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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시의 합계출산율은 0.94명이다. 집이 없어서, 일자리가 없어서 등 미혼남녀가 결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더불어 비용이 많이 들어서, 아이를 돌 볼 시간이 없어서 등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역시 다양하다. 인구절벽, 합계 출산율 0점대 로 대변되는 심각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민들이 나섰다. 시에서 만든 행사인데, 타이틀이 "이래가지고 살겠냐!"다. 부정적인데 귀에는 더 쏙쏙 들어온다. 오늘은 부정이지만, 내일은 긍정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일 듯.

 

저출산이 문제이지만, 저출산 하나만 해결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임신, 출산, 양육, 주거, 일자리 등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정책이 하나가 되야 한다. 이번 토로회에서 모든 게 다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토론을 한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각 부서 팀장에 서울시장까지 역시 일하나는 똑 부러지게 잘하는 서울시다. 20가지 의제 중 시민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의제는 서울시 정책에 반영된다고 하니, 투표를 잘해야겠다.

 

저출산 토론회인데, 행사 시간이 토요일 아침 10시다. 저출산 토론회이니만큼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어린 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들이다. 아이는 데리고 왔지만, 2시간이나 되는 토론회를 꾹 참고 견뎌낼 아이가 몇명이나 될까? 행사장 한켠에 놀이교실을 만든 건 어찌보면 당연지사다. "엄마 아빠 좋아해 그레잇"

 

아이에게는 놀이방은 어른에게는 맛난 먹거리를, 꼼꼼한 서울시 "칭찬해"

 

서울시는 주거, 일자리, 임신 출산, 자년양육, 일 가족양립 그리고 외국인다문화 6개 분가로 나눴다. 각 분야에서 어려움을 느끼거나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참여하는 연속된 토론회를 통해, '설 자리 만들기(주거, 일자리)', '보금자리 만들기(임신 출산 자녀양육)',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일 가족, 외국인다문화)'에 나섰다.

 

이보다 앞서 올 4월에,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6개 분과 민관합동 TF를 만들고, 6월부터 저출산 위기에 대응할 정채과제를 발굴해 왔다고 한다. 그간 31회의 분과별 회의를 거쳐 99건의 과제를 발굴하고, 5번의 조정회의를 거쳐 43건의 과제를 선정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 이 과제들의 내용을 보완하고, 더불어 새로운 과제를 추가로 발굴한단다.

 

메인 타이틀은 "이래가지고 살겠냐!"이며, 부제로 "이래가지고 애 낳겠냐!", "이래가지고 애 키우겠냐!", "이래가지고 같이 살겠냐!", "이래가지고 집 사겠냐!", "이래가지고 일 하겠냐!"로 저출산 위기를 일목정연하게 정리해놨다.

 

류경기 서울시 행정1 부시장은 저출산 문제는 사회 모든 분야의 문제점이 축적되어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전반적으로 해결할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국가적 차원의 과제이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저출산 위기를 완화하는데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에 대한 문제가 하나가 아니라 복합적이며 다양하다. 주거, 일자리, 임신출산, 자녀양육, 일가족양립으로 5개 테마를 나누고 각각의 패널들이 참석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왜 저출산이 될 수 밖에 없는지, 김서울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그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초년생이 되고,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때까지 겪게되는 다양한 문제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이런 저런 정책들을 만드는 것보다는 월급을 올려주는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한 패널처럼 직접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거 같다. 돈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려하기 전에 돈때문에 연애조차 안한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토크쇼로 진행된 저출산에 대한 패널들의 공감 토크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됐다. 참석한 모든 시민들이 투표를 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 왔다.

 

행사 전에 받은 토론 키트 안에 있는 20가지 의제 카드를 본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 관련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의제 카드에 있는 포스트잇에 본인의 소감을 쓰고 정책 장터에 가서 붙인다. 스마트폰에서 투표시스템에 접속, 우선순위 정책을 투표한다. 인당 3개. 시민들이 선정한 투표결과가 공개된다. 2부는 이런 순서로 진행됐다.

