 더 되는 거 같다. 왜냐하면 중국은 아직 석탄을 사용하고 있고, 겨울철에는 난방을 해야 하니 석탄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할 거 같다. 나머지는 국내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인데, 역시나 난방이 높다. 이어서 교통, 비산먼지 그리고 생물성 연소다. 공부 스트레스로 맘껏 놀 수도 없는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숨 쉬는 거조차 맘껏 할 수 없다니 안쓰럽다.
미세먼지 대책을 촉구한다는 네이버 카페가 있단다. 얼마나 심각하면 엄마들이 모여서 이런 카페를 만들었을까 싶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아이들이 데리고 갈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는 문의가 많단다. 여기서 조건은 실내여야 하며, 공기청정기가 잘 되어 있는 곳이란다. 어떤 엄마는 환기가 잘 된다는 인천공항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고 한다.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미세먼지가 심하니 집에만 있자고 하는 엄마를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미세먼지가 많아도, 없어도, 밖에 나가서 놀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미팅은 미리 받은 의견도 있고, 현장에 와서 한땀 한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쓴 의견까지 미세먼지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들의 숨 쉴 권리를 위해, 맑은 공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어린이, 임산부, 어르신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미세먼지는 재난이다"라고 강조했다.
메인무대는 서울시장이 앉아 있는 저곳인 거 같지만, 진짜 무대는 엄마들이 앉아있는 객석이었다.
아이들이 야외활동을 하고 싶어하는데 미세먼지땜에 할 수 없는 날이 많다. 이럴때 갈 수 있는 저렴하면서 환기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공공형 실내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
엄마들 사이에서 이민가야 하는냐는 소리도 나오고, 외국에 살다온 엄마들은 한국이 그리워서 왔는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방학이라서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학원도 다 끊고, 박물관, 미술관 등 여기저기 다니고 싶은데 미세먼지땜에 집에만 있는다.
대방동에 있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는 별난놀이터가 있다.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어 있어 엄마들이 많이 찾는다. 그런데 공무원이 운영을 하고 있어, 일요일은 문을 닫는다. 원래는 토요일에도 문을 닫았지만, 엄마들의 요청으로 토요일은 운영을 하고 있다. 평일이 아니라, 주말에도 갈 수 있는 별난놀이터같은 시설이 많았음 좋겠다.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가 있는데 필터교환 및 관리는 잘 되고 있는지 물어봐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공기청정기 운영 현황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주면 좋겠다. 더불어 어린이집에서 실외활동을 꼭 해야 하는데, 그 평가기준을 조정해 달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불꽃놀이 같은 실외에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달라.
공공장소 실내 대기질 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일기예보에 미세먼지가 심하니 마스크를 쓰라는 말과 함께 차량 2부제를 동참할 수 있도록 멘트를 해주면 좋겠다.
메모하는 게 벅찰정도로 엄마들의 의견은 정해진 미팅 시간을 가볍게 넘겨버렸다. 미세먼지가 심각하다는 걸 몰랐던 1인은 그저 조용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받았던 의견들 중, 초등학생이 올린 글. "미세먼지가 없어져 마음껏 뛰고 친구들과 밖으로 놀려도 가고 싶다. 미세먼지가 많이 줄어들어 답답한 마스크를 안쓰고 싶다." 미세먼지 대책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지만,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정책이다.
많고 많은 의견들을 꼼꼼하게 다 메모하고, 즉석에서 피드백까지 역시 일 잘하는 서울시, 일 잘하는 서울시장이다. 다른 일정이 있었는지, 보좌관이 사회자에게 끊어달라고 요청을 했던 거 같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자리가 더 중요하다면서 끝까지 엄마들의 의견에 대한 답변과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작년 5월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하자고 제안한 시민들의 정책이다. 시민이 만든 정책, 시민의 손으로 다듬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미팅은 많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 공기가 따로 있고, 인천, 경기도 공기가 따로 있지 않듯, 서울시를 시작으로 인천, 경기도 그리고 충청도를 지나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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