 

의제1. 신혼부부 주택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의제2.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및 주택청약 가점 부여.

 

의제3. 육아지원 전용 주거단지(Child-care Housing) 조성.

 

의제4. 청년세대 맞춤형 주택매매 임차 정보 안내.

 

의제5. 성평등 가정친화 서울형 강소기업 선정 지원.

 

의제6. 육아휴직 활성화 참여기업대상 청년인턴 지원.

 

의제7. 신직업 발굴 및 활성화.

 

의제8. 모든 출산가정에 출산 축하용품(마더박스) 지원.

 

의제9. 모든 출산가정에 찾아가는 산후조리서비스 제공.

 

의제10. 산모 영유아 대상 방문 간호서비스 지원 확대.

 

의제11. 건강한 임신 출산을 위한 맞춤형 관리 프로그램 운영.

 

의제12. 다문화 출산가정에 동일국적 산후도우미 방문서비스 제공.

 

의제13. 우리동네 열린육아방 1개동 1개소 운영.

 

의제14. 전체 어린이집 보육실 공기청정기 설치.

 

의제15. 유모차 친화적 보행정보 서비스 제공.

 

의제16. 초등학교 자녀 안심 등하교 서비스 확대.

 

의제17. 학령기 중도입국 자녀 교육시설 확충.

 

의제 18. 다문화가족 자녀 시간제 돌봄서비스 제공.

 

의제19. 한부모 가족 가사지원시비스 제공.

 

의제 20. 십대 미혼모 양육비용 지원.

 

정책 장터답게 열정이 타오르고 있다. 내가 선택한 의제가 정책이 된다고 생각하니, 허투루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뒤쪽에 있는 큰 보드(정책장터)에 각 개인의 의견을 붙인다. 

 

스마프폰으로 직접 내가 원하는 정책에 투표를 한다. 누가봐도 신혼부부를 위한 1, 2번 의제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듯 싶어서 내 선택은 좀 다르게 했다. 나를 위한 정책보다는 우리모두를 위한 정책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를 했다. 다문화 출산가정에 동일국적 산후도우미 방문서비스 제공과 초등학교 자녀 안심 등하교 서비스 확대 그리고 10대 미혼모 양육비용지원이다. 동일국적 산후도우미 방문서리스는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당장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자녀 등학교 안심 서비스와 미혼모 양육비용 지원 역시 지금의 내 문제는 아니지만, 꼭 정책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투표를 했다. 

 

저출산 해결방안에 대한 시민대토론에 빠질 분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가지 의제를 꼼꼼히 살피고,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 설치는 당장 해야 하지 않냐 하면서 바로바로 응답까지 해줬다. 

 

투표가 집계되는 중이다. 역시 1, 2번이 높게 나오고, 16번과 20번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다문화 출신 가정에 동일국적 산후도우미 방문서비스는 생각보다 저조하다.

 

결과가 나왔다.

1위는 신혼부부 주택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

2위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및 주택청양 가점 부여

3위는 육아휴직 활성화 참여기업 대상 청년인턴 지원

4위는 우리동네 열린육아방 1개동 1개소 운영

5위는 10대 미혼호 양육비용 지원

6위는 초등학교 자녀 안심 등하교서비스 확대

7위는 유모차 친화적 보행정보 서비스

8위는 성평등 가정친화 서울형 강소기업 선정 지원

9위는 청년세대 맞춤형 주택매매 임차 정보 안내

10위는 신직업 발굴 및 활성화

 

솔직히 저출산에 대해서는 딱히 관심이 없었다. 굳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제가는 나에게 다가올 미래라는 걸 알게됐다.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돈이 없어서 연애조차 못하는 그런 시대에 살아서 뭐하나 싶다. 한때 하나 낳아 잘 기르자던 우리나라가 언제 이렇게 됐는지, 격세지감을 느낀다. 저출산은 단순하게 하나를 고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타래처럼 여기저기 복합적으로 엮어 있는 문제이니, 서울시와 시민들의 힘으로 잘 풀어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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